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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더 걷은 세금 25조원 역대 최대…국민들 호주머니가 만만한가

중앙일보 2019.02.11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정부는 매년 세금이 얼마나 들어올지(세입) 전망한 뒤, 여기에 맞춰 나랏돈 지출(세출) 계획을 짠다. 세수가 전망보다 모자라면 써야 할 데 못 써 난리지만, 너무 넘치면 쓸데없이 세금을 거둬들였다는 얘기다. 지난해 나라 살림은 너무 넘쳤다. 그것도 무려 25조원이나.
 

정부, 4년 연속 세수예측 실패
불경기에 나라 곳간만 채운 셈

정부가 국민·기업 호주머니를 털어 나라 곳간을 채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2018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9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세입예산(268조1000억원) 대비 25조4000억원(9.5%)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경제 전망이 틀리는 것처럼 세수 예측 또한 실제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액수가 너무 큰 데다 4년 연속 틀리는 것은 뭔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다. 초과 세수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초과 세수는 2015년 2조2000억원, 2016년 9조9000억원, 2017년 14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25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해마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땜질’ 정책을 반복하는 것도 세수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다. 4년째 빗맞는 예측을 내놨다면 정부 ‘세수 추계 모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지나친 초과 세수는 경제 작동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세금을 적정 수준 이상 걷으면 세금을 내는 주체인 민간 영역이 위축돼서다. 돈은 정부보다 민간에서 돌아야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 특히 지난해는 생산·투자·고용이 역대 최악 수준으로 나빠졌다. 경기가 뒷걸음질하는데 민간으로 갔어야 할 재원을 정부가 가져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재정 건전성을 지키려는 정부의 ‘보신주의’가 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경기가 고꾸라지는 상황에선 나라 곳간을 지키기보다 파격적인 감세와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운신 폭도 좁아진다. 초과 세수가 20조원 넘는 상황에서 소득주도 성장, 보편적 복지를 위한 증세를 추진한다면 국민이 쉽게 수긍할 수 있을까.
 
‘경제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이처럼 수년째 세수 예측에 실패하자 세수 전망 무용(無用)론까지 나온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측도 어느 정도 벗어나야지 25조원은 너무 심한 ‘오답’”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세수를 예측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4년째 “세수 추계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앵무새 같은 해명만 내놓고 있다.
 
정부 말대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이 경제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버는 것만큼 쓰는 것도 중요해서다. 세수 예측이 정확해야 미리 적정한 지출 규모·시기를 정해 재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정부가 세금을 제대로 쓸 수 없다면 차라리 세금을 줄여 민간에 돌려주는 게 낫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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