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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의 지배자 서른넷 한선수

중앙일보 2019.02.07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기장’ 한선수(34)의 절묘한 조종을 앞세운 대한항공이 2위로 비상했다.
 

프로배구 대한항공 2위로 이끌어
신구 세터 대결서 노재욱 압도
올해 6억5000만원으로 최고 연봉

대한항공은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우리카드에 세트 스코어 3-0(25-23, 25-19, 25-20)으로 완승을 거뒀다. 대한항공(18승10패·승점55)은 우리카드(17승11패·승점53)를 3위로 끌어내리고 2위로 올라섰다. 1위 현대캐피탈(21승6패·승점56)과는 승점 1점 차다.
 
이날 경기는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세터 대결로 눈길을 끌었다.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오랫동안 활약한 한선수와 우리카드 돌풍의 주역 노재욱(27)이 ‘신구 세터’ 맞대결을 펼쳤기 때문이다.
 
한선수는 ‘코트 위의 사령관’으로 불리는 베테랑 세터다. 특유의 빠른 토스를 살려 속공은 물론 좌·우 공격을 골고루 활용할 줄 안다. 때론 공격수의 기를 살리기 위해 같은 코스로 두 번, 세 번 공을 올릴 정도로 배짱도 두둑하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첫 우승을 이끌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된 한선수는 최고 연봉을 기록하면서 V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다. 6억5000만원에 계약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과 함께 ‘연봉 킹’의 자리에 올랐다.
 
34세의 한선수는 V리그 세터 중 유광우(우리카드)와 함께 가장 나이가 많다. 하지만 코트 위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은 여전하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올 시즌 우리 팀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건 한선수 덕분이다. 지난해보다 경기력이 더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젊은 세터 중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노재욱이다. 프로 5년차 노재욱은 2014~15시즌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전신)에 입단했고,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뒤 3년 연속 챔프전 진출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뒤 전광인의 FA 계약 보상 선수로 지목돼 한국전력으로 이적했다. 명 세터 출신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팀이 부진에 빠지자 공격수 최홍석을 내주고 노재욱을 데려왔다. 이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세터로서는 장신(1m91㎝)인데다 팔이 긴 노재욱은 높은 타점에서 공을 올린다. 특히 오른쪽 공격수에게 내주는 백토스가 일품이다. 노재욱을 만나자 주포 리버만 아가메즈의 공격력이 극대화됐다. 개막 4연패로 하위권에 머물던 우리카드는 노재욱이 합류한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창단 10년 만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예비 FA인 노재욱의 몸값도 폭등하고 있다.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기뻐하는 대한항공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기뻐하는 대한항공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이날 경기에선 우리카드가 초반에 앞서갔다. 노재욱은 아가메즈 대신 한성정의 공격을 활용해 상대 허를 찔렀다. 우리카드는 1세트 16-11까지 앞서며 최근 5연승의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한선수의 노련함이 노재욱의 패기를 눌렀다. 한선수는 정지석이 팔꿈치 부상으로 빠지고, 밋차 가스파리니가 부진하자 곽승석에게 공을 몰아줬다. 곽승석은 1세트에서 백어택 2개를 터트리는 등 팀내 최다인 6점을 올리며 25-23 역전승을 이끌었다.
 
1세트 역전패로 평정심이 흔들린 노재욱은 2세트부터 난조를 보였다. 결국 신영철 감독은 노재욱을 빼고 유광우를 투입했지만 흐름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한선수는 다양한 공격루트를 활용하며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한선수는 "초반 열세였지만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하려고 했다. 지난 경기에서 승석이 공격이 상대에게 많이 걸렸는데 비디오를 보면서 부족한 점을 채웠다"고 말했다.
 
한선수는 '딸바보'에 '애처가'로 유명하다. 상근예비역으로 군복무하던 시절엔 육아를 하는 아내를 위해 직접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올시즌 전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한선수는 "아내가 상의도 없이 몸에 좋은 약들을 많이 사놓는다. 도핑검사에 걸리지 않는 비타민제, 유산균 등을 챙겨줘서 먹고 있다"며 "몸이 힘들어도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뛴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버티는 것 같다"고 웃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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