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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입동마을의 울분···"세 번째는 죽어도 못 나가유"

중앙일보 2019.02.07 16:39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내수읍 입동마을에서 주민 김옥희(80),씨와 유정분(76)씨가 청주공항 인근 옛 북일면 마을을 가리키고 있다. 최종권 기자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내수읍 입동마을에서 주민 김옥희(80),씨와 유정분(76)씨가 청주공항 인근 옛 북일면 마을을 가리키고 있다. 최종권 기자

 
“비행장 만든다고 쫓겨난 게 두 번인데, 이제는 죽어도 못 나가유.”

1976년 이후 군비행장, 청주공항 들어서며 두 차례 강제이주
주민들 "비행기 소음 참으며 40년 살았는데 또 떠나라" 분통
충북경자청, 3년전 이주택지 정해놓고 뒤늦게 '불가' 통보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입동마을. 주민 김옥희(80)씨는 “공항 옆 산업단지 개발예정지에 마을 땅이 포함되는 바람에 세 번째 강제이주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비행장 소음을 꾹 참고 40년을 살아왔는데, 결국 빚을 지고 고향에서 쫓겨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청주공항 입구에 있는 입동마을 32가구 60여 주민들은 요즘 보금자리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이 마을이 충북경제자유구역청과 청주시가 추진 중인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 사업 예정지(32만㎡)에 포함됐지만 이주자 택지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주민들은 “청주시 등이 3년 전 입동리에서 약 4㎞ 떨어진 내수읍 원통리에 이주자택지를 조성해 준다고 약속해놓고 착공 3개월 전에 불가 통보를 했다”며 행정기관을 원망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 내수읍 입동마을 경로당 앞에 강제이주를 반대하는 현수막일 걸려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시 내수읍 입동마을 경로당 앞에 강제이주를 반대하는 현수막일 걸려있다. 최종권 기자

 
주민들이 입동마을에 터를 잡기까지는 두 차례의 강제이주가 있었다. 이들의 원 거주지는 현재 17전투비행단이 들어서 있는 옛 북일면(2000년 내수읍 승격) 마을이다. 1976년 비행장 조성이 시작되면서 당시 정부가 활주로 아래 쪽에 마련한 부지에 집을 짓고 정착했다고 한다. 민권식(73)씨는 “당시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이라 대지는 평당 7000원, 밭은 평당 2000원만 받고 쫓겨나다시피 활주로 옆으로 이주했다”며 “새로 집을 지은 지 3년쯤 지났을 무렵인 79년 청주공항 건설 계획이 수립되면서 공항에서 1㎞ 떨어진 지금 자리로 또다시 강제이주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번째 이주 당시 보상액은 첫번째 이주때와 비슷했지만 무료 택지 제공 등의 지원은 없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50여 가구 150여명이 현재의 32가구 60여명으로 줄었다. 
 김정자(59) 입동리 이장은 “공항 들어온다고 도민 전체가 반기는 상황에서 보상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경세(55)씨는 “집 지을 땅을 사지 못한 주민 60여 명이 값이 싼 뽕나무밭에 지금의 입동마을을 조성했다”며 “집을 헐고 남은 건자재를 나르고, 인근 하천에서 캐 온 모래에 시멘트를 섞어 만든 벽돌로 집을 지었다”고 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입동마을에서 주민 민경세(55)씨가 강제이주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입동마을에서 주민 민경세(55)씨가 강제이주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세 번째 강제이주 결정은 2016년 충북경자청과 청주시가 1179억원에 달하는 청주에어로폴리스 사업 계획을 밝히면서 이뤄졌다. 이후 주민 동의를 거쳐 원통리 시유지를 이주택지로 점찍었고, 청주시도 협조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충북경자청이 “관련 법 검토 결과 시유지를 이주민들에게 한정해 개별 분양하는 게 어렵다”는 통보를 했다. 정헌구 충북경자청 대외협력팀장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검토해보니 시유지에 이주택지를 조성한 다음 주민에게 개별 분양하는 게 어렵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며 “주민들에게 땅을 제공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방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충북경자청이 제시한 보상가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1월 충북도가 감정평가 기관에 의뢰해 입동마을 보상가를 책정한 결과 주택 등 대지는 평당 43만~47만원, 논은 평당 15만원 정도였다. 이 결과를 받아들이면 주민 한 가구당 8000만원~1억원 정도를 받게 된다.
충북 청주시 내수읍 입동마을 경로당 앞에 강제이주를 반대하는 현수막일 걸려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시 내수읍 입동마을 경로당 앞에 강제이주를 반대하는 현수막일 걸려있다. 최종권 기자

 
문홍열 입동리 이주대책위원장은 “40년 살아온 대지(집터) 감정가격이 평당 40만 원대, 주택과 지장물을 포함한 감정가격이 1억원 정도”라며 “이 금액으로는 인근 내수읍내 아파트 전세도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 김석순(60)씨는 “새집을 사려면 최소 3억원은 가져야 한다는데 갚을 능력이 없는 70~80세 노인분들은 빚을 지고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일택 충북경자구역청 기획총무부장은 “두 번이나 강제이주 경험이 있는 주민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며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상가와 이주택지 부지를 선정해 2월 안에 대책위와 합의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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