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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직격 인터뷰] “기념비적 광장 아닌 일상성 찾아야 만년 시위장소 벗어나”

중앙일보 2019.02.01 00:03 종합 23면 지면보기
승효상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모 심사위원장
이로재 건축사무소에서 만난 승효상 심사위원장. 광화문 광장 재조성 프로젝트를 필생의 화두로 삼아온 그답게 확신과 열정이 넘쳤다. [임현동 기자]

이로재 건축사무소에서 만난 승효상 심사위원장. 광화문 광장 재조성 프로젝트를 필생의 화두로 삼아온 그답게 확신과 열정이 넘쳤다. [임현동 기자]

최근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국제공모 당선 안을 공개했다. 2021년까지 1040억원을 들이는 대형 프로젝트다. 세종문화회관 쪽 차도들을 전부 없애고, 이순신 장군·세종대왕 동상도 옮긴다고 해서 논란이다. 지금보다 광장이 3.7배 커진다. 여론은 환영보다 비판 쪽이다. 이순신 동상을 밀어내고 광장 바닥에 촛불 문양을 활용하는 안은 정치적 편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행정안전부는 정부종합청사 앞에 공원이 들어서면 청사 기능이 마비된다고 반발했다. 10년 만에 멀쩡한 광장을 뜯어고치는 혈세 낭비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치적용 아니냐는 의견까지 분분하다. 현재 광장은 2009년 조성됐다.

광화문 광장 논란 이해하지만
정치적 비본질적 논란은 우려
광장 재조성은 50년 넘는 숙원
지금이라도 고치는 게 맞는 일

조선 육조거리의 현대 광장화는
민주주의 도시 풍경 완성시키고
서울을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한 몫 할 것

 
공모 심사위원장을 맡으며 광장 재구조화 프로젝트를 총괄한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지난달 29일 서울 대학로 이로재 건축사사무소에서 만났다. 수년간 광화문 광장 재조성을 화두로 삼고, 그 기본 틀을 제시해온 이다. 그는 “세간의 논란을 다 알고 있다”면서도 “세계 최대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벗고, 민주주의 도시 서울의 풍경을 완성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4~16년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에 이어, 현 정부의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서울역 고가(서울로 7017), 세운상가 리모델링 등 서울을 바꾸는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서울을 세계에서 제일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데 광화문광장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선 안에 대해 논란이 많다.
“모두가 관심 갖는 공간이니 의견이 분분한 건 당연하다. 그 과정에서 생각 못 한 안이 있다면 받아들여서 최적의 결과를 만들 것이다. 단 비본질적이고 정치적 해석이 많은 것은 좀 우려된다. 당선작은 공사 직후가 아닌 훗날의 모습이다. 정부청사 앞에 공원을 만든다는 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행안부 장관은 청사 앞을 다 막아놨다고 하지만, 그렇게 할 건축가는 없다. 서울시도 여론을 듣겠다고 하니 반영될 것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이미 도시를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장치가 되어서 그 기억을 존중해 그대로 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세종대왕 동상은 세울 때부터 크기와 위치에 말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세종대왕이 백성을 억압하듯 내려다보는 사람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옮겨도 될 것 같다.”
 
10년 만의 재공사에 거부감이 크다.
“도시는 생물체같이 늘 변한다. 아무리 좋은 것을 만들었다고 해도 시대와 시민의 요구에 의해 매일매일 변한다. 하물며 지난 10년간 논란과 비판이 많았는데 그걸 또 고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도시의 변천 과정을 이해 못 하는 거다. 지금이라도 고치는 게 낫고, 오히려 늦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71학번인데, 그때부터 건축계에서는 광화문 광장을 어떻게 고치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조선총독부(중앙청) 건물이 있던 때라 ‘민족통일의 광장’으로 바꾸자고 해서, 총독부 3층 높이로 데크를 덮어 그 위를 보행로, 아래를 차로로 하는 안이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었다. 이처럼 5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얘기된 과제다. 돈 얘기를 하자면 토목공사치고 1000억원은 적은 규모다.”
 
