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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얼굴이 벌겋게 변하지? 원인 알고싶다면…

중앙일보 2019.02.11 07:00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42)
동의보감 외형편의 면(面) 조문에는 얼굴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적혀 있다. 얼굴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동의보감 조문을 따라가면서 살펴보자.
 
한의사의 진찰은 크게 망문문절이라는 네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보고, 물어보고, 냄새 등을 맡고, 눌러보는 종합적인 과정을 거친 후에 질병에 대해서 파악한다. 어떤 사람은 진료실에 들어오면 아무 말 없이 손부터 내민다. 진맥해 달라는 의미이지만, 진맥은 네 가지 방법 중에서 마지막 절진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의사의 진료 모습. 절진이란 배를 눌러보는 복진, 등을 눌러보는 배진, 여기저기 눌러보는 압진 외에 맥상을 파악하는 맥진으로 나뉜다. 손목의 맥을 잡는 것은 5분의 1 정도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중앙포토]

한의사의 진료 모습. 절진이란 배를 눌러보는 복진, 등을 눌러보는 배진, 여기저기 눌러보는 압진 외에 맥상을 파악하는 맥진으로 나뉜다. 손목의 맥을 잡는 것은 5분의 1 정도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중앙포토]

 
절진은 눌러보고 아는 것인데, 배를 눌러보는 복진, 등을 눌러보는 배진, 아픈 곳을 여기저기 눌러보는 압진 외에 손목이나 기타 동맥이 잘 느껴지는 곳에서 맥상을 파악하는 맥진으로 나뉜다. 다시 말해서 절진은 한의사의 진찰 방법 중에서 4분의 1. 그중에서도 손목의 맥을 잡는 것은 또 대략 5분의 1 정도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병을 진단하는 과정의 20분의 1만 가지고 어디가 안 좋다고 말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을까?
 
아마도 손목에서 느껴지는 파형에서 병을 진단하는 것도 신기하고, 심지어 사극에서는 실 끝에서 느껴지는 것만으로 진맥하는 장면이 보이기도 하니 말 그대로 신비스러운 느낌 때문에 크게 와 닿은 것 같다.
 
중국에 관광을 간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손목만 잡고도 병을 다 맞추더라 하는 소문을 듣곤 하는데 아마도 쇼를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수억명 중에서 신통한 사람이 한두명 있을 수는 있지만 한의사의 정상적인 진단과정은 손목에서만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네 가지 진단 과정 중에서 가장 먼저 들어오는 정보가 눈으로 보는 것이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얼굴을 살펴보고 체형을 분석하고 걸음걸이와 동작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관찰한다. 보고서 진단하는 망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얼굴이다. 관상가가 이목구비의 모양과 배치와 크기, 주름 등에서 길흉을 해석하듯이 한의사도 얼굴에서 아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얼굴에서 나타나는 정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색이다. 얼굴에서 나타나는 색이 화사하면 큰 병이 없다. 반대로 낯빛이 어두우면 그만큼 병이 심각하다. 만성질환으로 입원해 있는 환자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라. 푹 꺼진 눈에 초췌한 얼굴에 안색은 어둡다. 이 안색들이 나타나는 부위에 따라서 우리 몸 안쪽을 살펴볼 수 있는 힌트가 나온다.
 
자주 봤을 법한 간단한 예를 들면, 여름철 차가운 물에 들어가면 금세 입술이 새파랗게 된다. 심장의 기운이 약해지고 저체온증이 오는 경우다. 물에서 나와 몸을 데우면 큰 문제는 없지만 방치하고 놀다가는 응급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안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마와 미간 사이의 전체 부분이다. 이 부위에 나타나는 빛이 밝으면 병이 있더라도 예후가 좋지만 어둡다면 병이 점차 깊어진다는 의미이다. [사진 pixabay]

안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마와 미간 사이의 전체 부분이다. 이 부위에 나타나는 빛이 밝으면 병이 있더라도 예후가 좋지만 어둡다면 병이 점차 깊어진다는 의미이다. [사진 pixabay]

 
안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마와 미간 사이의 전체 부분이다. 이 부위에 나타나는 빛이 밝으면 병이 있더라도 예후가 좋고, 이 부분이 어두우면 병이 점차 깊어진다는 의미다. 장기에서는 심에 해당하는 부위인데 심은 혈액순환을 관장하는 심장일 뿐만 아니라 몸의 핵심을 말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에서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부위라고 설명한다.
 
