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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 6월…조재범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은 이유는

중앙일보 2019.01.30 14:35
심석희 선수 등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재범(38) 전 국가대표 코치에게 법원이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1·2심 검찰 구형(징역 2년)보다는 적지만 1심 선고(징역 10월)보다는 무겁다. 형량을 줄이기 위해 항소했지만 오히려 늘어났다.  

상습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가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상습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가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조 전 코치는 항소심 기간 법원에 30건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체육계의 탄원서도 이어졌다. 피해자 4명 중 3명은 합의서를 제출했다.
그런데도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난 이유는 뭘까.  
이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문성관 부장판사)는 "폭력을 수단으로 한 선수지도 방식에 대한 반성적 고려 없이 기존 방식을 답습해 선수들을 지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조 전 코치는 2012년에도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제자에게 주먹을 휘둘러 손가락 골절 등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다. 중한 형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피해자와 합의하면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이라는 선처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로도 그는 선수들을 폭력으로 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그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하게 됐다는 취지로 변명하고 있지만, 폭행이 이루어진 시기와 폭행의 정도 및 그 결과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변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특히 심 선수에 대한 폭행은 평창올림픽 개막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가해져 심 선수의 경기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조 전 코치는 자신의 폭행에 대한 경찰 수사와 재판이 시작되자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했다. 피해자들이 거절하기 어렵게 체육계 지인 등을 동원해 집요하게 합의를 종용했다. 이에 심 선수를 제외한 다른 피해자들이 합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를 '강요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각 합의는 피해자들의 자유로운 의사가 아닌 사실상 강요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합의서를 제출한 피해자 3명 중) 2명은 같은 취지에서 합의를 취소하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아직도 피고인처럼 폭력을 선수지도의 한 방식으로 삼고 있는 체육계 지도자가 있다면 엄중히 경고하는 한편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향후 폭력사태의 재발을 근원적으로 방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변호사 없이 민트색 수의를 입고 재판장에 선 조 전 코치는 재판부가 선고하는 동안 서서 땅만 내려다봤다. 
재판장에 들어설 땐 창백했던 그의 얼굴은 선고 후엔 약간 상기됐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코치의 공소사실 일부가 심 선수에 대한 성폭력 사건과 연관된 만큼 "수사할 시간을 더 달라"며 재판부에 재판기일 연장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문제가 된 이 사건의 범죄사실이 중하다고 판단해 공소를 유지하면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문제가 된 1건의 경우 폭행과 성폭력을 별개의 사안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성폭력 사건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심 선수에 대한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도 조 전 코치를 2차례 옥중 조사했다.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2월 중 조 전 코치를 검찰에 송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조 전 코치는 "성폭력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 재발 방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 재발 방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조 전 코치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16일 훈련 중 심 선수를 수십 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총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 지난해 올림픽 개막 2달여 전까지 조 전 코치에게 수차례 성폭력과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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