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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가 선수 뒤에서 조언하는 장면, 프로골프선 사라진다

중앙일보 2019.02.06 15:00
[더,오래]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23) 
'2019 새 골프 규칙'은 일관성과 공정성이라는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 새 골프 규칙'은 일관성과 공정성이라는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 새 골프 규칙’은 일관성과 공정성이라는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골프에서 공정성이란 페어플레이 정신이 아니라 선수들이 거의 똑같은 조건에서 플레이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두 선수가 페어웨이로 볼을 똑바로 보냈는데, 하나는 볼이 딱딱한 곳에 떨어져 바운스 되어 멀리 튀고 다른 하나는 볼이 진흙땅에 박히는 경우를 상정해보자.
 
이전 규칙에선 페어웨이처럼 짧게 깎인 잔디에 놓이면 박힌 볼을 구제해주었고, 이번 개정 룰도 러프에서 당연히 구제받도록 해주고 있다(규칙 16조 : 이전에는 로컬룰로서만 구제받을 수 있었다). 
 
또 볼을 찾을 때 이전에는 찾는 도중 건드리면 1벌타를 받게 되어있었는데 이번에는 우연히 건드리게 되는 경우 페널티가 없다(규칙 7조). 볼을 찾다 보면 풀밭이나 관목 숲을 헤치기 마련인데, 이전엔 자칫 벌타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정작 볼을 친 당사자와 그의 캐디는 볼을 찾는데 소극적이고, 다른 플레이어들이나 자원봉사 나온 행사 요원들이 볼을 찾는 해프닝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다른 플레이어가 건드리면 페널티가 없고 플레이어만 벌을 주기 때문이었다.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잘 고친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새 골프 룰, 복불복 없애고 공정성 기해
긴 러프에 빠진 볼을 찾을 때 발이나 손으로 헤집어 찾게 되는데, 찾은 후에는 볼의 정확한 위치를 추정하기 힘들고 볼이 놓였던 자리도 훼손돼 다소 평평해지기도 한다. 이전에는 이런 볼을 드롭해 다시 치게 했다. 그러나 새로 개정된 규칙은 원위치를 추정해 그대로 볼을 놓고 치도록 하고 있다(14조 2항). 볼을 드롭하면 좋은 위치에 떨어질 수 있었지만 올부터는 러프 깊은 곳에 다시 묻고 치라는 것이다. 복불복을 없애 공정성이라는 차원에서 제대로 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수의 기량을 정확하게 재는 게 스포츠의 기본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선수의 기량 이외에 캐디의 실력이나 운에 따라 성적이 나온다면 제대로 된 스포츠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2018년까지 골프가 그런 면이 있었다. 골프에선 샷의 방향을 재는 게 매우 중요하다. 여기엔 퍼팅그린에서 플레이 선(이전 퍼트선)을 재는 것도 포함된다. 그동안 캐디가 선수 뒤에 서서 골프 볼을 그린 어느 곳에 보낼지, 올바로 방향을 잡았는지를 봐주었다.
 
새 규칙은 이를 문제 삼았다. 선수의 얼라인먼트(정력) 능력을 재는 게 골프의 기본 정신인데 왜 캐디가 이를 도와주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당연하다. 골프가 캐디의 능력을 재는 운동은 아니다. 이 조항의 희생자가 나왔다.
 
중국의 에이스 선수 리하오통. 리하오통의 캐디가 뒤에 서서 정렬을 도와 2벌타를 받게 되면서 순위가 3위에서 12위로 떨어졌고, 상금액에서 1억2000만원이나 손해를 보았다. [EPA]

중국의 에이스 선수 리하오통. 리하오통의 캐디가 뒤에 서서 정렬을 도와 2벌타를 받게 되면서 순위가 3위에서 12위로 떨어졌고, 상금액에서 1억2000만원이나 손해를 보았다. [EPA]

 
지난 1월 27일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마지막 날 경기에서 중국 선수 리하오통은 그의 캐디가 뒤에 서서 정렬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2벌타를 받아 순위가 3위에서 12위로 떨어졌고 상금액에서 1억2000만원이나 손해를 보았다. 캐디가 이를 도와줄 경우 2벌타를 받는다(10조). 앞으로 이 조항의 신설로 캐디의 중계방송에서 많이 사라질 것이고, 덤으로 플레이 속도가 매우 빨라질 것이다. 
 
