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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제 활용, 각자도생으론 해결 안돼

중앙일보 2019.02.09 14:00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24)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그는 우리나라의 인구문제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한국은 집단자살 사회'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의 출산율을 보면 총재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준다. [EPA]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그는 우리나라의 인구문제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한국은 집단자살 사회'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의 출산율을 보면 총재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준다. [EPA]

 
2017년 한국에 다녀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우리나라의 인구문제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한국은 '집단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으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재정이 악화하는 악순환에 들어서는데 이게 집단 자살 아니겠냐"고 했다.
 
지금 한국에 벌어지고 있는 합계 출산율 ‘1.0 붕괴 쇼크’는 라가르드 총재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준다. 기존인구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합계 출산율은 2.1명이다. 결혼은 두 명이 하니 두 명 이상은 낳아야 기존인구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고령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이 고령 인구를 지원할 국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수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출산율로 누가 그 재원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국회 예산정책처가 2017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소 가정에 무리가 있지만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2020년대에는 905조원, 2040년엔 4703조원으로 늘어난다고 계산한 바 있다.
 
이렇게 따지면 지금의 국가 재정 수준을 유지하려면 2017년 당시 27세 청년이 50세가 되면 세금 부담이 부모세대의 7배, 7세 아이가 50세가 되면 16배가 된다는 의미다. 지금 청년 실업이 한계를 넘어 선 상황인데, 7세의 아이들은 차치하고라도 지금은 30세가 되었을 그들이 20년 정도 내에 7배의 세금을 낸다는 게 가당키나 한 얘기인가?
 
지금 우리 청년들이 이렇게 취업이 힘든데 세금을 줄여 주어도 시원치 않을 것인데 통계적 오류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나 많은 세금을 산술적으로 더 내야 한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한국전시컨벤션 산업위크' 행사를 찾은 한 취업준비생이 상담에 앞서 전시-컨벤션 업체들의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한국전시컨벤션 산업위크' 행사를 찾은 한 취업준비생이 상담에 앞서 전시-컨벤션 업체들의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런데 이렇게 가정해 보자. 통계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반만 믿자. 그러면 지금 세금의 3배다. 그래도 오류가 있을지 모르니 1/3만 믿자. 그래도 지금 세금의 2배다. 무엇을 어떻게 가정하든 간에 지금의 집단 자살적 출산율은 바로 우리의 다음 세대들의 세금 폭등을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그럴 경우 과연 우리가 기대하는 국민연금은 온전할까? 국가가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개정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안전할까? 직역연금인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은 안전할까? 예상컨대 어느 연금이라도 안전한 것은 없어 보인다. 아무리 국가가 보장해 준다는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어도 재정이 궁핍하게 되면, 다른 말로 세금 낼 인구가 없으면 연금 간에 먼저 재정을 가져가려는 쟁탈전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면 세금을 더 올려야 하는데 세금 낼 아이들을 이렇게 낳아서는 도저히 해답이 없다. 이것은 팩트(fact)로 보인다. 왜냐하면 인구는 달나라나 화성에서 데려올 수 없고 동남아나 북한에서 모셔와서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의 하나인 스파르타가 무너진 이유가 국가 유지의 결정적인 변수인 인구감소를 방치한 결과였다. 서구 유럽에서 흑사병 때 인구감소가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겪은 북유럽 국가들은 출산율이 기존인구 유지출산율인 2.10 이하로 떨어지면 국가 비상사태로 인지하기 시작해 2.0명 이하로 떨어지면 실체적이고,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대응을 해 나간다.
 
우리가 한 가지 분명히 명심해야 할 명제는 인구 감소는 국가 존망의 결정적 변수라는 것이다. 콜먼(David Coleman, 2006) 옥스퍼드대학 교수는 인구감소는 다양한 형태로 국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즉, 노동력 부족에 따른 경제성장이 위축되고,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지출 축소 및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국내시장 위축으로 해외의존도가 심화하고, 고령화에 따라 생산성 및 혁신능력 저하로 인한 생산능력이 감소하고, 군사안보 대응능력 역시 감소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지위(political power) 하락 등 한 국가에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1월 인구동향'을 보면 11월 출생아 수는 2만7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6%(1800명) 감소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병원 신생아실의 빈 아기침대. [뉴스1]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1월 인구동향'을 보면 11월 출생아 수는 2만7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6%(1800명) 감소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병원 신생아실의 빈 아기침대. [뉴스1]

 
헨리덴트(Henry Dent 2014)는 “한국은 2018년 인구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인구축소→시장축소→기업투자축소→취직난→취직 포기세대 증대→저출산→ 인구축소”의 ‘사라지는 미래의 순환 고리’가 돌고 도는 것이다. 결국 우리 개개인은 삶의 안전망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예정된 수순이라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가 의지할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요사이 가장 무서운 말 중의 하나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이지 않을까 싶다. 즉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이 말은 나 이외에는 누구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 미래가 현실이라고 경종을 울리는 서글픈 말이다. 이쯤 되면 무엇이라도 의지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그 지푸라기 중 가장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 퇴직연금제의 제대로 된 활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또 뻔한 이야기한다고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 물론 또 뻔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 뻔하다는 말에 답이 있을 수 있다. 뻔하기 때문에 무시하거나, 간과하거나, 나 몰라라 하면 각자도생을 할 가장 현명한 수단인 퇴직연금제를 걷어차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 가입자 누구도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가입자 개인으로서는 어떻게 해 볼 방법이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너무 힘들기 때문에 모든 관련자가 이들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상생할 수 있다.
 
사실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 이대로라면 우리의 노후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퇴직연금제 활용만으로 우리 노후를 윤택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퇴직연금제의 활용이 기초 중의 기초이고, 여기서부터 노후준비를 시작해야 최소한의 준비를 할 수 있다. 각자도생해야만 한다면 그 출발점은 요행이 아니라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제로베이스의 출발점에서 퇴직연금제를 내 노후설계의 중심에 세우기를 바라본다.
 
김성일 (주)KG제로인 연금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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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김성일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필진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고령화하는 나라입니다. 100세 시대를 온전히 살아가려면 자산을 연금화해 오래 쓰도록 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제를 활용하는 개인이 늘고 있는 건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활용도는 낮은 수준입니다. 퇴직연금제는 앞으로 수 년 내 직장인의 가입이 의무화될 뿐 아니라 모든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개방될 전망입니다. 미국에선 우리의 퇴직연금제에 해당하는 401K 도입으로 월급쟁이 연금 부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노후생활의 안착을 책임질 퇴직연금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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