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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아모르 파티에 꽂히다

중앙일보 2019.02.04 13:01
[더,오래]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19)
“어라? 뭔 일이래? 세상에~ 김연자 같은 가수도 무대에선 긴장하나 봐.”
화제의 영상이라며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공연영상을 보며 난 말했다. 그건 다름 아닌 자타공인 톱스타인 가수 김연자의 부산대학교 축제 영상이었다. 가수가 대학축제에 서는 일이 뭐가 그리 놀라운 일이라고 이리 호들갑을 떠는 걸까?
 
그렇다고 그가 대학축제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트로트 가수여서도 아니다. 내 눈에 들어온 건 무명가수도 신인가수도 아닌 최고의 가수가 어딘지 모르게 긴장하는 의외의 모습이었다. 물론 내 눈에만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한 게 몇 년이며, 내 기억 속의 그는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도 예의 그 실력을 뿜어냈던 가수인데 국제적인 무대도 아니고 거의 늦둥이 자식뻘인 청년들이 운집한 대학 축제에서 뭔가 수줍은 듯도 했을뿐더러 긴장한 표시가 역력하다. 원조 한류 가수가 무대 공포증이 있을 리도 없고 왜 도대체 그럴까 궁금했다. 천하의 톱스타도 젊음 앞에선 주눅이 들까?
 
대학축제에서 열창하는 가수 김연자. by 갤럭시탭s3, 아트레이지 사용. [그림 홍미옥]

대학축제에서 열창하는 가수 김연자. by 갤럭시탭s3, 아트레이지 사용. [그림 홍미옥]

 
이내 노래는 시작됐고 그는 언제 긴장을 했냐는 듯이 청중을 사로잡으며 그야말로 들었다 놨다를 계속했다. 그의 소문난 마이크 들어 올리기처럼. 전하는 말에 의하면 축제 전 학생들 사이에선 웬 트로트 가수를 초청했냐고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 내심 젊고 발랄한 아이돌 가수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을 거다.
 
하지만 60을 바라보는 가수는 일거에 그 불만을 잠재우며 보란 듯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꽃 망토 자락을 휘날리며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망토 언니로 탄생했다. 그 후로 대학축제 섭외 일 순위가 되었다고도 하고, 그의 노래 아모르 파티는 수능을 앞둔 고교생들이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지 못한대서 수능 금지곡이 되었다는 재미난 일화도 생겨났단다.
 
얼마 후 방송에서 그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난생처음 대학축제에 서니 자신도 모르게 많이 떨리고 긴장되더라는 얘기를 들려줬다. 과연 내 노래가 젊은이들에게 통할까 싶은 우려도 했다고. 하지만 노래 앞에선 모두가 한마음이 되었다는 말도 함께.


젊은이들이 모이는 대학가. by 갤럭시 노트5, S노트 사용. [그림 홍미옥]

젊은이들이 모이는 대학가. by 갤럭시 노트5, S노트 사용. [그림 홍미옥]

 
집이 대학교 앞에 있어선지 나의 행동반경은 언제부턴가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림을 그릴 때 들르는 동네 카페는 도서관으로 변한 지 오래고 식당에 가도 온통 자식 또래의 젊은이들이다. 이상한 건 그들이 눈치를 주지 않았는데도 난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괜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튀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일이지 뭔가.
 
또래 친구들과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에서 모임이 있던 어느 날, 식사를 마친 우린 적당한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예쁜 카페를 들어가니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었다.
 
괜히 그 분위기가 낯설기도 불편하기도 하여 몇 군데를 전전했다. 그들이 우릴 싫어할 것도 아닌데 괜스레 주눅이 드는 것 같고 지레 조심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저 카페는 아무래도 의자가 불편하니 안 되겠고 또 여기는 음악이 너무 시끄럽다며 온갖 구차한 이유를 갖다 댔다.
 
결국 시끄러운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 냄새를 맡아가며 커피를 마셨다. 참 한심한 일이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왜 이리 나이에 민감해지고 주눅이 드는 걸까?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나이는 숫자!
온갖 매체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심각한 세대갈등을 전해주고 온라인상에서는 거기에 더해서 젠더 갈등까지 온통 난리인 세상이다. 심지어 초등생들 사이에선 갱줌마(갱년기 아줌마), 할줌마(할머니 같은 아줌마)라는 신조어를 말한다니 놀랄 일이다.
 
서로를 이해하기보단 지레 주눅 들거나 아니면 오히려 큰소리를 내는 기성세대들이 많아진 것도 이런 현상에 일조한 것 같기도 하다. 당장 지하철만 타도 그런 현상은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나의 비겁(?)한 소심함도 그런 조바심에서 기인한 듯싶다. 다가오지 않은 노년이나 지나간 청춘에 사로잡혀 쓸데없이 눈치를 보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이젠 그런 눈치나 소심함은 집어치워야겠다.
 
거창하게 철학자 니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주어진 인생을 사랑하자는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신나는 노래 속에서나 존재하는 건 아니다. 우리 인생은 오늘도 내일도 소중하니까! 대학축제를 흔들어놓은 저 노랫말,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하면 돼! 들을수록 딱 지금의 내 마음이다.
 
오늘의 드로잉팁
오늘은 그림 팁이 아니고 윗글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화가의 이야기다.
 
런던의 한 화랑에서 만난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66·오른쪽)와 라이프치히 출신의 젊은 작가 마티아스 바이셔(31·왼쪽). 데이비트 호크니는 아이폰을 지닌 '터너'라고 불리는 영국 화가다.

런던의 한 화랑에서 만난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66·오른쪽)와 라이프치히 출신의 젊은 작가 마티아스 바이셔(31·왼쪽). 데이비트 호크니는 아이폰을 지닌 '터너'라고 불리는 영국 화가다.

 
아이폰을 지닌 ‘터너’라고 불리는 영국 화가다. 80대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 중인 데이비드 호크니. 영국 팝아트의 거장이자 현존하는 영국화가 중 최고의 작품값을 호가하는 데이비드 호크니(1937~).
 
3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전시가 열릴 예정이기도 하다. 그도 아이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서 작업하고 있는데 그의 폰 그림들은 한결같이 밝고 생기가 넘치는 게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현대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70대에 작업을 시작했다. 그가 시작한 작업은 전 세계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냈다. 82세인 지금도 활발한 활동 중이다. [사진 guyhepner]

현대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70대에 작업을 시작했다. 그가 시작한 작업은 전 세계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냈다. 82세인 지금도 활발한 활동 중이다. [사진 guyhepner]

 
70대에 그가 시작한 작업은 전 세계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냈는데 ‘난 그림을 그리는데 그게 캔버스 위가 아닌 태블릿(스마트폰) 화면일 뿐’이라고 말한다. 82세인 지금도 활발한 활동 중인 그야말로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인 셈이다.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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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옥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필진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그리는 중년 주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중년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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