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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구글 '바이두'는 이미 죽었다?

중앙일보 2019.02.04 00:01
지난 1월 22일 <검색엔진 바이두는 이미 죽었다(搜索引擎百度已死)>라는 글이 중국을 휩쓸었다. 중국 네티즌들은 "구구절절 공감"이라며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이 글의 여파 때문인지 미국시간 1월 22일 바이두의 주가는 6.40% 폭락했다.  
 

검색 시 바이두 자체 콘텐츠 위주로만 노출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 찾기 힘들어
가짜뉴스, 저질 콘텐츠 필터링 미흡

2010년 검열 문제로 구글이 중국에서 철수한 이후 중국 검색엔진 시장 1위를 굳건히 지켜왔던 바이두(물론 구글 철수 이전에도 바이두의 점유율이 더 높긴 했음). 그런 바이두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 1인 미디어 뉴스실험실(新闻实验室)이 올린 <검색엔진 바이두는 이미 죽었다>를 살펴봐야겠다.
바이두 창업자 리옌훙 [사진 후슈왕]

바이두 창업자 리옌훙 [사진 후슈왕]

검색엔진 바이두는 이미 죽었다

 
최근 반년 간 바이두를 써본 사람들은 눈치챘을 것이다. 검색 결과 1페이지에 뜨는 대부분의 글이 바이자하오(百家号) 콘텐츠라는 것을.  
 
바이자하오는 바이두의 1인 미디어 플랫폼이다.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 생산자를 유치하기 위해 출범시킨 서비스다. 하지만 지금은 별의별 글이 판치는 광고판이 돼버렸다.
 
어제 한 친구가 위챗으로 바이자하오 글을 공유하며 사실이냐고 물어왔다. 오사마 빈 라덴과 911 테러는 무관하다고 미국 CIA(중앙정보국)가 인정했으며 그의 가족에게 사과하고 1800만달러를 배상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놀라서 검색을 해보니 당연히 가짜뉴스였다. 하지만 이 글은 바이자하오에서 조회수 40만뷰 이상을 기록했다.
 
다른 바이자하오 콘텐츠의 퀄리티도 알만 하지 않은가. 허나 바이두는 바이자하오 콘텐츠를 검색결과 상단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 바이두에 '브렉시트'를 쳐보니 첫 페이지에 7개의 콘텐츠가 떴다. 첫번째로 뜨는 게 바이두백과고, 나머지 4개가 바이자하오 콘텐츠였다. 단 2개만이 다른 사이트의 글이었다.
 
# 이번엔 '미국 셧다운'을 쳐봤다. 1페이지에 뜨는 8개의 콘텐츠 중 절반이 바이자하오였다. 게다가 첫번째, 두번째 글도 바이자하오였다.  
 
# '중국 2019년 GDP' 검색 결과 중 상위 5개 콘텐츠 가운데 4개가 바이자하오 콘텐츠였다. 하지만 이중 최신 데이터를 알려주는 글은 하나도 없었다. 3번째 라인에 걸린 중국경제망 링크가 내가 찾던 기사였다.
 
(기존의 방문·검색기록 때문에 콘텐츠 배열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부러 브라우징 흔적을 남기지 않는 크롬의 시크릿 모드로 실험했다.)
바이두에 '중국 2019년 GDP'를 검색한 결과 [사진 후슈왕]

바이두에 '중국 2019년 GDP'를 검색한 결과 [사진 후슈왕]

 
이런 최신 이슈 말고 인물을 검색해도 똑같다. '트럼프'를 치면 1페이지에 바이두백과, 바이두톄바, 바이자하오 콘텐츠 일색이다. 딱 하나만 다른 포털인 신랑(新浪)에 올라온 글이다. 피살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페파피그'를 쳐봐도 결과는 비슷했다.  
 
인물이 아닌 '인공지능'을 검색하면 상위 4개가 광고, 그 다음이 바이두백과, 중간 3개가 다른 사이트 글이고 나머지 모두가 바이자하오, 바이두톄바다.  
 
일상적인 궁금증이 생겨 검색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고속철 티켓 사는 법"을 쳤더니 최상단에 바이두경험, 바이두즈다오(네이버 지식인과 유사한 서비스) 글이 뜨고 그 다음에서야 12306 공식 홈페이지(중국판 코레일) 링크가 뜬다. 그 밑은 바이두경험, 고속철망, 바이자하오 등의 순이다.
 
