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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돋보기] 화타 삼형제와 안전

중앙일보 2019.02.07 00:16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화타는 중국 한나라 말기의 명의(名醫)로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고 할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의술에 있어 자신의 두 형님을 더 높게 평가했다. 화타에 따르면 큰 형님은 어떤 이가 아픔을 느끼기 전에 얼굴빛을 보고, 병이 있을 것임을 예측해 병의 원인을 미리 제거했다. 그래서 환자는 아파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 자신이 어떤 고통을 겪었을 상황인지도 미처 몰랐다고 한다. 화타의 둘째 형님은 상대방의 병이 미미한 상태에서 병을 알아보고 이를 치료해 중병이 되는 걸 막았다.
 
반면 화타는 자신을 이렇게 평가했다. “병이 커지고 환자가 고통 속에 신음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병을 알아보고 돌본다. 환자의 병이 중하므로 그의 맥을 짚고, 진귀한 약을 먹이고,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한다. 사람들은 그런 나의 행동을 보고 내가 자신의 큰 병을 고쳐주었다고 믿는다. 내가 명의로 소문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화타의 말처럼 병이 커지기 전에 미리미리 예방하고 치료해 중한 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대부분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를 맞을 뻔했는지 모른다. 중병에 걸려 몇 차례의 수술을 받는 등 큰 고통을 겪은 뒤에야 예방의 중요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우리 주변의 ‘안전’도 마찬가지다. 별다른 사고 없이 지내다 보면 안전에 대한 투자에 소홀해지기 쉽다. “지금 사고도 안 나고 잘 나가는데 무슨 돈을 더 투입하겠다는 거냐”는 부정적인 말이 곳곳에서 나오기 일쑤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나 말은 한가지, 매우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현재의 안전도 그동안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선제적으로 안전 분야에 돈을 쓰고, 대비하고, 점검했기 때문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 화타 삼 형제로 보면 큰 형님이나 둘째 형님 같은 역할이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 자칫 방심하다 보면 대형사고가 터지고, 상당히 피해를 본 뒤에야 가까스로 수습하는 고충을 겪게 된다. 이건 막내인 화타 수준이다. 요즘 서울 지하철이 수도권 곳곳으로 연장되고 있다. 그 지역 주민들로서는 반가운 일이겠지만,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입장에선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유지 보수해야 할 구간이 더 길어지는데 정작 작업할 시간은 더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해 관련 지자체 등에선 의외로 관심이 적다고 한다. 우려가 더 커지는 상황이다. 안전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를 늘리고, 운행 체계를 정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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