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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력 없다고요? 주호영 지지자 당에 가장 많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절 찍으시면 주호영이 됩니다.”
 
자유한국당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주호영 의원이 1월 3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자유한국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주호영 의원이 1월 3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자유한국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사무실. 100여명의 책임 당원이 당 대표로 나서는 주호영 의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당원 중 한 명이 “주 의원이 대구 양반인 탓에 워낙 점잖고 어디 나서지 않아 세력이 적다. 그래서 더 도와 드리고 싶다” 하자 조용히 듣고 있던 주 의원이 마이크를 덥석 잡았다. 
 
그는 “현재 우리당 책임당원이 32만명인데, 내가 작년 하반기에 1만 4000명이나 입당시켰다. 단기간에 이렇게 사람 많이 모을 수 있는 건 주호영 말고 누가 있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이 좀 되나 싶으니 갑자기 빨대 들고 와서 쪽쪽 빨아먹으려는 부류가 있다. 그런 사람을 고를 줄 아는 게 제대로 된 당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의원은 4선의 중진 의원이다. 지역구가 대구 수성을로 TK지만, 비박으로 분류된다. 2016년 총선에선 ‘진박 감별’ 논란 속에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판사 출신으로 균형감각을 갖고 있으며 누구와 척지지 않는 원만함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존재감이 약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졌다. 그를 밀착마크했다.  
2016년 3월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전·현직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당시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이 공천위 심사 결과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3월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전·현직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당시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이 공천위 심사 결과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왜 당 대표에 나섰나. 
우리 당이 기본만 지키면 잘 될 수 있다. 보수가 한국사회 근본이라는 국민 여론은 여전히 적지 않다. 다만 자유한국당에 실망했을 뿐이다. 민주당이 20년 집권론을 꺼내드는 건 여태 한국당 지도부의 사심이나 당 운영 미숙이 크게 작용했다. 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단합을 해야 하는데, 말로만 단합이라고 하면서 기본 틀을 안 지키면 어떡하나. 맏형이 아버지 재산 혼자 다 상속받고선 ‘형제들 우애 있게 지내라’라는 식 아닌가. 특히 우리 당은 공천에서 사(私)천이 팽배했고, 계파 이해만 따지는 당권 게임에만 빠져 이 지경이 됐다. 그걸 깨야 한다는 절박함에 나섰다.  
 
본인이 당선되면 계파정치를 끊을 수 있다는 얘기인가. 
난 여태 한 번도 계파모임에 가 본 적이 없다. 판사 출신이라 그런지 공정성, 균형감각 같은 게 몸에 배어 있지 않나 싶다. 일반 국민에겐 많이 안 알려졌지만, 2016년과 2017년 당이 위기에 있을 때 2번 정도 당 간판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비록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런 당내 기류가 왜 생겼겠나. 오래 본 동료들이 보기에 ‘주호영이 어디 크게 치우치진 않을 거 같다’란 믿음을 조금은 준 것 아니겠나.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태가 커지면서 새누리당 중징의원 6인 협의체가 가동했다. 당시 회동에는 5선의 원유철 의원과 4선의 김재경, 나경원, 정우택, 주호영, 홍문종 의원 등이 참석했다.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태가 커지면서 새누리당 중징의원 6인 협의체가 가동했다. 당시 회동에는 5선의 원유철 의원과 4선의 김재경, 나경원, 정우택, 주호영, 홍문종 의원 등이 참석했다.

계파색은 옅지만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도 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시대엔 조금이라도 튀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타인을 공격하며 지지자를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근데 내 성정상 그게 잘 안 된다. 나에겐 기본적으로 ‘분노’란 게 별로 없다. 
 
