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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쌤’ ‘OO님’ 호칭 학교 자율로”…현장 반발에 물러선 서울교육청

중앙일보 2019.02.07 12:0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새해 교육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새해 교육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본청 및 교육지원청과 학교 등에서 구성원 간 호칭을 ‘OO선생님’이나 ‘OO쌤’ ‘OO님’ 중에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시교육청이 구성원 간 호칭을 ‘○○쌤’이나 ‘○○님’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내놓은 지 한 달 만이다. 수평적 호칭제에 대해 학교나 기관의 반발에 계속되자 교육청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7일 혁신방안 의견 수렴 결과 발표
수평적 호칭제 등에 대한 의견 제시
학교·단체 대부분 ‘학교 자율’ 요청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방안’(혁신방안)에 대한 학교·단체 등의 의견 수렴 결과와 시행 방안을 7일 발표했다. 수평적 호칭제를 사제간에 적용하지 않고, 기관별로 실시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28일 조직문화 혁신 방안을 마련한 후 지난달 18일까지 의견을 수렴했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마련한 ▷수평적 호칭제 ▷복장 자율화 ▷자유토론방 운영 ▷관행적인 의전 폐지 ▷근무여건 개선 등 10대 혁신과제에 대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의견수렴 결과 시교육청의 혁신방안에 대해 학교나 기관 등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초등학교 5곳, 중학교 3곳 등 총 12곳에서 ‘사제간의 수평적 호칭제’에 반대 의견을 냈고, 복장 자율화와 연가 사용 활성화에 대해서도 보완을 요청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반바지나 샌들 차림은 맞지 않고, 연가 사용을 활성화하면 수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서울교사노동조합 등 8개 단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평적 호칭제를 상호존중 호칭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19년 교육계 신년교례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두번째)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첫번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뉴스1]

9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19년 교육계 신년교례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두번째)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첫번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뉴스1]

‘과장’ ‘국장’ 같은 직급 대신 통일된 호칭을 쓰자는 수평적 호칭제는 서울시교육청의 발표 후부터 계속 논란이었다. ‘OO쌤’과 같은 은어 사용을 교육청이 나서서 권장한다는 비판이 나왔고, 호칭제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교사와 학생 간의 수평적 호칭제 적용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발표 다음 날 이뤄진 한국교총 주관 교육계 신년교례회에서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호칭제를 비판하고 나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수평적 호칭제가 교사와 학생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의 해명에도 논란은 가라앉질 않았고,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교원단체가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서울교총은 “안 그래도 매 맞는 교사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등 교권 추락이 심각한 사회문제인 상황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없애는 것은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교육 당국 스스로가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도 “수평적 호칭제 등은 학교현장의 정서와 동떨어진 느낌이다. ‘OO쌤’이라는 호칭은 표준어도 아니고, 국어사전에도 ‘교사를 얕잡아보는 호칭’으로 나와 있다.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권장할만한 용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13명의 위원을 위촉해 혁신방안을 만들기 위한 ‘조직문화혁신 TF’를 구성했는데, 이 중에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장이나 교감·교사는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면 이런 논란이 적을 텐데, 왜 같은 실수를 매번 반복하는지 모르겠다”며 “말로는 ‘학교를 우선하겠다’고 하면서 교사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탁상정책만 추진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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