작년만 해도 플레이어가 비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에서 클럽을 훼손하면 더는 그 클럽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를테면 플레이가 샷이나 퍼트를 잘못한 경우 화를 참지 못하고 클럽을 내동댕이치거나 땅에 찍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무릎에 대고 구부리기도 했다. 그러면 클럽 사용 자체를 금지했는데 올부터는 사용할 수 있게 됐다(4조).
 
퍼트에 실패한 뒤 퍼터를 땅에 내동댕이치면 미미하게 로프트 각도가 변경되거나 샤프트가 휠 수 있다. 과거엔 이럴 때 라운드 내내 웨지나 다른 클럽으로 퍼팅해야 했다. 이게 과연 공정한 일일까. 레프리들 상당수가 클럽의 이런 소소한 변화에 대해 판정을 내릴만한 전문성이 없는 게 현실이다. 올부터는 퍼트가 구부러졌다 하더라도 그냥 치면 된다.
 
그럼 볼이 페어웨이 생긴 디보트 자국에 빠지는 경우 이를 그대로 치는 게 공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국왕립골프협회나 USGA 측은 이 문제를 놓고 많이 고심한 것 같다. 볼은 놓인 대로 쳐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중시해 여전히 디보트의 볼은 그대로 쳐야 한다는 규칙을 고치지 않았다.
 
나는 다른 생각이다. 페어웨이에서 디보트에 빠지는 것과 아닌 것은 많은 차이가 난다. 볼을 제대로 보내놓고서도 플레이어한테 재수 띠기가 된다는 것은 스포츠의 기본정신인 공정성에 반한다고 본다. 앞으로 계속 논란이 될 것 같다.
 
고반발 드라이버 가져왔다고 벌타 부과하지 않아
고반발 드라이버. 작년까지는 고반발 드라이버 등 부적합한 클럽을 가져왔을 경우 최대 2홀 4벌타까지 페널티를 먹였으나 올해부터는 사용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는다. [사진 뱅골프]

고반발 드라이버. 작년까지는 고반발 드라이버 등 부적합한 클럽을 가져왔을 경우 최대 2홀 4벌타까지 페널티를 먹였으나 올해부터는 사용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는다. [사진 뱅골프]

 
작년까지 볼이 자신의 것인지, 또는 볼이 플레이하는 데 적합한 것인지 확인하려고 집어 들어 올리는 경우 동반 플레이어에게 이를 통보해야 했지만, 올부터는 이런 제한 규정이 삭제됐다. 퍼팅그린에서 볼을 마크하거나 일반 구역에서 볼을 건드린 뒤 다시 제자리에 리플레이스하기 위해서는 볼을 들어올려야 하는데 이를 통보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이 밖에 플라스틱 티 등 부적합한 티를 사용하는 경우의 페널티를 실격에서 2벌타로 낮추었다. 또 고반발 드라이버 등 부적합한 클럽을 가져왔을 경우 최대 2홀 4벌타까지 페널티를 먹였으나 올해부터는 사용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전엔 라이나 스윙구역을 개선하는 게 금지되었고 물리적으로 주변 환경을 변경했으면 2벌타를 먹었지만 이제는 다시 원상태로 회복시키면 페널티를 면제해준다. 이를테면 오비 말뚝을 뽑으면 2벌타였지만 다시 이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벌타가 없어진다. 규칙이 다소 관대해진 측면이 있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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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홍 민국홍 KPGA 경기위원 필진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 골프 전문가다. 현재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과 KGA(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를 역임했고 스포츠마케팅회사인 스포티즌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등 골프 관련 일을 해왔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골프 인생사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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