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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파트너 김혁철, 4년 전엔 “핵보유국으로 미국과 협상”

중앙일보 2019.01.31 00:08 종합 8면 지면보기
2015년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에스테반 왕립연구소 연구원과 대담 중인 김혁철(왼쪽). [유튜브 캡처]

2015년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에스테반 왕립연구소 연구원과 대담 중인 김혁철(왼쪽). [유튜브 캡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다음주께 북·미 정상회담 실무 협상에 나설 북한의 김혁철은 “주일미군도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철저한 ‘체제 충성형’ 관료로 파악되고 있다.  
 

스페인 대사 시절 거침없는 발언
“주일미군도 철수” 주장하기도

김혁철은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 출신이다. 그가 스페인에 부임한 이듬해인 2015년 1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엘카노 왕립연구소 주최 국제회의에 참석한 영상을 보면 그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한·미는 합동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김정은 위원장께서는 강조하셨다”고 영어로 설명했다.
 
당시 그를 인터뷰했던 마리오 에스테반 엘카노 왕립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9일 중앙일보에 “상당히 영민하고 호감이 가는 타입이었다”며 “정보가 풍부했고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에스테반 연구원이 2015년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외무성 부상이었던 이용호 현 외상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김혁철 전 대사였다고 한다. 그가 젊은 실세였음을 보여준다. 에스테반 연구원은 “김혁철이 본인의 소속을 정확히 밝힌 적은 없지만 내게는 정통 외교관으로 외무성 소속으로 보였다”며 “이용호 외상과의 관계도 매우 돈독해 보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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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철은 대사 시절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도 적극 응했다. 이를 놓고 평양 내에서 그의 입지가 탄탄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혁철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015년 이란과 핵합의를 타결하자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는 전쟁을 막기 위한 막강한 군사 억지력이 있고 이란에는 그게 없었다”며 “우린 다르다. 우리는 핵을 가진 나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핵보유국의) 동등한 조건으로 미국과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으며 미국이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20년 전 대화를 시작하고도 아무런 결과가 없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김혁철은 2015년 9월 디플로맷 인 스페인과의 인터뷰에선 “엄밀히 말해 우리는 미국과 아직 전쟁 중이며 이것이 우리가 핵을 개발하게 된 첫 번째 이유”라며 “미국이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하고 미군이 철수하면 도미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미군은 동아시아 전체에서 철수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을 넘어 주일미군의 철수까지 주장했다. 이 인터뷰에서 김혁철은 북한이 독재국가라는 지적에 대해 발끈했다. 김혁철은 “독재정권이라는 것은 심각한 모독”이라며 “우리 지도자(김정은 위원장)는 정치적 리더이자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보장해 주시는 아버지”라고 말했다.
 
김혁철은 그러나 한국 측 인사들과의 만남에선 극히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2017년 엘카노 왕립연구소 국제회의에서 그를 만난 신범철 현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이 “안녕하세요”라고 두 차례나 인사를 건넸지만 김혁철은 고개만 끄덕였을 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엘파스 등 현지 언론은 김혁철에 대해 1971년생이며 2014년 1월 스페인 초대 북한대사로 부임했다. 
 
전수진·이유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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