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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매입의 공식, 물밑 ‘이사 교체’로 운영권 확보

중앙선데이 2019.02.09 00:46 622호 4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대학 사고팔기 실태
인천광역시 강화군 석모도에 있는 삼산승영중학교는 전교생이 100명이 안 되는 소규모 학교다. 이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삼산승영학원 산하엔 현재 중학교밖엔 없다. 교육부는 명지대·명지고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에 대해 명지전문대를 삼산승영학원에게 분리해주라고 2017년 11월 조건부로 승인했다.  

 
명지전문대는 재학생수만 7000여 명이고, 토지와 건물 등 고정자산(장부액 기준)은 1300억원이 넘는다. 한 해 예산이 1억원이 안 되는 중학교 운영 법인이 전문대의 운영주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후 명지전문대 기획실은 “삼산승영학원 측이 대학 내 모든 사항을 보고하고 대학 내 업무 수행 공간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질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명지학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상속세 포탈 등의 혐의로 수감 중인 유지양 효자건설회장이 2010년 4월 현금 30억원과 부동산 등 총 500억원을 명지학원에 주고 명지전문대 운영권을 넘겨받기로 합의서를 체결했으며, 이후 중학교 운영 학원이 이를 넘겨받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 회장과 명지학원 사이에 법적 분쟁이 꼬리를 물고 있어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명지전문대 운영권은 넘어가지는 않은 상태다.
 
사립대학을 비롯한 사립학교의 운영주체는 법인이며, 법인의 핵심은 이사회다. 학교법인은 복지법인과 마찬가지로 비영리법인이며, 땅이나 교사(건물) 같은 기본재산과 수익용 기본재산을 보유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사와 직원을 고용하고 학생을 뽑아 교육을 한다. 학교 거래 또는 대학 거래는 학교 건물이나 땅을 팔고사는 게 아니다. 학교의 운영주체인 법인이 다른 법인에 운영권을 서로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법인이 소유한 기본재산의 처분은 관할 행정기관(초·중·고교는 교육청, 대학은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규정이 까다로워 기본재산을 건드리긴 쉽지 않다. 안양대의 이사 교체 논란으로 불거진 대학 사고팔기의 실체는 법인의 임원(이사) 교체를 매개로 한 운영권의 사고팔기다. 학교를 인수하는 측이 희망하는 이사를 심고, 기존 이사는 사퇴하며, 그 대가로 돈을 주는 것이다.
 
 
50억짜리 계약서에 가짜 직인
 
[그래픽=이은영 기자 lee.eunyoung4@joins.com]

[그래픽=이은영 기자 lee.eunyoung4@joins.com]

전남 순천의 청암대를 사려던 건설업체 대표 임모(58)씨는 2015년 9월 이 대학의 한 직원과 ‘법인양도양수계약서’를 교환했다. 계약서상 계약금은 10억원. 이사회 임원수(8명) 중 4명이 순차적으로 사퇴하면 임씨는 학교 측에 돈을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은 이사장의 사퇴다. 임씨의 희망대로 이사진이 교체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1심 재판(광주지법 순천지원) 과정에서 대금 총액 50억원의 법인양도양수 계약서는 위조 직인이 찍힌 허위 계약서란 사실이 드러났다. 그 결과 임씨와의 계약을 중계했던 대학 직원은 결국 사기혐의로 7년형을 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돈을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소행 청암대 교수협의회장은 “학교 매각 관련해서 그간 몇 번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청암대 사례처럼 계약금 등을 먼저 주고 이사 교체를 기다렸으나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벌어진다. 이사 교체를 매개로 벌어지는 운영권 사고팔기는 은밀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준 돈을 받아내지 못하고 떼이는 것이다.
 
또한 운영권 사고팔기는 개인 간 거래여서 학교 내 학생 등 구성원도 중간과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교육부는 이사를 교체하려는 법인의 승인신청을 받아 처리하는데 이 때 승인요청이 들어온 이사가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는다. 법적으로 이사가 될 수 있는지 여부만 본다. 내부자 고발로 비리가 터져나와야 교육부는 그때 움직인다. 전문대인 J대 전 총장이었던 류모(63)씨가 2010년 서울에 있는 한 사립고교 이사장에게 77억원을 주고 이사장과 기존 이사들을 교체시켰으나 류씨가 J대 총장 시절 교비를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운영권 인수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게 됐고 교육부가 이 대학에 대한 감사를 벌여 비리를 밝혀냈다.
 
그렇다면 운영권 사고팔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검찰은 그동안 법인 운영권을 넘기고 돈을 받은 사람은 형법상 배임수재죄, 돈을 준 사람은 배임증재죄를 적용해 사법처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법인 운영권 사고팔기에 대해 합법이라는 일관된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4년 “학교법인 이사장이 법인 운영권을 넘겨주고 이를 넘겨받는 사람에게서 그 대가로 양도대금을 받기로 하는 ‘청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청탁이 학교법인의 존립에 중대한 위협을 명백하게 초래하지 않는 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유지양 회장과 류모 전 총장 모두 법인 운영권을 돈 주고 넘겨받은 것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운영권 사고팔기를 통해 법인의 운영주체가 바뀌더라도 학교가 없어지거나 기본재산을 팔아치우는 게 아닌 만큼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시 무죄판결을 받은 S학원 이사장 양모씨는 16억5000만원을 받고 박모씨에게 법인 운영권을 넘겼고, 박 이사장은 이후 교사와 직원 채용 과정에서 금품을 받았으나 대법원은 전 이사장인 양모씨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을 보면 양씨는 사실 그 돈의 대부분을 자녀 교육비나 병원비, 노후 생활자금으로 사용했을 뿐이며, 학교발전을 위해 내놓은 것도 아니었다.  
 
김태선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법원이 운영권을 돈 받고 넘겨준 이사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비영리법인의 이사는 학교설립 목적에 맞게 사무를 처리해야 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영리법인 상속세 비과세 허점 노려

다만 운영권 사고팔기 과정에서 주고받은 돈은 사례금에 해당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부산광역시에 있는 K학원 김모 이사장과 남편이 30억원을 받고 김모씨에게 고교 운영권을 2006년 넘겨줬으며, 이를 근거로 세무당국이 종합소득세 13억5000여만원을 부과했는데 법원은 이러한 세무당국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운영권 사고팔기를 둘러싼 뒷돈이 사례금으로 간주되더라도 세금이 뒤따라붙는다. 문제는 사례금에 대한 세율이 높다는 데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운영권 양도대금의 46.2%(기타소득세 42%, 지방세 4.2%)다. 돈을 받고 운영권을 판 사람이 대금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를 회피하려는 꼼수도 벌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차를 두고 임기만료되는 이사들을 자동 교체해 법인 운영권이 다른 사람으로 바뀐 사실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학교와 같은 비영리법인에 상속 또는 증여세 면세혜택을 주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유 회장이 명지전문대 운영권 인수계약을 맺으면서 부친(고 유상식)의 상속재산을 명지학원에 증여한 것처럼 해 상속세를 면제받으려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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