이번엔 "졸업논문 쓰는 법"을 검색해봤다. 상단 2개는 대필 사이트 광고였고 그 밑은 모두 바이자하오 콘텐츠였다.
바이두 검색 실험결과 [사진 후슈왕]

바이두 검색 실험결과 [사진 후슈왕]

위의 엑셀 표는 바이두 검색 실험결과다.
 
최상단 회색 블록이 검색어. 왼쪽부터 '중국 2019년 GDP', '브렉시트', '미국 셧다운', '트럼프', '카슈끄지', '페파피그', '인공지능', '고속철 티켓 사는 법', '졸업논문 쓰는 법'이다. 그 밑은 검색 결과인데, 노란색 형광펜으로 표시한 부분이 바이두 자체 서비스다(광고 포함).  
 
1년 전만 해도 바이두는 이렇지 않았다. 5년 전, 10년 전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때의 바이두는 여러 문제가 있었어도 최소한 중국어 검색엔진으로서의 기능에는 충실했다. 하지만 요즘의 바이두는 "바이자하오 검색엔진'으로 이름을 바꿔야할 판이다.
 
바이두는 왜 추락했을까? 우선 외부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위챗 공식계정, 웨이보, 타오바오 등 트래픽이 모이는 중요한 플랫폼들이 바이두에 콘텐츠를 개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검색 결과가 부족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바이두 전략 자체에 있다. 바이두는 이제 더 이상 검색엔진이 아닌 광고·홍보 플랫폼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허나 이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사람들이 바이두에서 찾고 싶은 걸 찾지 못한다면 사용 시간이 자연히 줄 수 밖에 없다.
 
Baidu.com은 이제 당신이 찾는 중국어 종합 검색엔진이 아니다. 바이두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만 노출해주는 사이트다. 쭉 쓰다보니 참 슬프다. 가장 큰 중국어 포털이 이 지경이 되다니 말이다.
바이두의 묘비.. [사진 펑파이신원]

바이두의 묘비.. [사진 펑파이신원]

 
<검색엔진 바이두는 이미 죽었다>가 올라온 다음날인 1월 23일, 바이두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우선 바이자하오 콘텐츠가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에 바이두는 "검색 결과 가운데 바이자하오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자하오는 바이두 앱 콘텐츠 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중요 전략으로, 바이두 앱에서 검색할 때 콘텐츠 연결 속도가 지체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등 더 나은 브라우징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자하오 콘텐츠의 품질에 대해서는 "현재 190만곳의 바이자하오 크리에이터가 있으며 권위있는 매체, 대량의 우수한 1인 미디어가 포함돼있다"고 해명, 앞으로 고품질의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임을 피력했다.  
 
바이두가 성명을 내자 <검색엔진 바이두는 이미 죽었다>의 원저자 팡커청(方可成)도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공교롭게도 1월 22일(미국시간) 바이두의 주가가 폭락한 탓이다. 팡커청은 "내 글과 바이두 주가 하락 간에 그 어떤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으며 사실 내 글은 그만큼의 영향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 대부분이 하락했으며 웨이보의 경우 13.63%나 폭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두가 해명한 "검색 결과 가운데 바이자하오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팡커청은 "사람들이 보통 검색을 하면 1~2페이지만 보지 전체 페이지를 다 눌러보지 않는다. 바이두가 첫 번째 페이지 검색 결과를 근거로 댔으면 더욱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바이두 사망(?) 사건에 대해 현지 네티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바이두에 부정적이었다.
 
"바이두의 검색 서비스 진짜 구린 건 사실이야. 심지어 어쩔 땐 공식 홈페이지도 못 찾겠어. 젊은이들이야 어느 정도 (링크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정확한 정보를 찾기 힘들어."
 
"가끔은 제목에 낚여 클릭하면 자동으로 뭔가가 다운 받아지기도 해. 찝찝해 죽겠어."
 
"바이두는 지뢰밭이야. 검색 한 번 하기도 힘들어."
 
"요즘 많은 미성년자들이 팩트체크 되지 않은 바이자하오 콘텐츠를 곧이 곧대로 믿어서 걱정이야."
 
몇 년 전부터 위기설이 꾸준히 흘러나오는 바이두. 이번 바이자하오 이슈, 더 나아가 전반적인 검색 서비스 업그레이드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지연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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