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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자가 본 SKY캐슬 "난 학벌 혜택 포기했다"

중앙일보 2019.02.07 14:59
201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만점자 김승덕(26)씨. [사진 김씨 제공]

201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만점자 김승덕(26)씨. [사진 김씨 제공]

2012학년도 수능 만점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최우등 졸업, 재학 중 단번에 회계사 자격증(CPA) 취득, 현재는 통역 장교로 군 복무 중인 김승덕(26)씨. 자기소개서에 적으면 주목받을 스펙을 가진 김씨는 그러나 제대 후 대기업이 아닌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자신만의 길을 가는 그에게 공부 비법과 학벌‧스펙에 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6일 김씨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논스’ 커뮤니티에서 만났다. “블록체인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40~50명의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모여 다양한 상호작용으로 꿈을 키워나가는 곳이다. 현재는 도움을 주는 위치지만 김씨는 제대 후 본격적으로 이곳에서 일하기로 했다.  
 
수능 만점자로서 고3이 될 학생들에게 공부 비법을 조언해 달라고 하자 김씨는 “수능은 정직한 시험”이라며 “공부한 시간이 전국 1등이라면 1등은 못하더라도 최소 100등 안에는 들 수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공부만 했다는 그는 “고3 때는 하루 최소 12시간, 당연히 주말은 없었다. 체육대회 빼고 한 달에 한 번도 쉬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이어 “정답이 정해진 문제를 푸는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며 “‘어떻게 하면 다 맞출까’가 아닌 ‘안 틀릴까’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김씨는 “수학이든 영어든 유형에 따라 접근 방법을 정했다”며 “사교육보다는 제게 맞는 공부를 하는 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김씨는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SKY 캐슬’이 그린 현실에 대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치동에서 과외를 했었다는 김씨는 “학생들이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게 아니라 부모님의 꿈과 야망이 투영된 길을 가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웃으며 “돈 많이 준다면 입시 코디 할 생각도 있다”고 농담을 던진 그는 “기존의 대학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논스 대학 아카데미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캠퍼스 없는 대학으로, 학과와 학교에 얽매이지 않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직접 창업하는 등의 경험을 거쳐 글로벌 인재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현재 통역장교로 군 복무 중인 김승덕씨는 제대 후 스펙과 상관없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일할 계획이다. [사진 김씨 제공]

현재 통역장교로 군 복무 중인 김승덕씨는 제대 후 스펙과 상관없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일할 계획이다. [사진 김씨 제공]

김씨는 특히 “4년간 돈을 내고 졸업장 한 장 얻는 학벌은 더는 힘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인이 가진 졸업장이 의미 없어진대도 괜찮냐’는 질문에 김씨는 “학벌 생각했다면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대학교 간판은 ‘학창 시절 선생님 말씀 잘 들었네’ 정도를 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판을 뒤집는 창의력이 대우받는 곳”이라며 “스타트업에 발을 들여놓을 때 학벌로 인한 혜택은 이미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제 제대하면 ‘답 없는 문제’인 인생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 꿈 많은 청년이다. 그는 “수능이나 대학 공부, CPA 모두 틀리지 않는 것에 집중하고 답을 외웠다”며 “점수 결과는 좋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깊이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논스에서 좋은 사람들에게 영감도 받으며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김씨는 “10년 후에는 제 이름을 딴 헤지펀드를 운영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분야 공부하고, 투자하면서 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꿈이 일주일마다 바뀌는데, 2019년 2월 6일 기준 꿈”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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