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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 법정관리 신청…1000억 물린 납품업체 피해 우려

중앙일보 2019.02.07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화승이 기업회생절차 신청한 직후 화승그룹이 직원에게 보낸 '전화 응대 가이드 라인' 메시지. [화승 채권단 제공]

화승이 기업회생절차 신청한 직후 화승그룹이 직원에게 보낸 '전화 응대 가이드 라인' 메시지. [화승 채권단 제공]

의류제조업계에 ‘화승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르까프·케이스위스·머렐 등 3개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유통하는 화승은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르까프·케이스위스·머렐 브랜드
겨울 시즌 매출 부진에 발목 잡혀

당장 화승에 의류·신발 등을 공급한 납품업체 50여 곳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화승은 지난해 8월 이후 납품업체에 물품대금을 5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제했다.  
 
피해 규모가 큰 10개 납품업체 대표는 6일 긴급 채권단 회의를 열고 대책을 모색했다. 200억원이 회생채권으로 묶인 의류제조업체 MSA 변종건 대표는 “10개 업체의 지난 가을·겨울 시즌 물품대금만 600억원이다. 오늘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업체까지 합치면 1000억원이 달할 것”이라며 “지난 8월 이후 납품한 물품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올 봄·여름 제품까지 합치면 화승은 1년 가까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납품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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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의 법정관리 신청은 1차 납품업체뿐만 아니라 원부자재 업체로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의류납품업체 박모 대표는 “겨울 장사가 끝난 후 물품대금을 받아야 원부자재 업체에 결제하는데, 연쇄적으로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화승은 납품업체뿐만 아니라 백화점 중간관리자(매니저)에 지급한 수수료도 어음으로 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에 따르면 이 금액도 80억원에 달한다.
 
화승 홍보팀 관계자는 6일 “연휴 직전에 발표가 나 직원도 내용을 알지 못한다. 7일 출근해봐야 파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승은 산업은행과 KTB PE가 공동 무한책임사원(GP)으로 설립한 케이디비 케이티비 에이치에스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화승그룹도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화승은 스포츠·아웃도어의 최대 대목인 겨울 시즌 매출이 곤두박질치며 현금 유동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납품업체 김모 대표는 “지난해 11월 다운재킷 판매가 부진한 데도 할인 등을 정책을 하지 않고 있다가 다른 브랜드에 비해 재고가 쌓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채권단은 지난해 10월 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김건우 대표이사를 선임할 때부터 기업회생절차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납품업체 대표는 “시즌을 앞두고 영업통인 전 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재무통을 대표 자리에 앉혔다”며 “브랜드를 살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사모투자 합자회사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채권단의 한 인사는 “화승이 어려운 건 알고 있었지만, 산업은행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어음 거래를 한 것”이라며 “수백억 원의 어음을 발행한 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물건을 납품한 업체는 법적으로 호소할 데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한 달 이내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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