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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서 아이디어…지혈제로 7조 시장 공략

중앙일보 2019.02.07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이문수

이문수

“10조원짜리 시장을 계속 만들어 나가며 우리의 도전이 얼마나 창의적인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코스닥 상장 성공한 이노테라피
지분 25% 대표, 240억 주식 갑부

지난 1일 코스닥에 상장한 이노테라피의 이문수(45·사진) 대표가 밝힌 원대한 포부다. 이노테라피는 지혈제 등 의료용 혁신 소재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바이오벤처기업이다. 이미 7조원 규모의 전 세계 지혈제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각각 1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누공 시장과 약물전달체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아직 국내엔 비교 대상이 될만한 회사나 상품은 없다. 상장 첫날 이노테라피의 주가는 1만9350원에 마감하며 공모가(1만8000원)보다 7.5% 올랐다. 회사 지분 25%를 보유한 이 대표는 240억원대의 주식 갑부가 됐다.
 
먼 꿈 같아 보이는 그의 꿈을 실현하는 무기는 ‘피보팅(pivoting)’이다. 피보팅은 기존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경영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이 대표는 회사의 성장 과정을 ‘피보팅의 연속’으로 요약했다.
 
그가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경영자(CTO)인 이해신 카이스트 교수와 회사를 세운 2010년. 그때만 해도 회사는 핵심기술인 ‘홍합 작용기 응용 접착물질(CHIC)’ 기술 하나만을 쥐고 있었다. 바다 생물인 홍합이 수중 환경에서 강력한 접착력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기술을 어떻게 가공할지 결정도 못 했다.
 
처음 겨냥한 곳은 접착제 시장이었다. 그는 “산업용 접착제와 미용 접착제 등 접착 물질이 필요한 업체들과 접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 길로 접착제 연구를 접었다”며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계속 부여잡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신 지혈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CHIC가 혈액 내 단백질과 순간적으로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다. 회사의 대표 상품으로 체외용 지혈 제품인 ‘이노씰’의 임상과 허가는 모두 마쳤다. 수술용(체내용) 지혈제인 ‘이노씰 플러스’와 소화기관용 지혈제 ‘엔도씰’ 등 후속 지혈 제품도 3상 확증 임상을 끝낸 상태다.
 
연구 과정에서 CHIC가 혈액은 물론 체액과 일반 단백질에도 잘 달라붙는다는 특징을 발견했다. 또 다른 피보팅이 진행됐다. 몸의 모든 구멍을 막는 기술(누공), 약물과 결합해 정맥주사만으로 심장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노테라피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90억원의 자금 대부분을 해외 임상 실험에 투자할 예정이다. 그는 “핵심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플랫폼이 확장되더라도 역량은 분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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