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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상당히 저속하지만"…여성 신체 형상 성기구 수입 허가

중앙일보 2019.02.11 08:01
서울고등법원 청사 전경. [사진 서울고법 홈페이지]

서울고등법원 청사 전경. [사진 서울고법 홈페이지]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여성의 신체 형상을 모방한 자위기구의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김우진 부장판사)는 성인용품 수입업체 A사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2017년 A사는 머리 부분을 제외한 성인 여성 신체 형태의 실리콘 재질 성인용품 수입 신고를 했지만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이 보류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는 이유로 세관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인정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내렸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의학이나 교육, 예술 등 목적으로도 사람 형태의 인형이 사용되는 만큼 그 인형의 묘사가 사실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음란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 '성기구'라는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성기구 일반을 규제하지 않는 국내 법률 체계를 고려하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판례를 인용하며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며 "성기구를 음란물과 동일하게 취급해 규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럽연합(EU)이나 영미권뿐 아니라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권에서도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성기구'의 수입·생산·판매를 금지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 또한 재판부는 근거로 제시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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