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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자도 사회적 약자…가부장 문화 혜택 본 건 4050일 뿐”

중앙일보 2019.01.31 00:08 종합 1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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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와 정부 정책에 대한 20대 남성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을 이끈 계층도 20대 남성이다. 중앙일보는 20대 남성 여섯 명에게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와 사회에서 겪고 있는 낙인에 관해 물었다. 김우진(24·고려대), 이준서(21·경희대), 이준성(26·취업준비생), 임승호(25·고려대), 전지훈(24·연세대), 한창호(26·취업준비생)씨가 인터뷰에 응했다.
 

‘이남자’ 6명에게 들어보니
남자니까 기득권 취급 받아 억울
경단녀? 우린 군대 단절 박탈감

20대 남성이 불만을 품고 있는 원인은.
▶한창호=20대 남성이 언제 가부장제 혜택을 보고 그런 제도를 답습하며 여성을 억압했나. 이게 핵심이다. 학교 안에서 우리는 권력을 누린 적이 없다.

▶전지훈=20대는 남녀 구분 없이 약자지만 우린 ‘남자니까’ 기득권 취급을 받는다. 여기에 ‘젊다’는 이미지도 더해진다. 불만을 토로하면 “남자잖아” “젊잖아”라는 반응에 억울하다.

▶임승호=성차별적인 문화를 만들고 가부장 문화에서 혜택은 본 세대는 사오십대 남성이다. 『82년생 김지영』 책을 봐도 그렇다. 40~50대 남성은 지금 페미니즘 정책을 펴면서 가해자가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
 
그 밖에 다른 분노의 이유가 있다면.
▶한창호=잣대가 다를 때 분노가 생긴다. 20대 남성 사이엔 기존 남성들이 이득을 누리던 부분은 사라지고 손해인 부분은 남아있다는 인식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불거질 일은 없지만 고름처럼 고여있다. 장교는 가능한데 사병은 불가능한 여성 입대 문제, 경찰·소방 공무원 시험에서 체력 검정 기준 논란 등 이슈가 불거지면 고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임승호=‘한남’은 혐오표현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그렇다. 남성은 약자가 아니기에 혐오표현이 성립할 수 없다는 식이다. 20대 남성에 대한 비하는 쉽다.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군대 얘기만 꺼내도 ‘군무새’라는 혐오표현을 듣는다.
 
20대 남성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지훈=20대 남성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0대 남성도 약자”라고 주장하면 “찌질한 한남충”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김우진=사회에 20대 남성을 보호해주는 시스템이 없다고 느낀다. 여성가족부는 있어도 남성가족부는 없으니까. 우리를 위한 정책이나 창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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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져 또래 여성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에 대한 의견은.(게임 중독 낙인)
▶김우진=이런 분석은 게임은 인생의 낭비고 비생산적인 일이라는 기성세대의 편견 때문이다.

▶이준서=취미 생활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라도 취미에 지나치게 빠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 남자의 대부분은 성매매한다는 인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성매매 낙인)
▶임승호=20대 남성 사이에서는 성매매한다고 말하면 거의 ‘비정상’ 취급하는 분위기가 크다. 한국 남성 절반이 성매매한다는 통계 역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우진=원정 성매매 기사 등 자극적인 내용이 편견으로 굳어진 측면도 있다. 상식적으로 주변에서 둘 중 한명이 성매매를 한다면 정상 사회가 아니다.
 
성적과 취업에서 여성에게 밀려 불만이 커졌다는 분석에 대한 견해는.(열등감 낙인)
▶임승호=4050 세대는 여자가 더 공부를 잘한다는 인식이 큰 것 같다. 일주일 전 고향에서 사촌의 학교 진학을 두고 “공학은 성적 따기 어려우니 남학교에 가라”는 얘길 들었다.

▶이준성=군대 문제가 이런 불만을 더 키운다. 전역 후 먼저 취업하는 동기 여성이나 후배를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다. 3040이 되면 여성들이 경력단절 등 손해를 본다고 반박할 수 있지만, 어느 나잇대에 어떤 성별이 더 큰 손해를 보느냐는 비교는 제로섬 게임이다. 20대 남성 문제와 30~40대 여성 문제를 함께 개선해야지 ‘그러니까 20대 때는 남자들이 손해 봐’라는 논리는 곤란하다. 
 
이태윤·최연수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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