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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선] 김경수 법정구속과 가짜 뉴스들

중앙일보 2019.02.08 00:23 종합 28면 지면보기
박재현 논설위원

박재현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설 연휴 때 페이스북에 올린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국민적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시가 주는 소박함 때문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는 “풀꽃은 교만하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풀꽃이면서 매화 같은 존재였다. 김경수의 법정구속은 문 대통령은 물론 여권, 친여 성향의 시민들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 재판부와 재판장을 향한 비판의 이면에는 허탈감과 정치적 절박감이 묻어 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인신공격성 저주는 곤란하다. 이낙연 총리는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사실은 신성하다는 불멸의 격언에 매료됐고, 지금도 그것을 신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동을 위한 사실의 조작과 왜곡은 가짜뉴스의 전형이라는 얘기다. 가짜뉴스는 ‘진실을 향한 긴 싸움’을 하겠다는 김경수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게 어디 풀꽃뿐이겠는가.
 

법정구속은 보복? 관련법과 양형위 권고에 따른 것
직접 증거 없다? 진술과 동선, 핸드폰 문자 등이 증거

우선 이번 판결이 사법부 내 적폐세력의 보복 판결인지부터 살펴보자.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 근무한 이력은 이번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이른바 ‘양승태 키즈’의 역습이라는 분석은 가능한 말일까. 이번 판결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재판부가 25일에서 30일로 재판을 연기한 배경엔 양승태에 대한 구속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속셈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양승태가 구속되자 이에 대한 반격으로 김경수를 법정구속했고, 이는 법관의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인과관계가 부족해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김경수가 양승태를 구속시켰냐”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판사의 대법원장 비서실 근무는 전원합의체 판결의 실무를 담당하는 재판연구관 업무다. 법관들은 또 “드루킹 판결문 130쪽과 김경수 판결문 170쪽을 작성하고 검토하는데 시간이 부족했거나, 재판 합의를 위해 선고를 연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한다. 실무적 이유가 더 크다는 얘기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두 번째, 도주의 우려가 없는 현직 도지사에게 최대의 형량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은 오만한 판결이라는 주장은 어떤가. 서울중앙지법은 법리를 따른 결정이라고 반박한다. 재판부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왜곡해 공정한 선거과정을  저해한 데다 재판과정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변소로 일관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죄는 징역 7년 6개월 이하의 형이 가능하고, 공직선거법 위반은 5년 이하의 형을 선고할 수 있다. 업무방해죄의 경우 양형위원회도 1년에서 5년 3개월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셋째, 범죄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전문(傳聞) 진술 등 추정 위주의 선고가 이뤄졌다는 비판은 어떻게 봐야 할까.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검과 재판부, 김경수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대목이다.
 
김경수는 2016년 11월 9일 기사에 대한 반응을 조작할 수 있는 킹크랩 시연회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드루킹 일당이 기사 댓글을 조작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특검이 재판부에 제출한 수백건의 진술과 증거 목록은 김경수가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임을 입증하고 있다. 또 드루킹 측근 변호사를 일본 총영사에 추천한 배경엔 댓글 조작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는 인과 관계가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온라인 정보보고에 상당수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이들과 결탁하지 않았다는 김경수의 주장도 증거 앞에선 설득력을 잃게 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킹크랩의 여론 조작은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김경수가 여론조작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갔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퇴주잔 소동과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MB 아바타’ 논란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 다 왜곡된 표현과 네티즌들의 댓글 공세로 인해 지지율이 꺾이고 결국 중도하차하거나 선거에서 패배하는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김경수 무죄와 석방을 외치는 주장은 항소심 재판부를 압박하고, 여권의 결집을 시도하는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정부가 강조해 온 가짜뉴스 판별 기준으로 보면 이런 주장은 출처와 사실 여부가 분명치 않고, 선동을 위한 왜곡이 없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지난해 여당이 가짜뉴스 엄벌을 위해 제출한 법안을 보면 가짜뉴스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법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담당토록 하고 있다. 이 정부는 적폐 판사들이 득실득실한 사법부를 믿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믿게 해달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인가. 진실과 정의, 투쟁이란 숭고한 단어들이 막무가내식 주장 앞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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