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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 줄어 재정난 빠진 사립대, 양진호도 노린 ‘먹잇감’

중앙선데이 2019.02.09 00:42 622호 5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대학 사고팔기 실태 
서울시내 사립 A대는 2010년 이후 여러 차례 인수설에 휘말렸다. 직원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로봇대학을 신설하기 위해 A대학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임원 중 일부가 지난해 이 대학 관계자와 접촉해 인수 가능성을 타진한 사실이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에 보도된 적도 있다. 법인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는 “법인이 짊어지고 있는 빚이 별로 없는 반면 부동산이 있다. 설립자나 이사장 등의 리더십이 강하지 않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몇 년 후엔 교직원 월급에 손을 대야 할 상황이 올지 모른다. 교직원들도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의 변화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엔 서울시내 4년제 모 대학이 이 대학을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도 나왔다.
 
일부 사립대 법인을 ‘먹잇감’으로 삼아 삼키려는 시도는 이처럼 한국 대학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국내 사립 전문대와 일반대를 운영하는 법인이 2016년 회계에서 거둔 전체 운영수익(결산기준, 법인일반회계 자금계산서상 운영수입에서 운영지출을 뺀 금액)은 4115억원. 2017 회계에선 그 액수가 3465억원으로 뚝 떨어져 650억원(15.8%) 감소했다.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 10년이 넘는 등록금 동결의 여파가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 때문에 A대학처럼 부채가 많지 않고, 이사회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서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은 인수 소문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A대학 말고도 3~4개 대학이 법인 거래 시장에서 항상 거론된다. 구매자 입장에서 대학은 등록금 등 현금을 받아 운영하고 이사장 자리는 대를 이어 물려 줄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자금 동원력이 있는 개인이나 기업이 기존 법인을 인수하는 이유는 학교법인을 신설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4년제 대학 법인 신설 때 300억원(종전 100억원), 전문대 법인 신설 때 100억원(종전 70억원)의 현찰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기존 지방 사립대 법인 중 일부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 진출을 희망한다. 수도권에 있는 사립대 법인을 인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 인수는 학교 부채를 갚거나 출연금을 낼 수 있는 개인이나 기업에 의해 이뤄졌다. 두산그룹이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할 때 김희수 당시 이사장(2012년 별세)이 설립한 수림재단에 1200억원을 출연했다. 대학에 출연하는 게 아니라 이사장이 운영하는 복지재단에 출연해 대학을 인수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쓴 것이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서원대를 2012년 인수한 손용기 에프액시스 대표(현 이사장)도 현금 105억원과 부동산 등을 출연하고, 대학이 보유했던 채권 등을 떠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 정도의 금액을 내놓을 수 있는 재력가나 기업은 거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이사장은 “의대가 있는 대학이라면 모르겠으나 지방대를 500억원 가까이 주고 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며 “서원대가 약속대로 실제 출연했는지 모르겠으나 현시점에서 보면 너무 비싸게 산 거 같다”고 말했다.
 
또한 사립대 법인은 대학 교직원을 고용하는 주체로서 이들의 사학연금, 건강보험, 산재·고용보험료 같은 법정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전국 사립대 법인 293곳(중복 제외) 중 190개(65%)가 지난 6년(2012~2017년 회계)동안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학생이 내는 등록금 등으로 구성된 교비로 이 부담금을 전가했다. 지금까지 그냥 넘어간 것이다. 교육부가 법인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순간 법인은 이를 고스란히 물어야 한다. 법인을 인수할 매력도 확 떨어진다. 명지전문대의 법인 관계자는 “대부분 대학의 교직원 임금구조가 호봉제여서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불어나는 데다 법정부담금까지 떠안기면 법인은 그대로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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