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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 선원 위한 ‘김용균법’ 만들어달라”…스텔라데이지호 가족의 호소

중앙일보 2019.02.07 06:00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인 문원준(26)씨의 아버지 문승용(61)씨. [사진 문승용 씨 제공]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인 문원준(26)씨의 아버지 문승용(61)씨. [사진 문승용 씨 제공]

“대체복무인 ‘승선근무 예비역’으로 선원이 된 젊은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김용균 법이 육지의 비정규직을 위한 법이라면 바다 위에서 우리 아들같이 위험에 내몰리는 선원을 위해 ‘스텔라데이지호 법’을 마련해 달라.”
 

실종된 문원준씨 아버지 문승용씨 “‘승선근무예비역’ 위험에 노출”
“선박안전법 개정해 선사 책임 강화해야 낡은 배 운항 막을 수 있어”

2017년 3월 31일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문원준(26)씨 아버지 문승용(61)씨가 답답한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한 말이다. 고 김용균씨 장례식을 하루 앞둔 6일 문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한 김용균 법이 제정됐는데 노후화된 선박의 운항을 막기 위해 선박안전법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문씨의 아들 원준씨는 2017년 1월 한국해양대 졸업과 동시에 ‘승선근무 예비역’으로 스텔라데이지호에 올랐다. 승선근무 예비역은 해사고와 해양대를 졸업한 청년들이 주로 지원한다. 36개월을 근무하면 병역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원준씨와 함께 실종된 윤동영(26)씨도 목포해양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승선근무예비역으로 스텔라데이지호에 승선했다.  
 
문씨는 “취업에도 유리한 대체복무로 승선을 택한 젊은이들이 낡은 배에서 위험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며 “선사가 이런 현실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국방부와 해양수산부는 이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 제2의 김용균이 해상에서 얼마든지 생겨날 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5년된 선박이다. 15년 이상 된 선박은 노후선박으로 분류한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을 22개월 수사한 부산해경은 지난 1월 ‘선체 결함’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부산해경은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선사가 적시에 선체 결함을 수리하지 않고, 허위검사한 내용을 증거로 확보했다. 
 
부산지검은 지난달 24일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을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다음 날 기각됐다. 부산지법은 “사고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폴라리스쉬핑 전 해사본부장인 김모 씨는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문씨는 “선체 결함을 보고한 사람은 구속시키고, (경찰이 확보한 폴라리스쉬핑 회의록를 보면) 수리하지 말라고 한 오너는 구속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며 “선박안전법이 너무 허술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에 둘러싸여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에 둘러싸여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씨는 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심해 수색에 희망을 걸고 있다. 심해수색 전문업체인 ‘오션 인피니티’는 무인잠수정(ROV)을 이용해 침몰 원인을 찾을 예정이다. 무인잠수정이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하면 침몰 원인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수색 결과를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및 선박매몰죄 등의 혐의로 선사 오너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심해 수색을 통해 정확한 침몰 원인이 밝혀지기를 바란다”며 “경찰에서도 선체결함을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선박안전법을 강화해 스텔라데이지호 같은 노후 선박의 운항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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