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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의 계성고가 ‘학종 명문’된 비결은?

중앙일보 2019.02.04 05:30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있는 계성고등학교는 '비인기 지역'의 일반 사립고이지만 신흥 학종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계성고]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있는 계성고등학교는 '비인기 지역'의 일반 사립고이지만 신흥 학종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계성고]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있는 계성고가 신흥 학종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계성고는 교육열이 뜨거운 서울 강남 지역에 있는 학교도 아니고 특목고나 자사고도 아니다. 보통 중학생들이 지원해서 들어오는 일반 사립고다.  
 

[톡톡에듀 학종돋보기]
독특한 '독서-토론-논술' 교육
수업 때부터 교과와 독서 연계
저자 초청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
3년간 50~60권 읽는 학생도
학종 진학에서 좋은 성과 거둬

하지만 교육 과정은 특별하다. 다른 학교들이 기존의 교육방식을 고수하고 있을 때 계성고는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교육에 도전했다. 강석준 수석교사는 “선생님들에게 1시간 수업할 때 20분 이상 말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이게 쉬운 것 같나. 훨씬 준비해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서우종 진학 부장은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 교육과정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새로운 대입 전형의 취지에 맞춰 학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해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고 설명했다.
 
이런 계성고의 ‘교육 개혁’은 대학 입시 결과,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에서 큰 성과를 냈다. 2019학년 대입에서 수시 전형을 통해 재학생 기준으로 서울대(2명), 카이스트(1명), 연세대(2명), 고려대(6명), 서강대(3명), 성균관대(3명) 등에 합격했다. 재학생 360명 중 10여 명이 소위 명문대에 진학한 것이다. 또한 4년제 대학 진학률은 50%에 육박한다.  
 
특목고나 자사고가 아닌 강북 지역 학교 중에서는 돋보이는 성과다.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 알음알음 소문이 났다. 주변 다른 학교는 지원자가 적어 한 반에 채 20명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계성고는 지원하는 학생이 많아 학급당 학생 수가 35~40명에 이른다. 강석준 수석 교사와 서우종진학 부장에게 계성고의 '특별한'교육 방식이 뭔지 들어봤다.  
 
서우종 계성고 진학 부장: 학종을 바라보는 계성고의 태도  
 
학종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첫 번째로는 대학 진학의 방법이다. 두 번째는 학종이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교육 과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수능에서 1, 2점 더 맞은 학생이 아니라 학생부를 평가해 총체적으로 고교 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다. 대학이 학생부에서 보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다. 이 학생이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학습을 했고, 그 결과 어떤 성과를 내고 성장했는가’를 알고 싶어한다. 학생부에는 고민의 흔적과 성장의 증거가 나와야 한다. 
 
이전과 같은 주입식 교육으로는 이런 내용이 나올 수 없다. 학생이 수동적으로 주어진 수업만 받는데 무슨 고민을 할 수 있겠나. 그러니 당연히 선생님들도 학생부에 학생에 대해 기록할 내용이 없을 수밖에 없다. 고민은 선택에서 나온다. A 안과B 안 중에 선택하는 과정에 고민도 하게 된다. 우리는 수업과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가진 다양한 재능들을 발현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아이들의 작지만 커다란, 평범하지만 비범한 성취의 기록을 학생부에 담고자 노력했다.  
 
강석준 계성고 수석교사 “교사는 1시간 중 20분만 말하라”
 
우리 학교 선생님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사회 과목을 예로 들어보자. 법률에 대해 배울 때 학생들에게 스스로 법률을 만들어보도록 한다. 학생들은 수업 전에 미리 제시한 책을 읽고 참여해야 한다. 수업에서는 법을 제정하는 활동을 하며 법의 필요성과 타당성, 제정 절차에 대해 깊이 있게 깨닫게 된다. 법률의 정당성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하게 된다.  
 
국어 시간에는 ‘외계어’와 신조어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토론한다. 수업 시간에 이 같은 토론을 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미리 관련된 내용에 대한 책이나 참고 자료를 탐구해야 한다. 분임 토의를 거쳐 대표자가 모여 다시 토의하고 이 과정을 통해 결론을 도출한다. 토론을 마친 후에는 학생들은 각각 이 문제에 대해 논술을 한다. 논술하면서 생각이 더 깊어지게 된다. 이런 모든 과정은 평가 대상이 된다. 우리 학교는 교육청이 제시하는 것보다 수행평가나 서술형 평가의 비중이 더 높은 경우도 많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한마디도 안 하는 학생이 있지만, 나중에는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진다.  
 
우리나라는 과거에는 다른 나라를 쫓아가기만 해도 발전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미래에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협력하고, 토의하며, 표현하며,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갈 수 있는 미래 인재를 만드는 교육을 한다.  
 
서우종 진학 부장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라”
 
계성고에서는 매년 70~90여 개의 동아리가 운영된다. 학생 스스로 만들고 학교에 건의하는 자율형 동아리도 활성화돼 있다. 선생님마다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5개까지 동아리를 관리한다. 선생님이 동아리를 맡게 되면 소속 학생들을 지도하고 평가도 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 다른 학교에서는 학생 스스로 자율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에 정식으로 인정받는 게 쉽지 않다. 학교에서 인정받는 동아리만이 학생부에 기록될 수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동아리를 만들 수 있다.  
 
방과 후 수업의 내용도 다양하다. 영어나 수학 교과를 다루는 수업도 있지만,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는 커리큘럼도 많다. 예를 들면 삼국유사를 원전으로 읽는 수업이 있다. ‘휴리스틱스-발견적 학습’이라는 방과 후 수업도 있다. 책을 읽고, 관심 있는 연구 분야를 스스로 선택하고, 그 주제에 대해 2000자 글쓰기, 키워드 선정, 4000자 글쓰기라는 과정을 거치며 작은 논문을 완성할 수 있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앞에 나가 발표하는 고전 읽기 프로그램도 있다.  
 
강석준 수석교사 “독서-토론-논술로 스스로 학습한다”  
 
우리의 교육 과정은 기본적으로 ‘독토론’이다. 독서·토론·논술의 약자다. 독서를 통해 미리 배경 지식을 쌓고, 이를 토대로 수업 시간에는 부가적인 활동을 하거나 토론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논술을 통해 자기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한다. 계성고는 외부 기관과 계약해 학생들에게 논문과 참고 문헌에 접근할 수 있는 아이디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학생은 학습에 필요한 자료에 마음껏 접근할 수 있다. 학기마다 매 과목에서 한 권 이상의 책을 읽게 된다.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3년 동안 50~60권의 책을 읽는 게 대부분이다.  
북 토크

북 토크

독서 관련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보르헤스의 서재’라는 독서 프로그램과 ‘북 토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여기에는 저자를 강연자로 모시기도 한다. ‘칼의 노래’의 저자 김훈을 비롯해 승효상 건축가, 소설가 신경숙 씨, 시인 정호승 씨 등을 초청했다. 선생님들이 간곡하게 이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흔쾌히 응해주셨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학생들의 학생부에 기록해야 할 내용은 당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담임을 맡으면 매 학기 학생 한 명마다 적어도 4000자 정도를 써야 한다. 수업을 바꾸고 평가 방식을 바꾸는 일은 이처럼 선생님의 피땀으로 이뤄진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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