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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과이도 vs 러- 마두로…그들의 ‘앞날’ 군부에 달렸다

중앙선데이 2019.02.09 00:35 622호 8면 지면보기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베네수엘라 ‘두 대통령’
베네수엘라의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왼쪽)과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AFP=연합뉴스]

베네수엘라의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왼쪽)과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AFP=연합뉴스]

‘한 나라 두 대통령’이란 딜레마에 빠진 베네수엘라 정국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남미 좌파의 맏형격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에 미국과 러시아·중국 등 강대국들이 깊숙이 개입하면서다.

트럼프, 중남미 좌파 정권 척결 노려
마두로의 돈줄 국영석유회사 제재

중·러 “미국의 간섭은 국제법 위반”
EU·중남미 13개국 “외세 개입 말라”

과이도, 군부 지지 확보 나섰지만
차베스 밀던 군부가 응할지 미지수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강하게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 개입 의지까지 내보였다. 궁극적으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에서 좌파 사회주의 정권을 몰아내겠다는 심산이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중남미 사회주의 정권을 수호하겠다는 의지 표명인 동시에 미국 주도의 중남미 재편 전략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강대국 간 갈등 증폭에 군사적 해결책까지 거론되자 국제사회도 나섰다. 유럽연합(EU)과 중남미 13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교섭그룹(ICG)’은 지난 7일(현지시간) 우루과이에서 회의를 열고 대선 재실시와 외세 개입 금지를 촉구했다. 앞서 미주 14개국이 결성한 리마 그룹도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에 강력히 반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양쪽을 중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사태는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3일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번 사태의 키를 쥐고 있는 군부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군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어느 쪽이 공식 정부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국제통화기금(IMF)이 극도의 경제난에 빠진 베네수엘라에 대한 금융 지원을 미루면서 국민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중남미 국가들의 내정 간섭에 적극적이었다. 파나마 독립과 콜롬비아 내전 개입 등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좌파 정치 세력은 철저히 견제했다. 미국 주변의 위협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전략에서다. 베네수엘라 사태 개입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부가 쿠바·베네수엘라·니카라과 등 좌파 정권들, 특히 쿠바를 무력화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부터 손보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복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남미 전체 그림을 보고 펼치는 작전이란 해석이다.
 
이 같은 미국의 중남미 전략은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와는 큰 차이가 있다. 오바마 정부는 반세기 넘게 추진한 쿠바 봉쇄가 결국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관계 개선을 선택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쿠바 제재 복원과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개입을 예고했다. 특히 좌파라는 연결 고리로 맺어진 두 나라 간 협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거의 무상으로 석유를 공급하고 있고, 마두로 대통령도 젊은 시절 쿠바에서 공산주의를 연구한 뒤 정치에 뛰어들었다.
 
트럼프 정부가 현재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석유를 통한 돈줄 차단이다. 미국은 지난달 말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인 PDVSA에 대한 자산 동결과 송금 금지 등 경제 제재를 가했다. 경제적 압박을 통해 마두로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개입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마두로 정권을 위협하면서다. 하지만 AP통신 등은 역내 국가들의 반대로 미국의 군사 개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사태 개입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노골적 노선을 선택했다”며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과이도 국회의장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며 “러시아는 마두로 대통령의 합법적 정권을 지지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도 마두로 정부의 돈줄인 국영석유회사 제재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중·러의 반발은 중남미를 녹록히 미국의 손에 넘기진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AP통신은 “베네수엘라 사태가 트럼프 구상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대통령 체제가 지속되면서 관심은 베네수엘라 군부에 쏠리고 있다. ‘군심’이 향방에 따라 베네수엘라의 미래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자진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군부 세력은 합법적 정권에 충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방의 대선 재실시 요구도 “지난해 대선은 합법적”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미국의 일차적 목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다른 자원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틀림없이 콜롬비아 정부와 마피아에게 나를 죽이라고 지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지도자인 과이도 국회의장은 군부와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군부가 민주주의 복원에 참여하면 면책특권을 받을 수 있다며 현 정권에 충성하는 군부의 이탈을 촉구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부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좌파 정부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만큼 과이도의 설득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둘러싼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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