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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김병준 대선불복 설전…그 뒤엔 2004년 역풍의 기억

중앙일보 2019.02.07 17:24
역풍 메커니즘 꿰고 있는 이해찬과 김병준의 대선불복 설전

설 연휴가 끝났음에도 여의도에선 연휴 전에 불거진 대선 불복 논쟁이 이어졌다. 각 정당의 대변인이 말을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설 연휴 전 서울 용산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설 연휴 전 서울 용산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 중 대선 불복을 먼저 언급한 것은 이해찬 대표다. 물론 “대선 불복은 얼토당토않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연휴 전이던 1일 귀성 인사차 서울 용산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 이 대표가 작심 발언을 했다.
 
“자유한국당의 당 대표였던 사람이 탄핵당했다. 탄핵당한 사람들이 감히 촛불 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 불복으로 대한단 말이냐.”
 
그는 지난달 31일 한국당 지도부가 청와대 근처에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드루킹 여론조작 청와대는 사죄하라” 같은 주장을 한 것에 대해서도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을 가지고 청와대 앞에서 망동을 하다니. 정당 정치를 그렇게 하는 것 아니다”고도 했다.
 
그러자 김병준 위원장이 “집권당의 이런 행동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그 말을 되받아쳤다. 그는 7일 당 비대위 회의 중에 “이 자리에 계신 분 중에 대선 불복 주장하신 분 있나. 집권당 대표의 대선 불복 발언은 있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유령을 만들어서 자신들이 만든 여론조작 범죄를 야당에 덮어씌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7일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병준 위원장. 변선구 기자

7일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병준 위원장. 변선구 기자

두 사람의 논쟁은 여러모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이 대표가 야당을 정면으로 맹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20년 집권론’ 등으로 야당의 반발을 산 적이 있지만, 직접 야당을 겨냥한 적은 없었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발언을 놓고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역풍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응집력이 강한 지지층을 두고 있다. 이들에게 대선 불복은 곧 선전포고이자, 집권 3년 차를 맞으면서 흐트러진 내부 전열을 재정비할 소재이기도 하다.
 
실제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극적으로 역풍이 작용했던 건 2004년 17대 총선이다.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 때의 일로,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꾸라지자 당시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탄핵 드라이브를 걸었다. 유권자들은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고, 국회의 탄핵 의결 후 헌법재판소 판결 전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과반 여당이 됐다. 한나라당은 121석으로 쪼그라들었고, 새천년민주당은 9석에 그치며 존속이 위태로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이 대표는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 중 한 명으로, 17대 총선 때 이겨 5선 의원이 된 뒤 그해 6월엔 국무총리가 됐다.
 
2014년 11월 21일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 참석한 당시 여권 지도부. 오른쪽부터 이해찬 총리,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정세균 의원, 이계안 의원,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 [중앙포토]

2014년 11월 21일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 참석한 당시 여권 지도부. 오른쪽부터 이해찬 총리,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정세균 의원, 이계안 의원,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 [중앙포토]

한국당에서 “대선 불복 말한 적 없다”고 치고 나온 인물이 김병준 위원장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초대 위원장이었고, 17대 총선 직후 그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돼 2년 가까이 일했다. 그만큼 당시 전후 사정을 상세하게 꿰뚫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뿐 아니라 당의 ‘입’들인 대변인들도 나섰다. 7일 하루 동안 여야 대변인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라디오에 나와 “국정농단 공동 정범이었던 자유한국당이 명백하게 대선 불복으로 몰아가고 있다. ‘문 대통령 임기 언제 끝나느냐’ 묻는 게 우회적으로 탄핵 암시하는 발언 하는 것”(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이라거나 “김 지사 법정구속을 대선 불복으로 연계시키지 않는다. 다만, 김 지사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최측근이었던 만큼, 광범위한 규모의 댓글 조작에 대해서 과연 문 대통령이 알고도 방조한 것은 아닌지 입장을 밝히라는 것일 뿐이다”(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 같은 말을 주고받았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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