정치적 억압기에는 광장의 상징성이 컸지만 지금도 이렇게 큰 광장이 중요할까.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큰 광장 아닌가.
“전혀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든다면 사이즈가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주어진 공간을 활용하는 문제다. 역사적으로 광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담론의 바탕이지, 권력자를 기리는 공간은 절대 아니다. 그리스 아고라, 로마 포럼처럼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뱉는 게 광장의 역할이다.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도시 시설이다. 이를 안다면 광장의 크기나 성격에 대해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
 
세종문화회관 아닌 미 대사관 쪽으로 붙여야 종로·청계천과 연계될 텐데.
“미 대사관 쪽으로 붙이면 서쪽(세종문화회관) 부분은 지하시설이 없어 외톨이가 된다. 반대편 종로구청 쪽에는 이미 지하시설들이 있고 큰 건물들도 많다.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쪽에 붙여 지하시설끼리 연결시켜야 전체가 연결되는 효과가 있다. 도시 전체를 보행으로 연결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왼쪽에 붙이는 게 맞다는 얘기다. 원래 육조거리의 주축도 그쪽이라 역사성도 있다. 북악산, 경복궁, 광화문, 용산, 한강,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정축이다.”
 
사실 지금 광화문 광장은 시위 공간이다. 의례적 행사를 하거나.
“섬 같은 중앙 광장이 돼서 생긴 일이다. 늘 걸어 다니는 일상적 공간이 아니라 중앙 공간이 되니까 기념비적이고 상징적인 공간으로 여겨지고, ‘무슨 일 있으면 가자’는 식이 된 거다. 차로를 건너가고, 과장되게 얘기하면 목숨을 걸고 가는 시위하러 가는 공간이 됐다. 혹은 한 번 구경하러 가는 공간이 됐다. 일상 공간화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시위 말고 공간 자체가 유인하는 게 없지 않나. 주변에 관공서들이 많고.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여서 사람들이 마음 놓고 편히 다니기 시작하면 세종문화회관의 기능이 확장돼서 나올 거다. 나중에 공연 마치고 날 좋으면 나와서 커피도 마시게 될 거고. 지하공간에 지표면을 지원하는 시설들이 놓이면 반드시 활성화된다.”
 
육조거리를 살리고 광화문 앞 해태와 월대를 복원한다. 민주공화국 시민에게 왕궁 복원이 무슨 의미일까.
“반대 의견이 많은 걸 잘 알고 있다. 옛 건물을 기억하기만 하면 되지 왜 굳이 복원까지 하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미 경복궁 복원이 많이 돼 있다. 경복궁 정문이 광화문인데, 이왕 이렇게 됐으니 주변 시설들을 만들어 완전한 정문을 만드는 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경복궁으로 들어가는 광화문 앞 공간이 협소하다 못해 졸렬할 정도다. 월대를 찾아 복원하면 이 역사광장은 문화재 관리를 통해 함부로 집회를 못 하는 공간이 된다. 서울도 제법 역사로서 경건한 공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광화문 앞 의정부 터도 발굴 중인데 발굴해도 복원 말고 그대로 노출 시켜 시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라고 권고했다. 장소가 박물관이 되는 ‘온 사이트 뮤지엄(on site museum)’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설계자도 그렇게 제안했다.”
 
설계안의 큰 틀은 위원장이 직접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문화재청에서 작업을 의뢰해서 처음 제안을 했다. 당시 이명박 시장도 괜찮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유명무실이 됐다. 이후 오세훈 시장에게도 설명했다. 그때 오 시장이 그렇게 하면 편측 광장이 되니까, 중앙인지 편측인지를 여론 투표를 붙이자고 하더라. 편측은 이상하고 중앙이 낫다, 게다가 좌측이니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은 중앙광장이 돼버렸다. 이번 공모 때는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이는 ‘도로망’을 정해놓고 제안했다.”
 
