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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조선사 탄생 가능성에 엇갈린 증시 반응…대우 11% 급등, 현대 급락

중앙일보 2019.01.31 10:47
세계 1위와 2위 조선사의 합병.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타진 소식에 국내 주식시장도 바로 반응했다. 방향은 엇갈렸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하락했고,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10% 넘게 급등했다.
 
31일 오전 10시 31분 현재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하루 전보다 4150원(11.5%) 급등한 4만250원에 거래 중이다. ‘상시 구조조정’ ‘가시지 않는 부도 위기’ ‘주인 없는 회사’란 상황에서 벗어나 새 주인을 찾게 될 것이란 소식에 1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타진한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제4회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에 마련된 대우조선해양 부스. 송봉근 기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타진한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제4회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에 마련된 대우조선해양 부스. 송봉근 기자

반면 인수 주체로 떠오른 현대중공업 주가는 급락 중이다. 오전 10시 31분 기준 전일 대비 7000원(4.84%) 떨어진 13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2조원 넘는 영구채를 안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고가 인수 논란이 부담이다.  
 
또다른 인수 주체가 될 수 있는 현대중공업지주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 오전 10시 31분 현재 하루 전과 견줘 2만8000원(7.46%) 하락한 34만75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상승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에서 벗어나게 된 데다, 조선업 구조 개편에 따른 반사 이익이 기대된다는 분석에 따라서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오전 10시 31분 기준 전일 대비 570원(6.55%) 상승한 9270원에 거래 중이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인수 전까지 단기적으로 시장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지주의 주가 하락,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주가 상승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에 대해 김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비용 발생과 시너지, 노조 저항 등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주인 없는 회사’에서 벗어나 생존 가능성이 커져 긍정적이고,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다른 전문가 분석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빅3(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 체제에서 ‘빅2(합병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 체제로의 재편은 궁극적으로 공급 과잉 이슈와 출혈 경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호재”라면서도 “대우조선해양 인수 방식에 따라 인수 주체(현대중공업)에 일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우조선해양 자본총계는 3조6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영구채(신종자본증권)에 해당하는 금액이 2조3000억원으로 63.5%에 이른다.  
 
영구채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내도 되는 부채를 말한다. 부실에 빠졌던 대우조선해양을 살려내기 위해 채권단이 자본 확충 차원에서 쏟아부은 돈이다. 당장 원금을 갚아야 할 부담이 없지만 원래 성격이 ‘빚’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유승우 연구원은 “영구채 전량을 부채로 볼 때, 인수 주체인 현대중공업이 약 2조원에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인수하는 것은 비싸다는 논리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지주 주가가 급락 흐름을 보인 배경이다.  
 
현대중공업은 KDB산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중앙포토]

현대중공업은 KDB산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중앙포토]

 
삼성증권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시나리오를 크게 두 가지로 가정해 주가를 전망했다.  
 
첫 번째, 현대중공업지주가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금으로 사들이는 방식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분 형태의 자산 가치에 할인을 적용하고, 보유 현금이 대우조선해양 지분으로 치환된다면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목표 주가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대우조선해양 매입 가격 고평가 논란 역시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 주식 교환 방식으로 합병하는 방법이다. 이 역시 현대중공업 주가에 부정적이다. 한영수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영구채를 전량 부채로 간주한다면 기존 현대중공업 주주 입장에선 다소 불리하다”고 짚었다.
 
장기적으로는 조선업 구조조정, 출혈 경쟁 예방이란 차원에서 전체 업황에 도움이 되겠지만 현대중공업 자체로만 보면 단기적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지만 인수 가격, 시너지 논란 등으로 ‘협상 불발’ 가능성도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어서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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