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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 시달리는 ‘출근하기 싫은 그대에게’

중앙일보 2019.02.11 07:00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길었던 설 연휴 끝, 징검다리 휴일도 지난 월요일 아침. 이제 진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아침에 눈을 뜨며 대부분 직장인이 할 생각. ‘출근하기 싫다.’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퇴사를 실천한 프리랜서 작가 ‘귀찮’ 김윤수씨와 매일 솟아나는 퇴사 욕구를 참아낸 10년 차 광고 카피라이터이자 카툰 작가 최현정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퇴사, 선택은 당신 몫이지만 ‘할 수 있어요’”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의 저자 '귀찮' 김윤수 작가는 '회사'라는 안정 대신 퇴사를 선택했다. [사진 '귀찮' 작가 네이버 포스트]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의 저자 '귀찮' 김윤수 작가는 '회사'라는 안정 대신 퇴사를 선택했다. [사진 '귀찮' 작가 네이버 포스트]

포털사이트 초록 창에 ‘퇴사’를 검색하면 나오는 첫 번째 연관검색어는 ‘귀찮’ 작가의 책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이다. 10만 구독자를 보유해 ‘2018 네이버 스타 에디터’에 선정된 김씨는 공감 가는 이야기로 20·30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29번째 생일, 김씨는 3년간 일한 회사에 “퇴사하겠다”고 알렸다. 그는 “미래를 그려봤는데, 아무리 진급한다고 해도 내 모습을 빤히 상상할 수 있다는 게 슬펐다”며 “정신 차려보니 할 수 있는 게 저글링밖에 없는 늙은 곰이 될까 무서웠다”고 퇴사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퇴사 후 서울을 떠나 고향인 경북 문경에 내려가 생활하고 있다. 회사에 다닐 때와 가장 큰 차이는 “나를 위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에는 아무리 인기 있는 콘텐트를 만들어도 누가 만들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회사의 그늘에 가려졌다”며 “지금은 뭘 해도 내 이름 ‘귀찮’이 남는다”고 밝혔다.  
 
'귀찮' 김윤수 작가. [사진 김씨 제공]

'귀찮' 김윤수 작가. [사진 김씨 제공]

동료들과 보낸 티타임, 동기들과 나누던 술자리 대화가 그립긴 하지만 김씨는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퇴사라는 선택으로 인해 삶이 더 재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같은 고민을 할 직장인에게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늦었다’ ‘나이가 몇인데 그러느냐’ ‘월급 안 나오면 어떻게 버티려고 하느냐’는 이야기는 충분히 들을 테니, 저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며 “어차피 선택은 당신의 몫이지만,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회사생활 버티고 있는 당신, 자부심을 가져요”
10년 차 광고 카피라이터이자 『싫다면서 하고 있어 하하하』 최현정 작가는 "대책 없는 퇴사보단 3일만 버텨보라"고 조언한다. [사진 최현정 작가 인스타그램]

10년 차 광고 카피라이터이자 『싫다면서 하고 있어 하하하』 최현정 작가는 "대책 없는 퇴사보단 3일만 버텨보라"고 조언한다. [사진 최현정 작가 인스타그램]

누구나 김씨처럼 용기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다수의 직장인은 마음에 사직서를 품은 채 다음 날 아침이면 또 출근길에 오른다. 낮에는 10년 차 광고 카피라이터로, 저녁에는 『빨강머리N』 『싫다면서 하고 있어 하하하』 등을 출간한 카툰 작가로 생활하는 최씨는 퇴사를 독려하지 않는다. 그는 “어차피 모든 직장인의 끝은 퇴사 아니겠냐”며 “대책 없는 퇴사보단 대충 3일만 더 버텨보라”고 조언한다. 
 
최씨는 회사 생활을 버티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통장 잔액 체크’를 제안했다. 그는 “한 달 최소 생계비도 계산해보고, 그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해 보라. 재취업에 실패할 가능성도 상상해본다. 그러면 마음을 다잡고 출근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현정 작가는 깨알같이 얻은 회사생활 스트레스 타파 기술들을 전한다. [사진 최 작가 인스타그램]

최현정 작가는 깨알같이 얻은 회사생활 스트레스 타파 기술들을 전한다. [사진 최 작가 인스타그램]

최씨는 “예전엔 회사생활이 힘든 만큼 인정받고, 보상이 있을 줄 알았지만 일이라는 게 그렇게 정직하지만은 않더라”며 “나도 늘 퇴사하겠다는 생각을 품고 산다”고 했다. 다만 “‘회사를 때려치우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성공해버렸다’는 이야기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주어진 행운이니 속으면 안 된다”는 게 최씨의 지론이다. 그러면서 “견딜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땐,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고 대충 3일만 버텨보라”며 “그렇게 한 달을 더 버티면 월급도 들어오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야말로 정말 위대하다”고 말한다. 매일 시간과의 전쟁, 감정 소모 속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직장이라는 건 1할의 성취감과 9할의 고통이다. 그걸 버티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니 가슴 속에 자부심 하나 정도는 품은 채로, 오늘도 무사히 퇴근하십시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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