큰 틀은 다 정해져 있는데 공모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세부 디자인 결정하는 수준이라 참가를 안 했다는 건축가들이 많다(공모에는 원래 477팀, 최종 70팀이 응모했다).
“모든 건축 설계 공모는 도로망을 정해 놓고 시작한다. 시험 출제할 때 어떤 조건을 주느냐는 출제자의 마음이고, 오히려 출제조건이 명확한 게 중요하다. 자기들이 할 게 없다고 하는데, 단 100평짜리 필지를 줘도 그 안에서 다른 안들을 내는 게 건축가들이다. 실제 응모한 70개 작품의 내용은 천차만별이었다.”
 
기본 계획을 한 사람이 심사에 참여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발주처에서 심사위원을 맡아서 사달이 난 적은 있다. 그러나 나는 발주처도 아니고 비전문가도 아니고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서 이야기해온 사람이다. 내가 심사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한쪽 차로가 없어지는데도 교통은 7% 정도 느려진다고 한다.
“시뮬레이션 결과다. 교통은 막힌다 싶으면 다 돌아가고, 계속 막히면 아예 안 가게 돼 있다. 재작년 빈에 1년간 있었는데 서부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중요한 간선도로를 모두 보행로로 바꿨다. 그러니 상권이 살아나서 평일에도 사람이 바글거리는 것을 목격했다. 끊임없이 보행화를 시키기 때문에 빈이 9년 연속 세계에서 삶의 질이 가장 좋은 도시로 선정된 것 아닌가. 교통은 사실 무책이 상책이다. 편하니까 교통을 쓰는 거지 불편하면 차들이 안 간다. 차로가 줄어서 경제활동이 위축된 예가 없다. 서구는 차 없는 도시가 완전한 추세다.”
 
왜 이토록 광화문광장을 강조하나.
“서울은 천만 인구 메가시티, 천 년 역사의 도시, 600년 수도, 유라시아 대륙의 동단에 위치해 유라시아 익스프레스의 종착점이자 시발점, 그리고 이렇게 큰 도시임에도 내부에 산이 많은 도시다. 심지어 보행 레벨이 지표, 지하 2개뿐인 여느 도시와 달리 공중보행로(세운상가, 서울로), 성곽로(산)까지 4개의 레벨이 있다. 이런 도시는 세상에 서울밖에 없다. 이런 장점을 모르거나 외면한 도시정책이 문제였다. 평지에 세워진 도시는 건물이 무너지면 정체성을 잃지만, 서울은 산이 있어서 건물이 없어져도 돌아갈 원점이 있다. 이게 서울이 가진 지문, 땅에 새겨진 ‘터 무늬’다. 그런데 수십년간 서양을 따라 하느라 터 무늬를 없애는 터무니없는 정책을 썼다. 이제라도 원점을 찾으려 하면,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될 것이다. 그 중심에 광화문광장이 있는 것이다. 사실 광장은 서양의 공간이다. 서양 도시는 평지라, 도시를 만들려면 길부터 만들고, 길은 통로니까 모이기 위해 광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서울엔 산이 있어서 곧장 길을 낼 수 없다. 그래서 점거 영역부터 만들고 그 영역과 영역 사이에 길을 만들었다. 서울 길이 구불구불한 이유다. 그래서 사실상 광장이 특별히 필요 없기도 했다. 하지만 왕정의 상징인 육조거리는 넓은 길이었다. 그것을 광장화하는 것은 서울을 민주주의 도시의 풍경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기점이 된다고 본다.”
 
제안한 청와대 광화문 이전은 보류됐다.
“광화문 시대가 소통하겠다는 건데 지금 실질적으로 소통을 잘하고 있으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저는 당장 바꿔야 한다. 어두침침한 중복도가 정말 사람 살 곳이 아니다. 기계장치로 강제 환기를 하고 인공조명을 쓴다. 사람은 쉽게 적응하니 살다 보면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그게 진짜 괜찮은 게 아니다. 자기도 모르게 그 공간의 법칙에 따라 살게 되고, 성격마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법이다.”
 
승효상은…
1952년생.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스타 건축가. 유홍준 자택 수졸당,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 베이징 장성호텔 등을 설계했다. ‘건축대통령’이라 불리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 동기다.

 
양성희 논설위원
 
※ 이 기사의 취재 작성에는 박규민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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