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균형발전으로 포장된 '토건 경제' 시즌2

중앙선데이 2019.02.01 15:46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지역의 23개 사업(총 24조 1000억원 규모)에 대해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의결했습니다. 국무회의 직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표문 제목은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였습니다. 
 
예타 조사는 국가재정법에 근거 규정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이나 연구개발사업 등의 예산을 편성하려면 예타 조사를 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사업이 경제성과 타당성이 있어야만 나랏돈을 지원한다는 내용입니다. 납세자의 세금이 숭숭 새는 걸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면제 대상은 대부분 토건사업으로 경기 침체를 막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면제 대상은 대부분 토건사업으로 경기 침체를 막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연합뉴스]

면제 규정도 국가재정법에 있습니다. 지역 균형발전과 긴급한 경제 사회적 대응 등이 필요할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추면 예타 조사를 건너뛸 수 있습니다. 설령 경제성이 떨어져도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필요하다면 일부 편법을 허용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번 국무회의 의결의 본질은 ‘경기 부양’인데 포장지를 ‘균형 발전’으로 바꾼 것이라는 논란은 접어 두겠습니다. 따져 볼 점은 이런 지역별 나눠주기식 정책이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입니다. 
 
예타 면제 사업을 정할 때 정부는 지자체의 신청을 받았습니다. 총 17개 시도에서 32개 사업(68조7000억원 규모)을 신청했습니다.  이 중 16개 지역의 사업이 선정됐습니다. 제주도까지 포함해 지역별로 골고루 챙겨주었습니다.  
 
특정 지역만 소외시켰다가는 민심이 들끓을 겁니다. 골치 아픕니다. 공평하게 나눠 주면 됩니다. 이번에 예타 조사 면제받은 도로ㆍ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규모만 20조원이 넘습니다. 종전에 예타 조사에서 탈락했다가 이번에 면제받은 사업도 7개나  됩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역의 낙후한 인프라를 개선하는 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길 뚫고, 철도 놓고, 공항 활주로 닦는다고 전부가 아니죠. 공사 기간에 일자리가 지역에 생기지만 임시용일 뿐입니다. 공사 끝나 길 좋아졌다고, 접근성 개선됐다고 사람이 그 지역으로 가서 살까요. 잠시 스쳐 지나갈 수는 있겠지만 정착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필요한 건 지역의 일자리이고, 교육 시설 등입니다. 지역에 맞는 산업 개발이나 교육 여건 개선 같은 본질적인 해법 없이 토목 사업 벌인다고 균형발전이 된다면 벌써 됐습니다.  
 
이미 지방자치단체 간 격차는 크게 벌어졌습니다. 마강래 교수의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를 인용합니다. 기초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 1위인 서울 강남구의 한 해 예산은 7696억원인데 이 중 5222억원이 자체 수입입니다. 재정자립도 꼴찌인 전남 구례군은 한 해에 2636억원의 돈이 필요한데 자체 수입은 225억원에 불과합니다. 지방에서 토목 공사 거창하게 벌인다고 이 격차가 좁혀질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지방에 사람이 모여 살아야지 균형발전의 시동을 걸 수 있습니다. 마 교수는 아예 ‘광역화와 거점개발’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광역지자체를 5+2로 개편해 초광역권을 만들고, 이어 지방의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개발합니다.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성장의 이익을 주변 중소도시들과 나누자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디어가 적합한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역을 살리려면 어떤 식이든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체계적인 전략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는 울림이 큽니다.   
 
역대 정부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규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경실련, 기획재정부]

역대 정부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규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경실련, 기획재정부]

돈 뿌리고 건축ㆍ토목 공사하는 걸 균형발전 전략이라고 꾸미는 건 그만 두어야 합니다. 경기가 나빠 임시방편으로 SOC 투자한다고 솔직하게 밝히면 납세자가 이해라도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토목 사업 통한 경기 부양은 절대로 없다”고 했지만 결국 토건 경제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이마저 엉뚱하게 포장해 설명합니다. 이건 문재인 정부의 지난 대선 구호인 ‘나라를 나라답게’와는 거리가 멉니다.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이번 주 중앙SUNDAY에는 칼럼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김영민 교수(서울대) 인터뷰 기사를 싣습니다. 지난해 추석 때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우리 사회를 향해 포효했던 그가 이번엔 ‘설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21세기 변화한 가족의 의미 등을 돌아봅니다. 묵은 때 벗고 밝은 해 맞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구독신청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