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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근무하는 로펌 사건에 참여한 대법관…대법원 ‘윤리 규정’ 무시 논란

중앙일보 2019.02.08 11:42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시설물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시설물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때아닌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법관은 친족이 근무 중인 법률사무소의 사건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사항의 예외 적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임명된 김선수 대법관의 제수(동생 아내·2촌)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2차 대전 이전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 전원합의체 판결에 김 대법관이 참여한 것을 두고 공직자윤리위의 권고의견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신일철주금의 법률대리인이 김앤장 법률 사무소였다.
 
2013년 제정된 권고의견 제8호는 법관이 유의해야 할 사항으로 "법관의 배우자나 2촌 이내 친족이 법무법인 등에 변호사로 근무하는 경우 해당 법무법인 등이 수임한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2촌 이내 친족의 경우 법관과 일상생활을 통해 빈번한 접촉을 하거나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대법관은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가 공장을 점거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판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현대차 대리인을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맡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김 대법관이 소속한 대법원 1부 담당 사건이었다.
 
지난해 8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 취임식'을 마치고 신임 대법관들 및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 취임식'을 마치고 신임 대법관들 및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대법원은 강제징용 재판의 경우 '대체 불가능'한 전원합의체 선고'라며 예외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직자 윤리위의 규정은 권고적 효력을 가진 것으로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며 "대체 불가능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경우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참여한 노정희 대법관의 조카사위(3촌)도 김앤장 소속이다. 공직자윤리위는 3·4촌의 경우엔 "법관은 원칙적으로 해당 법무법인 등이 수임한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단지 고용관계에 있는 변호사인 경우에는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없을 경우 법관은 해당 법무법인 등이 수임한 사건을 처리할 수도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향후에도 논란이 계속 불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법원의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대법관 외에도 김재형 대법관의 부인은 법무법인 KCL, 노 대법관의 딸과 사위는 각각 법무법인 화우와 법무법인 지평에 근무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법원이 정한 원칙은 대법원뿐 아니라 하급심 등 모든 재판부에 다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기회에 관련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재판연구관실을 중심으로 재판의 공정성과 외관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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