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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어느새 펼쳐진 고행길

중앙일보 2019.02.11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8강전> ●안국현 8단 ○롄샤오 9단  
 
4보(53~66)=안국현 8단이 53으로 늘자 롄샤오 9단의 다음 착수가 날카롭다. 54, 이 수는 안국현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 묵직한 후회감이 안국현의 목덜미를 엄습했다. 느슨하게 대처하는 사이 상대에게 급소를 찌를 기회를 내준 것이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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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53으로 얌전하게 늘어두는 대신 '참고도1' 흑1로 먼저 한 칸 뛰었어야 했다. 백2로 나갈 수밖에 없을 때 흑3으로 멀리 도망간 다음, 신속하게 흑5로 하변을 선점하면 편하게 반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뒀다면 뒤탈 없는, 흑의 순조로운 전개가 예상된다. 
 
참고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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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전은 54로 허를 깊숙히 찔리는 바람에 흑은 일단 55로 웅크릴 수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백은 56으로 한걸음 먼저 달아났다. 마음이 급해진 안국현 8단은 우격다짐으로 백을 위협하기 위해 57을 뒀는데 이 또한 성급한 실수였다. 실수가 실수를 낳는다.
 
참고도2

참고도2

그렇다면 57은 어디에 둬야 했을까. '참고도2' 흑1로 백을 끊어 백2~8로 계속 늘어갈 때 흑9로 가볍게 뛰어놓는 것이 좋았다. 그런 다음 흑11로 하변을 선점하면 무리 없이 국면을 장악할 수 있었다. 실전은 58~64까지 롄샤오 9단의 반격에 대응할 수 있는 흑의 카드가 없다. 잇따른 두 번의 판단 착오로 안국현 9단의 고행길이 예상되는 바둑이다. 그는 이 가시밭길을 어떻게 해쳐갈 것인가.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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