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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과도한 여당의 김경수 판결 비판, 사법권 독립 흔든다

중앙일보 2019.02.11 00:07 종합 29면 지면보기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 리셋 코리아 수사구조개혁분과 위원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 리셋 코리아 수사구조개혁분과 위원

판결은 비판에서 자유로운 신성불가침 성역이 아니다. 판결도 사람이 하는 이상 사실 판단의 오류와 법률 적용의 잘못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판결에 대한 비판은 증거와 팩트, 법과 원칙에 따른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이어야 한다. 법관의 전속적 권한인 사실 인정이나 유·무죄 비판이 아닌 일반 법리에 대한 비판이어야 한다. 또 판사 개인이 아닌 판결 자체에 대한 비판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과 관련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 구속 판결에 대한 여당의 비판은 선을 넘었다. 민주주의 중요 요소이자 기본권 수호의 최후 보루인 사법권 독립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치의 생명은 어떤 검찰이 수사하든, 어떤 판사가 재판하든, ‘동일한 사건에 대해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국민의 신뢰이다. 여당의 비판은 이러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첫째, 심급제와 재심이라는 헌법상 보장된 불복 절차가 있음에도 여당은 1심 판결에 과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재판장인 성창호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민주주의 기반을 흔드는 선거 부정이 다시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역사 전범을 세워야 한다는 소명의식으로 객관적 증거를 통해 진실을 파헤친 판결을 내렸다고 필자는 본다. 양형도 여론 조작이 공론장을 오염시켜 국민 의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허무는 중대 범죄라는 점에서 수긍이 간다.  
 
물론 이런 평가와 달리 김 지사와 여당은 비판적 견해를 가질 수 있고 그것 역시 당연하다. 김 지사 등은 법이 정한 항소 절차를 통해 증거와 팩트로 결백을 입증하면 된다. 그런데도 김 지사와 여당이 1심 판결을 심하게 비판하는 것은 항소심 판사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사법권 독립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
 
둘째, 판사 탄핵 등의 압박은 법관 신분을 보장한 헌법에 정면으로 반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판결 직후 “사법 농단 실체가 드러나자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한 양승태 적폐사단이 조직적 저항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법관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이다. 법조인인 송영길 의원도 자신의 SNS에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 법정 구속은 판사의 경솔함과 오만, 무책임과 권한 남용”이라고 했다. 이는 법관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이다. 국정 운영에 책임을 진 여당은 판사 개인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 ‘법치의 와해’라는 부메랑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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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경험칙과 상식에 반하는 비판은 국민의 사법 불신만 초래한다. ‘사법 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의원은 “원래 지난(달) 25일 선고하기로 한 사건이었는데 선고 이틀을 앞둔 23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있던 날에 기일 변경 통지를 했다”고 주장했다. 성 부장판사를 ‘양승태 키즈’로 공격하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를 보고 판결 주문을 변경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170여쪽에 달하는 판결문 결론을 며칠 만에 정반대로 바꾸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인 박영선 의원도 유튜브에서 “10명 중 6명이 보복성 판결이라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 지사의 법정 구속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51.9%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8%에 불과했다. 소수 의견을 다수 의견처럼 해석한 것은 가짜뉴스라 할 수 있다.
 
“영원히 강한 나라도,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받드는 사람이 강해지면 나라가 강해지고, 법을 받드는 사람이 약해지면 나라가 약해진다(國無常强 無常弱, 奉法者强 則國强, 奉法者弱 則國弱).”(『한비자(韓非子)』 유도편(有度篇))
 
우리 모습은 어떤가. 법과 원칙이 지켜지고, 법을 받드는 사람이 많아져 나라가 강해지고 있는가, 아니면 법보다는 권력자의 목소리나 광장의 여론이 지배해 법치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가. 짧은 민주 헌정 역사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에 이른 우리의 법치는 확고부동한 통치 원리로 정착되지 못하고 광장과 권력의 목소리에 압도될 지경이다. 여야는 이번 판결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법보다 권력의 목소리나 광장의 여론이 더 크게 지배하며 빈사 상태에 처한 법치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공론장 오염을 막고 공정한 선거제도를 확립해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통합과 포용으로 더욱 단단해진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리셋 코리아 수사구조개혁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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