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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부패"…韓 반입 필리핀 수출 쓰레기 컨테이너 열어보니

중앙일보 2019.02.07 18:41
7일 오후 환경부 관계자가 평택항에 보관 중인 '필리핀 불법 수출 폐기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 폐기물은 지난 3일 국내로 반입됐다. [사진 환경부]

7일 오후 환경부 관계자가 평택항에 보관 중인 '필리핀 불법 수출 폐기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 폐기물은 지난 3일 국내로 반입됐다. [사진 환경부]

51개 컨테이너 중 무작위 2개 선정 조사 
“악취가 풍겼고요, 부패가 어느 정도 진행된 듯합니다.”

 
7일 오후 환경부와 평택세관이 평택항 컨테이너 작업장(CFS)에 보관 중인 ‘필리핀 불법 수출 폐기물’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지난 3일 필리핀 민다나오섬 오로항에서 평택항을 거쳐 국내로 반입한 컨테이너 51개(1200t 분량) 중 2개를 무작위로 선정한 샘플 조사였다. 
 
이날 현장조사에 나선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폐기물을 담았던 대형 마대가 찢겨 내용물을 맨눈으로 살펴보는 게 가능했다고 한다. 오물이 묻은 폐비닐·과자봉지·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컵·노끈 등이 한데 뒤섞인 생활폐기물 더미처럼 보였다. 환경부는 정상적인 재활용 공정을 거치지 않은 폐목재, 철재, 기타 쓰레기 등 상당량의 이물질이 혼합된 폐기물로 확인했다.
7일 오후 평택항에 보관 중인 '필리핀 불법 수출 폐기물' 컨테이너가 열렸다. 생활폐기물이 뒤섞인 더미가 보인다. [사진 환경부]

7일 오후 평택항에 보관 중인 '필리핀 불법 수출 폐기물' 컨테이너가 열렸다. 생활폐기물이 뒤섞인 더미가 보인다. [사진 환경부]

 
생활쓰레기 뒤섞여 재활용 어려워 
현장조사를 마친 폐기물은 소각 처리될 예정이다. 생활 쓰레기가 한데 뒤섞인 데다 몇 달씩 부패가 이뤄져 선별·재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환경부는 필리핀 현지에서도 육안 조사를 벌였다. 당시에도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 내렸다. 

 
문제는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물질’의 부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이 필리핀 현지에서 몇 달간 컨테이너에 담긴 채 보관되다 보니 이물질의 부패가 이뤄져 악취가 난다”며 “폐기물 내 수분함량이 많지 않아 아직 침출수가 발생하지는 않아 보이는데 한 달가량 평택항에 더 방치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폐기물은 평택에 소재한 G폐기물종합재활용업체가 지난해 필리핀에 수출한 것들이다. 당시에는 ‘합성 플라스틱 조각’으로 신고됐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필리핀 정부가 기저귀와 폐의료용품 등 다량의 쓰레기가 수입 폐기물에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우리 정부에 반송을 요청한 바 있다. 
컨테이너에 담긴 '필리핀 불법 수출 폐기물' 모습. 침출수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악취가 난다고 한다. [사진 환경부]

컨테이너에 담긴 '필리핀 불법 수출 폐기물' 모습. 침출수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악취가 난다고 한다. [사진 환경부]

 
평택시, 폐기물 종합처리방안 수립 중  
하지만 G업체는 여전히 처리에 소극적이라고 한다. 소각이 결정될 경우 1t당 처리비용이 15만원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10억원 안팎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문제가 된 G업체의 수출 폐기물은 평택항으로 반입된 1200t 외 필리핀 현지에 아직 5100t이 추가로 더 국내로의 반입을 준비 중이다. 
 
현장조사를 마친 환경부는 평택시에 조사결과를 기초자료로 전달할 예정이다. 평택시는 현재 ‘폐기물 종합처리방안’을 세우고 있다. G업체가 처리에 나서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계획도 처리방안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G업체는 현재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3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평택컨테이너터미널에 필리핀으로 수출된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1200톤을 실은 선박 ‘스펙트럼 N(SPECTRUM N)’ 호가 입항해 있다. [뉴스1]

지난 3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평택컨테이너터미널에 필리핀으로 수출된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1200톤을 실은 선박 ‘스펙트럼 N(SPECTRUM N)’ 호가 입항해 있다. [뉴스1]

 
평택 시민단체, "추가 반입 부당하다" 주장
환경부는 이달 안에 폐기물의 불법 수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다. 이를 위해 평택 G업체와 같은 폐플라스틱 수출신고 업체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사업장과 이 업체들이 사용하는 컨테이너 등을 살폈다. 현재 결과를 분석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필리핀 폐기물의 현장조사와 수출업체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평택지역 시민단체 등은 평택항을 통한 추가 폐기물 반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폐기물 수출업체의 소재지가 평택은 맞지만, 평택 이외 지역에서도 모인 폐기물을 평택항으로 반입, 보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평택=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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