이마가 심에 속하고, 턱 부분은 신에 속하고, 코는 비에, 왼쪽 뺨은 간에, 오른쪽 뺨은 폐에 소속시켜 그 부분의 빛을 보고서 파악하기도 한다. 그중에서 특히 코의 색깔을 중요하게 여겨 코가 검푸르면 통증이 있고, 누렇거나 벌건 기운은 열증이며, 하얗게 되는 것은 한증이라고 본다.
 
이런 색깔은 얼굴의 여기저기 부위에서 아주 복잡하게 판단을 하는데, 이편에서는 얼굴에서 나타나는 빛이 진단하는 방법의 하나구나, 안색이 아주 중요한 것이구나 하는 정도만 알고 넘어가자.
 
오장육부의 기운을 온몸과 연결하는 통로가 경락이다. 이 경락은 양적인 속성을 가진 양경락과 음적인 속성을 가진 음경락으로 나뉜다. 12가지 경락 중에서 양적인 속성을 가진 6가지 경락이 모두 얼굴에서 모이니, 우리 몸에서 가장 양적인 부분이 어디냐고 한다면 바로 얼굴이 된다. 일반적으로 뜨거움은 양의 속성이고, 차가움은 음의 속성이다. 그래서일까? 얼굴의 기운은 차가움을 잘 견딘다.
 
옛 선인이 묻는다.
“우리 온몸이 뼈와 힘줄이 다 있고, 기혈이 도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날씨가 추워졌을 때 손발이 꽁꽁 얼고, 몸도 추위를 느껴서 옷을 입어야 하면서 얼굴은 바깥에 내놓아도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에 당대의 가장 명망 있는 한의사인 기백이 대답하길
“몸의 모든 경맥의 기혈이 모두 올라가 이목구비에 작동하기 때문에 얼굴은 특별히 기혈이 더 많은 곳이다. 경맥의 기혈 흐름이 눈으로 가면 볼 수 있고, 코로 가서 숨을 쉬고, 귀로 가서 들으며, 입으로 가서 맛을 본다. 그래서 기가 위로 올라가 뜨겁다"라고 했으며, 의서에서도 "모든 양경맥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얼굴이 추위에 견딜 수 있다”고 하였다.
 
손발이 꽁꽁 얼고 몸도 추위를 느껴 옷을 껴입는데 얼굴은 바깥에 내놓아도 되는 까닭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의사 기백은 얼굴은 모든 양경맥이 모여있어 추위에 견딜 수 있다고 답했다. [사진 pixabay]

손발이 꽁꽁 얼고 몸도 추위를 느껴 옷을 껴입는데 얼굴은 바깥에 내놓아도 되는 까닭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의사 기백은 얼굴은 모든 양경맥이 모여있어 추위에 견딜 수 있다고 답했다. [사진 pixabay]

 
여러 양경맥 중에서 특히 위장과 연결된 족양명위경이라는 경맥은 얼굴과 이리저리 얽히면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망진을 할 때 정보 중에서 얼굴 면 자체에 뾰루지가 난다든지 빛이 안 좋은 게 생긴다면 대부분 위장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얼굴이 벌겋게 된 것은 위의 열 때문인데, 특히 과식하면 나타난다. 요즘 환자분들도 얼굴이 벌겋게 되어 온다면 저녁 식사를 조금 줄이게 지도하는데 그것만으로도 기운이 편안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물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얼굴이 벌건 것은 여러 가지 경우가 있으니 꼭 이것 하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얼굴이 시린 것은 위가 허한 것이라 동의보감에 나오는 진료기록으로 예를 들어 놓았다. 어떤 할머니가 얼굴이 시려서 바람이 불 때마다 힘들어하길래 물어보니 평소에 차와 과일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차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위장 기운이 차가워지니, 위장 기운을 위로 올라가게 해서 퍼지게 만들어 주는 부자, 인삼, 백출, 말린 생강, 감초 등으로 치료를 해서 낫게 했다고 한다.
 
또 얼굴이 붓는 것은 위장에 풍의 기운이 들어가서 그럴 수도 있다. 또 하나, 신장 쪽에 문제가 생겨도 얼굴이 부을 수 있으니 잘 감별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 외에 볼이 붓는 것, 여드름, 기미, 땀띠, 두드러기 등 얼굴에 생긴 질환들은 일단 위장의 기운을 먼저 다스리고 치료하면 훨씬 효과가 좋다.
 
옛말에 나이 마흔이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것처럼 얼굴은 살아온 인생을 대변하는 곳이다. 의학적으로 보면 살아오면서 건강한 기운이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얼굴이기도 하니 정말 중요한 것들이 내비치는 곳이 얼굴이기도 하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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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필진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동의보감을 연구하는 한의사다. 한국 최고의 의학서로 손꼽히는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제시하는 노년의 질환에 대비하는 방안을 질환별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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