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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개 도축장 완전히 없애겠다”…다시 불붙은 개 식용 논란

중앙일보 2019.02.11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가축 도축업소(일명 건강원)를 운영하는 A씨는 올 초부터 개는 도축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서울시 담당 공무원들에게 ‘앞으로 개는 도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A씨는 “개고기 수요가 몇 년 새 눈에 띄게 줄긴 했지만, 전체 매출의 20% 정도는 차지해왔다”며 “2006년부터 해온 일이라 포기하기 어려웠지만 공무원들이 계속 찾아와 시민 정서나 민원을 근거로 설득해 할 수 없이 관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기견 다룬 언더독 관람 뒤 발언
육견업계 “자영업 생존권 침해”
동물보호단체선 “판매도 안 돼”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9일 오후 애니메이션 언더독을 관람한 후 "서울 시내서 개 도축장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9일 오후 애니메이션 언더독을 관람한 후 "서울 시내서 개 도축장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서울에서 식용견 도축업소가 자취를 감췄다.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경동시장 내에 남아있던 서울의 마지막 식용견 도축업소 두 곳이 올초부터 개 도축을 그만뒀다. 이런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시내에서 개 도축업소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밝히면서 오랜 식용견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박 시장은 9일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유기견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을 관람한 뒤 ‘관객과의 대화’를 갖고 “조만간 서울에서 개를 잡는 업소가 완전히 없어지면 제가 곧 선언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경우 개를 잡는 시장이 과거 청량리 등에 있었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거의 없앤 상태”라며 “한두 군데 남았다고 하는데 강제로 할 순 없기 때문에 여러 방식으로 압력을 가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9일 애니메이션 '언더독'을 관람한 후 "서울 시내에서 개 도축업소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카라]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9일 애니메이션 '언더독'을 관람한 후 "서울 시내에서 개 도축업소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카라]



박 시장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서울에 공식적으론 존재하지 않는 개 도축업소를 앞으로도 한 곳도 남기지 않고 없애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시장의 전격 발표 이후 반려동물인 개를 식용으로 도축해선 안된다는 입장과 도축업자들의 생업을 빼앗는다는 반론이 맞선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르면 개는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가축’에 포함되지 않는다. 도축·유통·판매를 규제할 법적 근거 자체가 없다. 다만 동물보호법에 따라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이운오 서울시 동물관리팀장은 “법적으로 개 도축 자체를 막을수 없기 때문에 식품위생법 위반이나 도로 무단 점용 등을 단속하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고, 설득해 왔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보신탕집은 2005년 500여 곳에서 2014년 300여 곳으로 줄었다. 정정희 서울시 외식업위생팀장은 “현재는 100여 곳 정도 남아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육견단체협의회가 개최한 집회에 등장한 피켓들.[중앙포토]

한국육견단체협의회가 개최한 집회에 등장한 피켓들.[중앙포토]

 
육견업계는 “극소수 개 도축장의 불법 등이 마치 전체로 비춰져 매도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육견인연합회의 조환로 사무총장은 “서울엔 이미 개 도축업소가 없는데도 서울시장의 이같은 발언은 정치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기견 영화와 개 도축장 폐쇄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유기견 발생을 방지하는 강력한 대책을 만들어야지 왜 도축장 폐쇄부터 얘기하느냐”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개·고양이 도살 금지법 촉구 국민대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개·고양이 도살 금지법 촉구 국민대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동물보호단체는 개를 ‘식품’으로 봐선 안되고, 개 도축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서울시 방침은 환영하지만, 서울에 있던 개 도축 시설이 지방으로 옮겨가면 의미가 없다. 또 관리·감독이 미치지 못하는 음지의 도축장들에 대해서도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근본적으론 식용견 도축과 판매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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