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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해찬은 ‘3·1혁명', 북한은 시큰둥…여권의 딜레마

중앙일보 2019.02.07 05:00
여권이 ‘3ㆍ1혁명’ 딜레마에 빠졌다.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3·1운동을 3ㆍ1혁명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선 남북공동행사를 준비중인데 북한이 ‘혁명’이란 표현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3.1운동·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오른쪽부터),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3.1운동·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오른쪽부터),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2일 ‘민주당 3ㆍ1운동ㆍ임시정부100주년기념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3ㆍ1운동을 ‘3ㆍ1혁명’이라고 명명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해 12월 3ㆍ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 “‘3ㆍ1운동’의 정명(正名), 바른 이름 붙이기에 관해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는 학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역사와정의특위 토론회에 참석해 “1919년 3ㆍ1운동과 전 인민의 혁명적 진출을 통해 왕정을 뇌리에서 지워내고 민주공화제로 결단한 것”이라며 “3ㆍ1은 ‘운동’ 정도의 사건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용환 성공회대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오히려 본격적으로 자치론으로 무장한 친일파들이 등장하면서 일제의 고도 식민지 체제로 들어가는 이 시기를 무작정 3ㆍ1혁명이라 예찬하느냐”며 “일부 이야기를 유력 정치인이 받아서 이상한 정치 아젠다로 만드는 태도는 참으로 옳지 못하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홍보탑 안에 소망을 적은 공을 집어넣고 있다. 신인섭 기자

시민들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홍보탑 안에 소망을 적은 공을 집어넣고 있다. 신인섭 기자

 
하지만 가장 큰 변수는 ‘북심(北心)’이 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김일성의 항일 혁명투쟁을 제외한 다른 독립운동에 대해 ‘혁명’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고, 특히 임시정부의 정통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25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전종수 북한 조평통 부위원장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면서 북측에 ‘3ㆍ1운동으로만 의미를 한정하자’고 했는데도 아직 확답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우리측 전달 사항에 대해 “남북공동행사를 어떻게 의미 있게 할 수 있는지, 그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 협의사항에 대해선 말하기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3ㆍ1운동 남북공동행사는 문재인 정부가 매우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ㆍ19 평양공동선언’에서 올해 3ㆍ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의 공동개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4ㆍ27 판문점 공동선언문에도 “6ㆍ15를 비롯해 남과 북에 다같이 의의가 있는 날들을 계기로 당국과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여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7월 3일 오후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7월 3일 오후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7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이낙연ㆍ한완상)와 통일부가 남북공동행사의 실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인데 기념식 장소를 서울, 평양, 개성중 어디로 할지 조차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개별적으로도 남북평화씨름대회(강창일), 남북공동마라톤대회(이종걸), 방탄소년단 평양공연(안민석) 등 남북교류협력 행사를 추진 중이지만 이조차도 성사가 불투명하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월 27~28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때문에 북한이 남북공동행사에 신경을 못 쓰고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문재인 정부로서는 지난해 10ㆍ4선언 남북공동행사가 무산된만큼 이번엔 ‘제2의 평창동계올림픽’처럼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의원은 “역사적인 행사를 앞두고 우리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발만 동동 구르는 건 아닌지 좀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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