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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힘든 국내 기업, 가치사슬 재편으로 불황 타고 넘어야”

중앙선데이 2019.02.09 00:21 622호 12면 지면보기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지난해 매출은 210억 달러로 아마존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했다. [사진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지난해 매출은 210억 달러로 아마존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했다. [사진 아마존]

국내 기업은 위기나 불황 대응에서 미국 기업보다 불리하다. 법률적·정치적 제한 탓에 정리해고가 미국보다 쉽지 않다. 김도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서울사무소 대표가 “한 팔이 묶여 있다”고 한 상황이다. 실제 요즘 미국 전통업종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애플 등 정보기술(IT)회사들도 인력을 조정하고 있다. 경기둔화를 대비한 선제적 움직임이다. 경기둔화 경보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울리기 시작했다.
 

비용 절감 힘들어 선제대응 못해
과거엔 모두 틀어쥐고 위기 넘겨
앞으론 과감하게 일부 떼어줘야

김 대표는 “거시적 또는 국가적 차원에서 정리해고의 의미가 다를 수 있지만 개별 기업의 경영자 처지에서 보면 빠르게 정리해고 할 수 없다는 점은 대응능력의 약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엔 거대한 설비를 바탕으로 한 제조업이 주축이다. 경기가 상승할 때 투자를 늘리고 둔화할 때 줄이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공세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그렇다고 손 놓고 불황을 맞이할 수는 없다. 게다가 국내 기업은 수직적으로 단단하게 결합돼 있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김 대표는 “과거엔 단단한 결합이 위기 대응에 좋았다”며 “하지만 요즘엔 파도(둔화나 위기)가 칠 때 너무 단단하면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디지털시대는 더 불리하다.
 
김 대표는 “정리해고로 고정비용을 줄이지 못한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며 “가치사슬 재평가 작업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가치사슬은 한 회사 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각 단계를 뜻한다. 그는 “비즈니스 리더가 회사의 가치사슬을 다 움켜쥐려고 하지 말고 가치사슬 하나하나를 분리된 것으로 여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가 가져야 할 것과 다른 사람과 협력해야 할 것, 나보다 남이 잘할 것을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기업은 모든 것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름대로 성공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아마존 사례는 유연한 가치사슬의 이점을 잘 보여준다.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저스는 엄청난 접속(트래픽)량을 처리하기 위해 거대한 데이터 센터(아마존웹서비스)를 세웠다. 그는 이 시설을 아마존만을 위해 독점하려고 하지 않았다. 데이터 센터를 독립시켜 다른 회사, 심지어 경쟁회사와 같이 공유하도록 했다. 김 대표는 “가치사슬 재평가는 단기적으론 불황을 타고 넘는 전략이지만 더 거대한 파도인 4차산업혁명 소용돌이를 헤치고 나가는 데도 적절하다”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이 몰아치면 한 플레이어가 모든 것을 제일 잘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는 “과감하게 내 가치사슬 가운데 일부를 제일 잘할 수 있는 쪽에 떼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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