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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마감 이틀 남기고 '치킨 게임'으로 치닫는 한국당 전당대회

중앙일보 2019.02.10 18:18
일정 연기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2ㆍ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심재철ㆍ정우택ㆍ주호영ㆍ안상수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5인은 10일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2ㆍ27 전대는 2주 이상 연기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12일에 후보 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선 일정도 전면 중단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회동엔 불참했지만, 보이콧 행렬에 동참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대 후보 6명과 함께 전대 보이콧에 동참한 바 있고, 이유도 이미 밝혔기 때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더 이상 전대 관련으로 내 이름이 거론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당권 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의원(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 심재철 , 정우택 의원이 10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한 뒤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화 통화로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혀 공동 입장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당권 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의원(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 심재철 , 정우택 의원이 10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한 뒤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화 통화로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혀 공동 입장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그간 이들은 27~28일 예정된 북미회담과 전당대회가 겹친다는 점을 들어 연기를 요구해왔다. "룰 미팅도 한번 가지지 않고, 특정인을 추대하는 전당대회로 전락하고 있다"는 불만도 공공연히 토로했다.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연기 불가 사유로 내세운 장소 대관 문제에 대해서도 이들은 “장소 확보가 어렵다면 여의도공원 등 야외라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당 대표 출마 소감을 말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당 대표 출마 소감을 말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하지만 당 선관위는 요지부동이다. 선관위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제1야당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 일정이 흥행을 이유로 연기된다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이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또한 “전대 개최 시기 변경 관련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각 후보자 대리인으로부터 요청사항을 충분히 청취했고,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와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할 경우의 장단점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당으로선 이 결정을 양보할 수 없다”라며 “후보들의 편의 문제보다는 공당으로서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게 비대위의 임무이자 의무”라고 밝혔다.
 
이에 오 전 시장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특정 후보의 책임당원 자격을 원칙 없이 부여했던 비대위와 선관위가 공당 운운하며 원칙을 얘기한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관용 자유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둘째)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선관위 회의를 마치고 전당대회 일정을 연기하지 않기로 했다는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박관용 자유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둘째)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선관위 회의를 마치고 전당대회 일정을 연기하지 않기로 했다는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전대 등록 마감(12일)을 이틀 남겨둔 상황에서 6명의 후보와 당 선관위가 '보이콧'과 '원칙 고수'로 맞서면서 한국당 전당대회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황으로 접어들게 됐다. 당장 한국당 지도부는 비상이 걸렸다. 각 후보 측에 접촉해 전당대회 복귀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미 당 선관위가 일정 고수를 천명한 만큼 "TV 토론회 횟수 증가 등 세부적인 룰 조정 정도로 과연 6명을 복귀시킬 명분이 줄 수 있겠는가"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일각에선 "황교안 1강 구도로 레이스가 진행되면서 당선 가능성이 약해진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 등 6인이 북미회담을 빌미로 경선 보이콧이라는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다"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황교안 전 총리가 1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황교안 전 총리가 1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에 따라 당 지지율 상승과 함께 보수진영 유력주자가 총출동하는 '미니 대선급 경선'이 될 것으로 예견됐던 한국당 전당대회는 보수성향이 강한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만 등장하는 양자 대결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황 전 총리는 9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양보할 수도 있지만, 당에서 정한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김 의원도 정치적 입지를 올릴 수 있는 기회다.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인제, 한화갑이 빠지며 ‘경선 지킴이’로 정치적 입지가 부상했던 정동영 평화당 대표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9일 입장문을 내고 “멋지게 경쟁해보자. 그만 징징거리고 들어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성운·김준영 기자 pirate@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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