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유용 사건' 검찰 수사 막바지…그루밍 판단이 유·무죄 가른다

중앙일보 2019.02.07 15:02
서지현 수원지검 부부장검사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서지현 수원지검 부부장검사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전직 유도 선수 신유용(24)씨가 폭로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압수물 분석 등이 남았지만, 신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전 유도부 코치 A씨(35)에 대한 피의자 조사가 임박해서다.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검찰이 성인 코치와 10대 제자라는 두 사람의 특수 관계에 무게를 두고 이 사건을 '그루밍 성폭력'으로 보느냐 여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주지검 군산지청, 전 유도부 코치 소환 임박
신씨 측 "그루밍 범죄" VS 코치 "연인 사이"
檢 "양측 주장 신빙성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

7일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따르면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A씨를 불러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일부 참고인 조사가 남은 데다 A씨에게 압수한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과학적 증거 수집 및 분석 기법)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아 소환 일정은 미뤄질 수 있다고 검찰 측은 밝혔다.  
 
검찰은 설 연휴 전에 신씨 모교 유도부 지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인인 신씨(1월 23일) 조사와 A씨 부인(1월 25일)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친 직후다.  
 
검찰은 누구 말이 진실인지 객관적으로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앞서 신씨는 지난달 14일 한 언론을 통해 "고창 영선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여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A씨에게 20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신씨는 수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성폭행 당시 코치가) '누군가한테 말하면 너와 나는 유도계에서 끝'이라고 협박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귀는 사이였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신씨와 성관계는 했지만, 폭력이나 협박은 없었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그루밍(grooming) 성폭력' 인정 여부가 A씨의 기소 여부와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스포츠 분야 폭력·성폭력 완전한 근절을 위한 특별조사단 구성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스포츠 분야 폭력·성폭력 완전한 근절을 위한 특별조사단 구성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은 사건 당시 본인이 성범죄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황지영 전주시 인권옹호관(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은 "선수와 지도자 간 성폭력이 가능한 이유는 권력이나 관계의 문제도 있지만, 그 좁은 관계망 안에서 (피해자가) 끊임없이 (가해자에게) 길들여진다는 사실"이라며 "청소년기에 성폭력을 겪은 피해자는 성인이 돼서도 자포자기에 빠진 나머지 성폭력에 익숙해지고, (자신이 당한 일이) 성폭력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 놓인다"고 말했다. 
 
군산지청 관계자는 "(신씨와 A씨) 양측 주장의 신빙성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이번 수사의 관건"이라며 "양측 진술이 객관적 증거나 다른 사람 진술과 서로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신씨는 지난해 3월 미성년자인 자신을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같은 해 10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넘겼다. 당시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검찰은 최근 신씨의 폭로로 재수사에 들어갔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