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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황금돼지해 맞이 인구정책

중앙일보 2019.01.31 00:13 종합 31면 지면보기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설날이 코앞이다. 설날이 되면 진정한 기해년(己亥年) 돼지띠가 열린다. 60갑자(甲子) 중 기해년은 황금돼지띠라고 한다. 2007년 정해년(丁亥年) 에도 황금돼지띠를 경험했다. 언제가 진짜 황금돼지띠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돼지띠를 좋아한다. 돼지가 재물과 복을 상징하는데 거기에 황금을 붙였으니 특별함은 배가된다.
 

12년 전엔 자녀출산 대폭 증가
작년 혼인 전년 대비 6% 줄어
올해 출산 증가는 어려울 전망
저출산 후 변화될 사회에 대한
대응과 체질개선 더 중요해져

2007년 황금돼지해, 그 특별함은 자녀 출산으로 나타났다. 2005년 약 43만 명에 불과했던 출생아 수는 황금돼지해에 약 49만 명으로 늘어났다. 영유아 시장의 상술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사회는 2006년을 쌍춘년이라 명명하고 결혼하기 딱 좋은 때로 포장했었다.
 
그렇다면 진정한 황금돼지해라고 여기는 기해년에도 우리는 전년도에 비해 더 많은 복덩이들을 볼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최소한 신생아 출산에서 우리 사회는 황금돼지의 복을 누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아직까지 공식 통계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2018년에 태어난 아이들의 수는 약 32만 명 정도다. 올해 출생아 수는 30만 명 언저리에 그칠 전망이다. 한 해의 출생아 수는 1~2년 전 혼인 건수와 관련이 높은데, 우리나라의 혼인 건수는 2017년과 2018년 전년 대비 약 6% 줄었다.
 
혹시 저출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스페인, 이태리, 그리스와 같은 남유럽 국가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여성 한 명이 일생동안 평균 1.3명보다도 낮은 자녀를 낳아왔다. 러시아와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도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된 1990년대 1.0~1.3명의 자녀 출산을 경험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대만, 싱가포르가 저출산으로 고민 중이다. 하지만 한 해에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1970년대 90만 명대에서 2000년대 40만 명대로 30년 만에 반토막 밑이 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곧 30만 명대의 자녀수도 붕괴된다. 전쟁이나 큰 자연재해도 없이 40년 만에 출생아 수가 3분의1로 줄어드는 것이다. 그래도 정말로 우리나라밖에 없냐고 묻는 독자들이 있으실 것이다. 실은 비슷한 경우가 있긴 있었다. 다른 나라가 아니라 다른 시대다. 14세기 유럽 전역에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당시 사람들은 출산을 하려하지 않았다.
 
조영태칼럼

조영태칼럼

마치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와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건 지자체건 어떻게든 출산을 장려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출산을 장려하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이미 줄어든 출산이 만들어 놓을 사회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는 작업이다. 특히 인구고령화와 청년들의 탈(脫)이주가 일상이 되다시피 한 지자체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지자체는 기초건 광역이건 인구정책을 주관하는 주무 부서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 경상남도, 경기도 등 광역 지자체 몇 군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자체의 인구정책팀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출산 장려 관련 정책이 그들이 주로 수행하는 업무의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지자체장들은 지자체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조금만 변해도 일희일비하고 있고, 감소추세가 두드러진 곳에서는 출산장려금을 마련해서라도 혹은 옆 지자체에서 청년을 데려와서라도 출산율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이야 이해가 되지만 이런 식의 정책은 출산 감소시기에 적절한 인구정책이 아니다. 진짜로 필요한 인구정책은, 첫째 결혼하고, 태어나고, 이동하는 인구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 파악된 인구변동이 앞으로 지자체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를 분석하고, 셋째 분석된 결과에 현재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유형,무형의 제도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일 인구변동으로 인해 변화될 사회가 명확하고 관련해서 필요한 제도나 시설이 있는데 아직 없다면 그것들을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다. 한마디로 저출산 시대에 필요한 인구정책은 저출산으로 변화될 사회 모습을 미리 그려보고, 그에 맞도록 체질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출산 시대에 필요한 사고의 전환은 지자체만이 아니고 개인과 가족들에게도 동일하게 요구된다. 다음 주 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일 것이다. 그 때 집안의 청년들에게 언제 결혼하느냐 혹은 언제 아이를 가질 거냐는 질문은 하지 말자. 마치 지자체가 출산 장려책에 몰두하는 것과 동일하다. 대신 후속세대가 없어진 상황에 앞으로 집안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해 봄이 어떨까? 체질개선을 꾀하는 지자체처럼 말이다.
 
조영태 서울대교수·인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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