어떻게 부조리한 사회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있나. 
솔직히 내 지역구인 대구에선 경북고 나오지 않으면 정치하기 쉽지 않다. 나는 촌구석에서 자랐고, 지방대 학력(능인고, 영남대 법대)이다. 사시에 패스했지만, 엘리트 코스와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살아오면서 적지 않은 차별 겪었을 테니, 그걸 분노로 폭발시키고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최적의 정치인 스펙’이라는 데 난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여기까지 온 것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내 유년기가 결코 불우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판사 되고 정치인 된 게 꼭 출세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그게 세상에 도움이 되는데, 가급적 많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심정이다. 
당권 도전을 한 주호영 의원이 31일 수원 경기도당 사무실로 가는 승용차 안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실]

당권 도전을 한 주호영 의원이 31일 수원 경기도당 사무실로 가는 승용차 안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실]

 
그런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를 한 것인가. 
1988년부터 2002년까지 판사로 근무했다. 그때도 주변에서 '정치하면 좋을 듯하다'는 말을 툭하면 했다. 난 솔직히 듣기 싫었다. 어딘가 권모술수에 능하다는 뜻으로 들리지 않나. 그래서 주변에 물어봤더니 엉뚱하게도 '너는 인사를 잘하잖아'라고 하더라.  
 
무슨 말인가.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판사 방에 변호사들이 법정에 제출할 서류 내기 위해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두커니 앉아 있기만 한다. 그럴 때마다 난 꼭 일어나서 살갑게 인사하고, 나갈 때도 문밖까지 배웅하곤 했다. 권위주의 시대였던 탓인지 사람들은 ‘판사님이 이렇게 인사하시는 걸 처음 본다’며 특이하게 봤다.  
  
 주 의원은 서울 삼각지에 산다. 이날 아침부터 경기도 수원으로 향했다. 당원 소모임에 들른 뒤 경기도당 간담회, 출입기자 오찬에 이어 곧바로 KTX를 타고 경북 구미로 달려가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그는 당원들을 만날 때마다 “황교안ㆍ홍준표ㆍ오세훈의 이른바 ‘빅3’는 미디어가 만든 허구다. 바닥 당심은 전혀 다르다. 이들 중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당은 분열로 간다”며 호소했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1월 28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강당에서 열린 당대표 출마에 관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주호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1월 28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강당에서 열린 당대표 출마에 관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왜 세 명은 대표가 되면 안 되나.
그들은 대권 주자 아닌가. 이번 당 대표의 최고 책무는 2020년 총선 승리다. 그런데 대권 주자가 당 대표가 되면 바로 자신을 대권후보로 옹립하게끔 당을 재편하는 ‘사당’화가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밖의 인사가 들어오기는커녕, 당 안의 유력주자까지 밖으로 튕겨 나간다. 2015년 당시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가 되니 안철수ㆍ손학규 등이 나가 국민의당 만들지 않던가.  
 
하지만 문재인 의원은 대통령이 됐다.
현재 구도를 보자.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1340만, 홍준표 780만, 안철수 700만, 유승민 220만 표를 얻었다. 문재인·홍준표의 차이는 560만표에 이르지만, 안철수·유승민의 표를 합치면 920만표나 된다. 즉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은 이들을 다 우리 편으로 하는, 이른바 ‘반문연대’로 한국당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권 주자가 아닌, 중립적 균형적 시각에서 당을 조정하고 안정시키는 지도부가 현시기엔 최적이다.
 
1월 28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강당에서 열린 주호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당대표 출마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대구경북 당원들이 주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뉴스1

1월 28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강당에서 열린 주호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당대표 출마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대구경북 당원들이 주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뉴스1

그래도 국민은 강한 카리스마를 원하지 않나. 특히 야당 지도자라면.
소리 빽 지르고 윽박지른다고 요즘 누가 말을 듣나. 그런 세상은 이미 종말을 고하고 있다. 조직의 단결을 도모하는 것은 민주적이고 공정할 때다. 리더가 힘으로 누르기보다 절차를 잘 지키며 격려를 할 때 단합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그래야 좌파정권의 폭주에 제대로 맞서 싸울 수 있다.  
 
본인은 보수통합을 주도할 수 있다는 뜻인가. 
보수도 스펙트럼이 넓다. 중도 쪽에 가까운 인물을 꼽자면 유승민 의원이 상징적 인물이요, 그 반대편엔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가 있다. 난 최근 2주 안에 둘을 다 따로따로 만났고, 두 분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보수통합에 지지하고 공감한다는 의사를 들을 수 있었다. 정치란 결국 서로 다른 사람 간의 '차'를 어떻게 절묘하게 '합'으로 만드느냐 아닌가. 지금 이 당에서 유승민과 조원진을 한국당으로 다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군가.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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