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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1억원 들인 경기장 놔두고 해외서 훈련하는 윤성빈

중앙일보 2019.02.08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평창올림픽 썰매경기가 열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트랙 콘크리트 바닥이 드러났다. [김상선 기자]

평창올림픽 썰매경기가 열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트랙 콘크리트 바닥이 드러났다. [김상선 기자]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얼음 없이 방치된 슬라이딩센터
정선알파인경기장 철거 놓고 갈등

 
태극기의 물결과 함께 뜨거운 함성이 메아리쳤다. 스켈레톤 윤성빈이 국내 썰매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냈던 바로 그 장소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9년 1월 31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총 사업비 1141억원을 들인 길이 2018m의 트랙 위에 있어야 할 얼음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콘크리트 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슬라이딩센터의 모습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은 막대한 유지관리 보수비용 때문에 현재는 문이 닫혔다. 김상선 기자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은 막대한 유지관리 보수비용 때문에 현재는 문이 닫혔다. 김상선 기자

 
고다이라 나오(일본)와 이상화의 불꽃 튀는 경쟁이 펼쳐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역시 맨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건 마찬가지다. 한 번 얼음을 얼리는데 드는 비용만 5000만원이 넘기 때문에 콘크리트 바닥이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에선 올림픽 이후 한 번도 공식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냉동창고, 테니스 코트, 경빙장, 드론 스포츠 경기장 등 다양한 사후 활용 방안이 제시됐지만, 아직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직원 4명이 전기·소방 등 최소한의 시설 관리만 하는 상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2월 9일)을 앞두고 올림픽 당시 시상식장이었던 자리에 올림픽 조형물이 놓여있다. 김상선 기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2월 9일)을 앞두고 올림픽 당시 시상식장이었던 자리에 올림픽 조형물이 놓여있다. 김상선 기자

 
평창 올림픽 시설 대부분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가장 많은 건설비(2034억원)를 쏟아부은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경기장 시설 존치’와 ‘자연림 원상복구’를 놓고 1년 가까이 이해 당사자들의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다. 지역 상권에서 ‘올림픽 특수’가 사라진지는 오래다. 황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덕수(53)씨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역 내에서 올림픽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올림픽 시설 사후 활용 방안을 제출하지 않고, 강원도도 책임을 중앙정부로 미룬 사이 그대로 1년이 지난 것이다. 희소성은 있으나 유지비용이 엄청난 ‘하얀 코끼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7일 평창올림픽 1주년 기념행사에서 “사후 활용 계획을 일찌감치 만들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김상선 기자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김상선 기자

 
뒤늦긴 했지만, 올림픽 유산 활용방안은 조금씩 가닥을 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슬라이딩센터와 스피드스케이팅장, 강릉하키센터 등 사후 활용 방안을 확정 짓지 못한 3개 경기장을 지난 1월 강원도개발공사에 한시적으로 운영을 맡겼다. 오는 4월 출범하는 평창올림픽기념재단(가칭)이 직접 관리한다. 6월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용역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만들어진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내 개폐회식장에서 ‘Peace in motion’(행동하는 평화)라는 주제로 펼쳐진 가운데 코리아팀 선수단이 태극기 앞을 지나고 있다. [중앙포토]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내 개폐회식장에서 ‘Peace in motion’(행동하는 평화)라는 주제로 펼쳐진 가운데 코리아팀 선수단이 태극기 앞을 지나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개·폐회식장이었던 자리. 1주년(2월 9일)을 앞두고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김상선 기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개·폐회식장이었던 자리. 1주년(2월 9일)을 앞두고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김상선 기자

 
최문순 지사는 “3월 말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해산된다. 올림픽 수익금 619억원을 포함해 조직위가 맡고 있던 주요 업무는 새로 만들어지는 재단에 이양된다. 본격적으로 올림픽 유산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한다. 정부와 강원도, 강원도 관내 지자체가 금액을 출연해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만든 뒤 이 기금으로 올림픽 시설을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강원도개발공사 이용배 올림픽시설팀장은 “기본적으로는 국가대표 훈련 시설로 쓰기 위해 종목 단체들과 위탁 및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강릉하키센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전국종합선수권이 열렸고, 6일부턴 국제 아이스하키 친선대회가 열리고 있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알펜시아 퍼블릭 골프장의 8번홀은 오거스타의 12번 홀을 복제했다. [중앙포토]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알펜시아 퍼블릭 골프장의 8번홀은 오거스타의 12번 홀을 복제했다. [중앙포토]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또 강릉하키센터를 ‘한국 하키의 요람’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 1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슬라이딩센터는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의 위탁 관리가 유력하다. 연맹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관광, 레저시설로서의 활용도 구상 중이다. 이용배 팀장은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센터는 봄~가을 동안 골프장으로 활용된다. 골프장 운영 매출은 지난해 50억원이었다”며 “슬라이딩센터는 전망이 좋아 스카이라운지 등 상업시설 유치가 가능하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짚라인과 썰매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2월 9일)을 앞두고 올림픽 당시 개·폐회식장 인근 성화대가 있다. 김상선 기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2월 9일)을 앞두고 올림픽 당시 개·폐회식장 인근 성화대가 있다. 김상선 기자

 
평창·강릉=김효경·김지한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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