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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땀도 나요” 남의 팔을 가진 사나이

중앙일보 2019.02.07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손진욱

손진욱

“2월은 제겐 특별합니다. 2년 전 2월 2일이 바로 새 인생을 얻은 날이기 때문이죠.”
 

2년 전 국내 첫 이식 손진욱씨
손에 들어가는 힘 정상의 80%
“이제 온전히 내 팔, 악수·헬스까지
복지기관서 일하는 게 새해 소망”

설을 며칠 앞둔 지난달 30일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 한 커피전문점. 손진욱(38·사진) 씨가 왼손으로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 이같이 말했다. 손씨는 국내 1호, 국내 유일한 팔 이식 수술의 주인공이다.
 
커피잔을 든 그의 왼쪽 팔은 ‘남의 팔’이다. 왼쪽 팔 손목 위 약 10㎝ 부위부터 손과 손가락 끝까지 전체가 뇌사자 팔을 기증받아 이식한 것이다.
 
손씨는 지난 2015년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로 왼쪽 팔을 잃었다. 의수(義手)를 끼고 생활하던 그는 2017년 2월 2일 대구 W병원, 영남대병원 도움으로 다른 사람 팔의 뼈와 신경·근육·혈관 등을 정교하게 연결하는 수술을 받았다.
 
손씨는 “수술 후 2년이 지나면서 이젠 ‘남의 팔’이 온전히 내 팔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처음 수술 후 낯선 느낌에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 팔과 손이 저리고 시려서다. “왼쪽에 팔이 있지만, 그 팔은 내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이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수술 몇달이 지나면서 조금씩 손씨의 몸은 남의 팔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5개 손가락 모두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손에 힘도 들어갔다고 한다. 야구공을 슬며시 쥐어 던질 수도 있었다. 상대와 악수도 가능해졌다. 손에 땀도 났다.
 
그는 2017년 7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에 앞서 시구하기도 했다. 비록 힘 있게 공을 멀리 던지진 못했지만, 팔 이식 수술의 성공 사례를 세상에 보여줘 화제가 됐다.
 
팔 이식 수술 후 두 번째 새해를 맞은 손진욱씨. 우측에 보이는 왼쪽 팔이 수술받은 팔이다.

팔 이식 수술 후 두 번째 새해를 맞은 손진욱씨. 우측에 보이는 왼쪽 팔이 수술받은 팔이다.

하지만 초기엔 컴퓨터 자판이나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는 것 같은 정교한 움직임은 하기가 어려웠다. 손씨는 “최근 들어 몸에 팔이 더 적응해서 컴퓨터 자판과 스마트폰까지 자유롭게 두드릴 수 있게 됐다. 숟가락으로 식사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손에 들어가는 힘도 정상 손의 80% 정도까지 된다. 악수도 힘차게 할수 있다. 신경이 살아나 뜨거움과 차가움을 느낄 수 있다. 운전이 가능하고, 양치질에 머리 감기 등 양팔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헬스에도 푹 빠져 있다고 한다.
 
손씨는 지난해 가을쯤 여자친구를 만났다. 새해 결혼도 생각 중이다.  
 
성공적인 팔 수술로 주목받은 그는 지난해 몇달 간 대구의료관광진흥원에서 메디시티(의료도시) 대구를 알리는 홍보맨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지금은 농산물 관련 유통일을 하고 있다.
 
손씨 수술 직후 제기된 팔 이식 수술 위법 논란은 이제 정리가 완전히 된 상태다. 2017년 4월 보건복지부가 수부(손·팔)를 ‘장기이식법’ 상 관리대상에 포함하기로 하고 지난해 법률 개정을 하면서다. 팔 이식 수술·치료가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문제도 지난해 해결됐다. 손씨는 팔 이식 후 매달 면역억제제를 병원에서 처방받아 먹는다. 그런데 의료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어서 지난해 중순까지 월 100여만원 돈을 내야 했다. 의료보험 적용을 받은 이후엔 월 17만원 정도만 내고 있다.
 
“새해엔 이웃들이 장애를 바라보는 편견을 더는 안 가졌으면 한다”는 손씨는 올해 작은 소망이 있다고 했다. “팔 한쪽이 없이 지낸 경험이 있어요. 장애의 고통을 잘 알죠. ‘남의 팔을 가진 사나이’라는 별명의 홍보맨이 아니라, 신체 장애를 가진 이들을 옆에서 돕고 보살피는 복지 기관 같은 곳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대구=글·사진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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