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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사립대가 100억…은밀한 대학 거래

중앙선데이 2019.02.09 00:02 622호 1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대학 사고팔기 실태
317억원. OO은행 통장에 찍힌 잔고다. 이 통장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사립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이사장 등을 만나 잔고를 보여주고, 대학을 인수할 사람이 있다고 알려준다. 중앙SUNDAY는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는 대학 거래 현장을 취재했다. 대학 거래란 대학을 운영하는 법인이 이사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법인 운영권을 사고파는 것을 뜻한다. 학교 건물이나 땅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학교법인의 이사진을 교체해주는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것이다. 학교법인 양도양수 전문가인 김윤성 ㈜명문사학연구원 원장은 “100억원 미만으로 살 수 있는 수도권 사립대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그룹의 출연금액은 1200억원, 2012년 충북 청주의 서원대 인수금액은 472억여원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학 법인의 이사장은 “학생 수가 갈수록 줄면서 법인의 학교 운영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4년제 일반대와 2·3년제 전문대를 운영하는 전국 대학법인 285곳(일반대 187곳, 전문대 98곳)의 전입금수입은 2016년 회계에서 8917억원이었으나 2017년 회계에서는 8727억원으로 한 해만에 191억원(2.1%) 줄었다. 같은 기간 법인이 대학에 보내야 할 전출금은 8752억원에서 9222억 원으로 469억원 늘었다.
 
이런 가운데 안양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우일학원이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이사 4명을 새로 선임한 일을 놓고 대학 매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은규 전 총장(안양대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김광태 이사장이 이사진을 대순진리회 성주방면(대진성주회)과 관련 있는 4명으로 일부 교체했거나 교체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일학원의 이사 총수는 8명인데 이사회는 지난해 8월 문모 이사, 허모 이사를 새로 선임해 교육부의 승인까지 받았고, 이번에 김모 이사와 이모 이사를 선임해 교육부에 승인을 요청한 것이다. 이 전 총장은 “12월 선임된 두 명은 중원대의 총장직무대행과 대학원장이고, 8월 선임돼 교육부 승인까지 받은 두 명은 중원대를 운영하는 대진교육재단 이사, 가야호텔 이사 경력자”라며 “이사진을 바꿔 70년 기독교 학교를 타 종교에 넘기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임 이사들이 재직 중이거나 거친 곳은 모두 대진성주회 소속이다.
 
안양대의 전신은 1948년 설립된 대한신학교이며, 이 대학이 1995년 안양대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예수교장로회 대신 교단과 관련을 맺고 목사를 배출하고 있다. 안양대 이사로 선임된 문모 이사는 “할 말 없다”, 김모 중원대 총장직무대행은 대학홍보팀을 통해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이사회에 남아 있는 박모 이사와 교체된 이모 전 이사는 “(대진성주회와 관련돼 있는지) 몰랐다. 이사장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학교에 도움이 될 분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의 주장대로 이사 4명이 교체된 뒤 김 이사장이나 김 이사장의 사돈관계에 있는 다른 이사가 물러나면 지배구조가 바뀔 수는 있다. 기독교계 32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이달 초 “기독교대학을 대순진리회 계열의 대진교육재단에 매각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선임된 신임 이사 4명이 대진성주회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종교는 그들의 사적 영역이다. 이사를 모실 때는 학교를 잘 운영하기 위한 교육철학과 학교에 대한 애정과 의지를 살펴볼 뿐이지 개인의 종교관까지 확인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 함께 학교를 발전시키겠다는 열의가 있는 분들을 모신 것뿐이어서 이사회 세력이 갈린다거나 하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대학 매매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여서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우일학원이 요청한 학교법인 임원(이사) 취임 승인 요청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학내 구성원들이 소송을 내고 있어 법적 분쟁이 정리될 때까지 승인을 보류한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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