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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무대는 보너스…러시아가 만든 은반 위 로맨스

중앙일보 2019.02.09 09:00
[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52) 영화 '아이스'
[※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어린이 동화 ‘장님과 앉은뱅이’를 보면 걸을 수 없는 앉은뱅이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장님 친구와 함께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갑니다. 두 사람은 서로 걸을 수 없다는 점과 앞을 보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결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앉은뱅이는 장님의 눈이, 장님은 앉은뱅이의 다리가 되어 마을로 향하죠.
 
피겨요정 나디아(아글라야 타라소바 분)와 똘끼 충만 아이스하키 손수 사샤(알렉산더 페트로프 분)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아이스'. [사진 마노엔터테인먼트]

피겨요정 나디아(아글라야 타라소바 분)와 똘끼 충만 아이스하키 손수 사샤(알렉산더 페트로프 분)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아이스'. [사진 마노엔터테인먼트]

 
영화 소개인 줄 알았더니 무슨 동화 이야기냐 싶으셨을텐데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를 보고 이 동화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부상으로 얼음 위에 설 수 없게 된 피겨요정 나디아(아글라야 타라소바 분)와 똘끼 충만 아이스하키 선수 사샤(알렉산더 페트로프 분)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영화 ‘아이스’ 입니다.
 
나디아는 어린 시절 피겨 스케이팅을 하고 싶어 엄마와 함께 코치를 찾아갑니다. 그녀의 연기를 본 코치 샤탈리나(마리야 아로노바 분)는 구부정한 몸, 휘어진 다리로 시간 낭비하지 말라며 악평을 하는데요. 엄마는 나디아에게 코치의 말은 전달하지 않고 그녀가 최고라며 칭찬을 해 주죠.
 
이후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연습에 매진한 나디아는 어렵사리 샤탈리나의 팀에 합류하게 됩니다. 남들보다 부지런하고 독하게 연습한 그녀는 피겨스케이팅의 간판선수 레오노프(밀로스 비코비치 분)의 파트너로 선발되면서 선수로서 승승장구합니다.
 
선수에게 최고 권위인 아이스 컵 진출을 앞둔 어느 날 아이스 쇼 무대에서 무리한 동작으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얻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아이스 컵 진출이 어려워진 건 둘째치고 평생 해 온 피겨스케이트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합니다. 
 
피겨스케이팅의 간판선수 레오노프(밀로스 비코비치 분)와의 아이스쇼 무대에 선 나디아. 여기에서 나디아는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사진 마노엔터테인먼트]

피겨스케이팅의 간판선수 레오노프(밀로스 비코비치 분)와의 아이스쇼 무대에 선 나디아. 여기에서 나디아는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사진 마노엔터테인먼트]

 
이때 샤탈리나 코치는 좌절감에 빠진 나디아에게 사고뭉치 아이스하키 선수 사샤를 재활파트너로 붙여줍니다. 재활파트너라는 말이 무색하게 휠체어에 의지한 나디아를 광활한 바이칼 호 빙판 위에 버려두거나 언덕에서 밀어버리죠. 심지어는 그녀의 얼굴을 골대 삼아 퍽을 날리기도 합니다. 물론 이 모든 일은 나디아의 재활을 위한 명목인데요. 사샤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을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
 
피겨스케이트는 물론 삶의 희망도 잃어버린 나디아는 사샤의 긍정에너지로 인해 서서히 변해갑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난 또 다른 작품이 있었는데요. 바로 마리옹 꼬띠아르가 주연을 맡은 프랑스 영화 '러스트 앤 본' 입니다. 영화의 성격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캐릭터와 내용이 유사합니다. 
 
이 영화는 전직 삼류 복서 알리(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분)와 다리를 잃은 범고래 조련사 스테파니(마리옹 꼬띠아르 분)의 이야기입니다. '아이스'와 마찬가지로 다리를 잃은 스테파니는 우연히 클럽에서 알리의 도움을 받게 되고 이후 그가 필요할 때마다 불러내죠. 
 
전직 삼류 복서 알리(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분)와 다리를 잃은 범고래 조련사 스테파니(마리옹 꼬띠아르 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러스트 앤 본'. [중앙포토]

전직 삼류 복서 알리(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분)와 다리를 잃은 범고래 조련사 스테파니(마리옹 꼬띠아르 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러스트 앤 본'. [중앙포토]

 
단지 육체적인 관계에만 집중하던 그들은 점차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변해가는데요. 알리는 스테파니에게 혼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고 스테파니는 알리에게 진정한 사랑을 가르쳐 주며 삶의 희망을 찾게 됩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이라면 역시 비슷한 캐릭터와 비슷한 고난을 겪는다는 것인데요. 반면 '아이스'에선 사샤라는 캐릭터가 상황의 우울함을 날려버리고 시종일관 쾌활함을 느낄 수 있다면, '러스트 앤 본'에서는 영화 자체가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스'의 감독이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CF를 연출한 점도 영화의 '쾌활함'에 한몫했다고 봅니다. 젊은 층에 뜨거운 지지를 받는 올레그 트로핌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라고 하네요.
 
나디아와 샤샤가 피겨 스케이트 안무를 하고 있다. 피겨 강국에서 만든 피겨 영화다 보니 아름다운 피겨 스케이팅 장면을 영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진 마노엔터테인먼트]

나디아와 샤샤가 피겨 스케이트 안무를 하고 있다. 피겨 강국에서 만든 피겨 영화다 보니 아름다운 피겨 스케이팅 장면을 영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진 마노엔터테인먼트]

 
또한 이 영화가 러시아 영화라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 하면 피겨 스케이트가 생각날 정도로 피겨 강국인데요. 그런 러시아에서 만든 피겨 스케이트 영화니 알 만하죠? 화려한 색감과 음악과 함께 아름다운 피겨 스케이팅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눈이 되고 다리가 되었던 동화 '장님과 앉은뱅이'처럼 나디아와 사샤도 서로의 한 부분이 되는 과정과 함께 우리나라 피겨 요정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며 응원했던 것처럼 나디아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아이스
영화 '아이스' 메인포스터.

영화 '아이스' 메인포스터.

감독: 올렉 트로핌
각본: 올렉 말로비치코, 안드레이 졸로타레프
출연: 아글라야 타라소바, 밀로스 비코비치, 알렉산더 페트로프
촬영: 미하일 밀라신
음악: 안톤 벨라예프
장르: 뮤지컬/로맨스/멜로/드라마
상영시간: 90분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일: 2019년 2월 7일
 
러스트 앤 본
영화 '러스트 앤 본' 메인포스터

영화 '러스트 앤 본' 메인포스터

감독: 자크 오디아드
각본: 자크 오디아드, 마르티네 카시넬리, 파스칼 코슈트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촬영: 스테판 퐁텐
음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장르: 드라마/로맨스/멜로
상영시간: 120분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일: 2013년 5월 2일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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