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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떠나고 문 봉쇄···개원 불투명해진 제주녹지병원

중앙일보 2019.02.11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 8일 찾은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지난 8일 찾은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지난 8일 낮 12시 서귀포시 토평동 2988-1번지.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찾았지만, 정면·측면·후면 등 모든 출입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일부 출입구는 모래주머니와 의자로도 봉쇄돼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줄어들며 보도블록 사이에는 잡풀이 자라 있다. 혹시 내부에서 인기척이 있지 않을까 “누구 없어요” 크게 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건물 인근에 조성된 주차장을 둘러봤지만 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병원 인근에 지어지고 있는 ‘헬스케어타운’내 리조트들도 공사 장비들이 모두 멈춰서 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사드·THAAD)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영향 등으로 돈이 돌지 않자 2017년 6월부터 공사가 잠정 중단됐고, 녹지그룹과 건설사 간 교섭까지 지연되면서 지난해 12월 말 공사가 완전히 중지된 상태다.
 
조건부로 허가된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인 중국 녹지그룹의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정상 개원이 불투명해졌다. 무엇보다 병원의 핵심 인력인 의사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의료연대 제주본부에 따르면 녹지병원은 현재 채용한 의사 9명 전원이 사직한 상태다. 녹지국제병원측이 현재까지 추가로 의사를 채용하지 않고 있는 점도 개원 불가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녹지국제병원이 오는 3월 초 진료를 개시하려면 의사 면허증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녹지국제병원의 모든 출입문이 잠겨 있다. [최충일 기자]

녹지국제병원의 모든 출입문이 잠겨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5일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외국인만 진료하도록 조건부 개설 허가를 냈다. 의료사업 허가를 받은 녹지국제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3개월(90일) 내인 오는 3월 4일부터 진료를 개시할 수 있다. 이때까지 병원 문을 열지 않으면 청문회를 거쳐 의료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다. 녹지그룹측 관계자는 병원 개원과 관련해 “담당부서 직원들이 휴가를 갔으며, 현재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녹지국제병원측은 지난 2017년 8월 제주도에 개설 허가를 신청할 당시 134명의 직원을 신고했다.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의 의사 외에도 간호사 28명, 간호조무사 10명, 국제코디네이터 18명 등이다. 1년 넘게 개원이 미뤄지면서 이 인력도 상당수 빠져나가 현재는 의사 외 인력 70여 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국제병원이 자리잡은 헬스케어타운내 리조트 공사현장. [최충일 기자]

녹지국제병원이 자리잡은 헬스케어타운내 리조트 공사현장. [최충일 기자]

이와 함께 ‘외국인 전용 개원’ 조건을 내세운 제주도 등을 상대로 녹지병원측의 법적 소송 가능성이 커지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약 8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에 대한 손해배상 명목의 소송이다. 녹지국제병원측은 조건부 허가가 이뤄진 직후인 지난해 12월 5일 제주도에 ‘극도의 유감’이라며 공문을 보내 “행정처분에 대해 법률절차에 따른 대응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소송 불사 의지를 내비쳤다.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 관광객으로 한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녹지그룹의 소송 가능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나 아직 문서나 공식적으로 통보된 바 없다”며 “녹지측에서 최종 결론을 어떻게 낼지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행정이 미리 앞질러 경우의 수 대비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한편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다음달 11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제주도 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녹지병원의 사업계획서를 부분적으로 공개하라고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정부와 제주도 등에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해 왔다. 반대단체들은 정부와 제주도, 녹지 측이 사업계획서를 공개하지 않고 불투명하게 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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