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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1년] 윤성빈 썰매 달리던 경기장엔 콘크리트만…

중앙일보 2019.02.07 14:19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렸던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윤성빈 선수가 스켈레톤 금메달을 획득한 코스이지만 지금은 얼음 없이 방치되어 있다. 김상선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렸던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윤성빈 선수가 스켈레톤 금메달을 획득한 코스이지만 지금은 얼음 없이 방치되어 있다. 김상선 기자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선 태극기의 물결과 뜨거운 함성이 터졌다.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스켈레톤 윤성빈과 은메달을 따낸 남자 봅슬레이 4인승팀의 질주가 펼쳐진 그 곳이다. 1년이 지난 2019년 1월 31일 찾은 경기장에선 그 날의 감동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연장길이 2018m 트랙 위에 있어야 할 얼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슬라이딩센터의 모습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지난해 3월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은 "슬라이딩센터가 폐쇄되면 이제 겨우 싹트기 시작한 한국 썰매가 죽어버릴까 봐 우려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총예산 1141억원을 들여 만든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끝내 운영 주체를 정하지 못하고 올림픽 이후 지난해 3월 잠정 폐쇄됐다. 윤성빈을 비롯한 썰매 대표팀 선수들은 멀쩡한 경기장을 놔두고 해외에서 훈련해야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역시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채다. 사후활용방안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상선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역시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채다. 사후활용방안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상선 기자

 
고다이라 나오와 이상화의 불꽃튀는 경쟁이 펼쳐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역시 맨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채다. 한 번 얼음을 얼리는데 드는 비용만 5000만원이 넘기 때문이다. 이 곳에선 올림픽 이후 한 번도 공식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냉동창고, 테니스 코트, 경빙장, 드론 스포츠 경기장 등 다양한 사후 활용 방안이 제시됐지만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직원 4명이 전기, 소방 등 최소한의 시설 관리만 하고 있는 상태다. 
 
평창 올림픽 시설 중 상당수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가장 많은 건설비(2034억원)를 쏟아부은 정선알파인경기장은 ‘경기장 시설 존치’와 ‘자연림 원상복구’를 놓고 1년 가까이 이해 당사자들의 줄다리기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역 상권에서 '올림픽 특수'가 사라진지는 오래다. 황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덕수(53) 씨는 "평소 스키장이 운영되는 시즌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역 내에서 올림픽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올림픽 시설 사후활용안을 제출하지 않고, 강원도도 책임을 중앙정부로 미룬 사이 그대로 1년이 지난 것이다. 희소성은 있으나 유지비용이 엄청난 '하얀 코끼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7일 평창올림픽 1주년 기념행사에서 "사후 활용 계획을 일찌감치 만들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경기장은 경기가 열리지 않는 4~11월엔 골프장으로 활용된다.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경기장은 경기가 열리지 않는 4~11월엔 골프장으로 활용된다.

다행히 올림픽 유산들을 쓰기 위한 방향은 잡히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슬라이딩센터와 스피드스케이팅장, 강릉하키센터 등 사후 활용 방안을 확정짓지 못했던 3개 경기장을 강원도개발공사에게 한시적으로 운영을 맡겼다. 오는 4월부터는 출범할 평창올림픽기념재단(가칭)이 직접 관리한다. 6월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용역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만들어진다.

 
최문순 지사는 "3월 말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해산된다. 올림픽 수익금 619억원을 포함해 조직위가 맡고 있던 주요 업무는 새로 만들어 질 재단에 이양된다. 본격적으로 올림픽 유산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한다. 정부와 강원도, 강원도 관내 지자체가 금액을 더 출연해 1000억원 규모로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장 본연의 목적인 훈련 및 경기 개최는 기본이다. 강원도개발공사 이용배 올림픽시설팀장은 "기본적으로는 국가대표 훈련 시설로 쓰기 위해 종목 단체들과 위탁 및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강릉하키센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전국종합선수권이 열렸고, 6일부턴 국제 아이스하키 친선대회가 열리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강릉하키센터를 '한국 하키의 요람'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 1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슬라이딩센터는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위탁관리가 유력하다. 연맹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을 열 계획이다.

 
관광, 레저시설로서의 활용도 구상중이다. 이용배 팀장은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센터는 봄~가을 동안 골프장으로 활용된다. 골프장 운영매출은 지난해 50억원이었다"며 "슬라이딩센터 전망이 좋아 스카이라운지 등 상업시설 유치가 가능하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짚라인과 썰매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용배 팀장은 "고속철도가 뚫린데다 평창·강릉 일대 관광지가 많은 편이어서 올림픽 관련 시설물과 상호 연계시키는 구상이 필요하다. 그만큼 관광 상품 개발 등 외부적인 마케팅 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해외에도 훈련 시설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단 지적도 있다.
 
평창·강릉=김효경·김지한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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