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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엔… 주름진 엄마 무릎을 굽히고 돌려보세요

중앙일보 2019.01.29 07:00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37)
예전엔 늘씬하고 예뻤던 우리 엄마 다리가 이번에 보니 휘어져서 다이아몬드 모양이 되어버렸다. 이번 설엔 고향의 엄마 무릎을 만져주는 것이 어떨까. [중앙포토]

예전엔 늘씬하고 예뻤던 우리 엄마 다리가 이번에 보니 휘어져서 다이아몬드 모양이 되어버렸다. 이번 설엔 고향의 엄마 무릎을 만져주는 것이 어떨까. [중앙포토]

 
“선생님 우리 엄마 무릎 좀 봐주세요. 우리 엄마 다리가 예전에는 늘씬하고 예뻤었는데요. 이번에 고향 내려가서 보니까 글쎄 이렇게 다리가 휘어져서 다이아몬드 모양이 되어버렸지 뭐예요. 엄마 어쩌다 이렇게 됐어. 무릎이 아프지는 않어. 응.”
“안 아플 리가 있겄어. 맨날 바늘로 쑤시는 것처럼 욱씨그리, 뻑쩍지그리 아프제.”
 
“그렇게 아팠으면 나한테 얼른 연락했어야지 왜 말을 안 한 거야.”
“너도 바쁠 텐데 내가 아프다고 맨날 이야기하면 네가 걱정할까 봐 그랬제. 허구한 날 아프다고 하면 아무리 자식이라도 누가 좋아 하것냐.”
 
“그리고 엄마 일 좀 하지 마시라니까 왜 맨 날 밭에 나가서 일해요. 속상해 못 살어.”
“선생님 엄마한테 밭일하면 안 된다고 좀 이야기해주세요. 제 말은 절대로 안 들어요.”
 
“시골 살면 어디 일을 안허게 되간디. 집 앞에 쬐끄만 텃밭도 농사 안 짓고 맨땅으로 놀리는 게 남 보기 흉이라 그냥 식구들 먹을 것만 조금 하는 거지.”
 
이번 설엔 고향의 엄마 무릎 만져주자
어머니 무릎은 수십년간 자식들 키우랴, 집안일 하랴 혹사당해 주름지고 변형됐다. 이번 설날에 고향에 가면 어머니 무릎을 유심히 살펴보자. 어머니는 아파도 자식에게는 아프다고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머니 무릎이 지금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상태인지, 점점 진행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① 무릎을 굽혀보자
 
어머니를 바르게 눕히고, 발목을 잡고 무릎을 천천히 구부려 보자. 정상적으로는 무릎이 완전히 구부러질 때까지 아프면 안 된다. 만약 구부리는 중간에 통증이 생긴다든지, 아니면 관절이 굳어서 더는 구부러지지 않는다면 무릎관절염이 상당히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하다.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으면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걸을 때도 다리를 절게 된다.
 
② 굽힌 무릎을 돌려보자
 
무릎이 완전히 굽어지면 그 상태에서 천천히 돌려보자. 시계방향, 반시계방향으로 돌려봤을 때 통증이 발생한다면 반월상연골(무릎관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판)이 손상된 것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앞으로 걷는 것은 괜찮지만, 방향 전환을 할 때나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이 시큰할 수가 있다.

만약 어머니의 무릎이 위의 두 경우이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③ 무릎 둘레를 재보자
고향에 갈 때마다 엄마 무릎관절의 둘레를 재서 기록해 놓자. 관절의 둘레가 몇 년 전보다 늘어났다면 관절염이 진행하고 있다. 무릎뼈는 자극을 받는 방향으로 자라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관절염이 생기면 자극 심해지고 뼈는 자극을 받는 쪽으로 자라서 골극(骨棘)이 자라나고 관절의 둘레가 두꺼워진다.
 
이번에 고향에 내려가면 잊지 말고 엄마의 무릎을 만져주면서 “엄마 고생했어요. 고마워요”라는 말을 건네보자.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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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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