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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차관 연체액 2억달러↑…북한, 스웨덴·핀란드 등에도 빚더미

중앙일보 2019.02.07 11:53
한국 정부가 북한에 빌려주고 받지 못한 차관의 연체액이 2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상환 시기가 돌아오고 있지만, 북한은 계속 돈을 갚지 않고 있다.
 
7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통일부·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북한에 제공된 대북 차관은 총 9억3293만 달러(1조480억원)다. 식량 차관이 7억2000만 달러, 자재정비 차관이 2002년에 1억3290만 달러, 경공업 원자재 차관이 2007년 8000만 달러다.
 
북한이 이 가운데 돈을 갚은 것은 지난 2007년~2008년 경공업 원자재 차관 상환 대금으로 240만 달러 상당의 아연 1005t을 보낸 것이 전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당시 북한은 식량 차관과 원자재 차관을  연 1% 이자율(연체이율 2%)로 10년, 거치 20년 상환하는 방식으로 갚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상환기일이 도래했지만 돈을 갚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으로 연체액(상환 도래 원금+이자)은 식량 차관 1억6140만 달러, 경공업 원자재 차관 4300만 달러 등 총 2억440만 달러(2290억원)에 이른다.
 
매년 상환기일을 넘기는 금액이 늘고, 연체 이자율은 2%가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 상태대로라면 북한이 갚아야 할 돈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연체가 발생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분기마다 북한에 총 46차례 상환 촉구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문제는 정부가 북한이 이를 수신했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남북 상시 소통 창구를 표방한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가 생겼지만 연체 차관에 대해서는 논의된 적이 없다.
 
추경호 의원은 “연락사무소가 생겼기 때문에 이젠 형식적인 통지문 발송이 아닌 공식적인 대면 요구를 해야 하는 데 이를 미루고 있다”며 “남북 관계 진전도 필요하지만, 국제사회의 기본 규율을 6년 동안 유린하는 북한에게 ‘약속 불이행’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북한에 돈을 떼인 건 우리만이 아니다. 북한이 스웨덴에 진 빚은 2017년 현재  27억4100만 스웨덴 크로나(3340억원)다. 스웨덴이 다른 나라에서 회수해야할 금액의 47.5%에 이른다. 스웨덴은 1970년대 볼보 승용차 1000대, 선박, 광산 장비 등을 판매하고 돈을 받지 못했다.
 
스위스에 진 채무는 2017년 현재 2억900만 스위스프랑(2340억원), 오스트리아에 갚을 돈은 1억4460만 유로(1840억원) 등이다. 이는 중앙일보가 스웨덴 수출신용보증청(EKN), 스위스 수출신용기관(SERV), 오스트리아 통제은행(OeKB) 등의 연례보고서를 확인한 결과다.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공영 방송인 미국의소리(VOA)는 북한이 영국ㆍ러시아ㆍ핀란드ㆍ체코ㆍ루마니아 등도 북한으로부터 30년 넘게 빚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YLE)는 평양에서 박윤식 당시 북한 외무성 북유럽부장을 인터뷰하면서 “북한이 핀란드에 진 3000만 유로가 넘는 채무를 잊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윤식 북한 외무성 북유럽부장과의 인터뷰를 전한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YLE)의 보도 내용. 사진 왼쪽이 박윤식 부장.[자료 YLE]

박윤식 북한 외무성 북유럽부장과의 인터뷰를 전한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YLE)의 보도 내용. 사진 왼쪽이 박윤식 부장.[자료 YLE]

박 부장은 한국어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핀란드가 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며 “70년대뿐 아니라 80년대ㆍ90년대에도 북한은 고난의 시간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한 박 부장은 “양국이 협력하면 미래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북한이 진 빚처럼 상환 가능성이 높지 않은 채권을 현재 가치가 ‘0’에 가까운 불량채권으로 본다. 그러나  역발상으로 이를 노리는 국제 금융회사도 있다. 북한이 발행한 채권이나 다른 나라에 진 채무를 헐값에 사들여 ‘통일 이후’에 투자액을 회수하겠다는 초(超)장기적인 전략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실제 프랑스의 BNP파리바는 1980년대 ‘북한이 진 채무를 받을 권리’를 헐값에 사들여 그중 4억 달러를 유동화해 채권으로 발행하기도 했다. 홍콩에서 7억2000만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젠투파트너스의 카일 신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에서 거의 거래되지 않는 북한 채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남과 북이 통일되면 북한은 국제 금융시장에 다시 편입될 것이고, 북한은 그간의 빚을 갚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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