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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장애인 유튜버 “장애인은 왜 가엾게만 나오나요”

중앙일보 2019.01.28 00:03 종합 23면 지면보기
김지우 양은 ’수능 끝나면 다른 장애인 유튜버들과 협업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유튜브]

김지우 양은 ’수능 끝나면 다른 장애인 유튜버들과 협업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유튜브]

“왜 장애인은 모두 불쌍해야 하는 걸까?”
 

‘굴러라 구르님’ 개설한 김지우양
휠체어 꾸미고, 외국에 연수 가고 …
장애를 보는 불편한 시선 꼬집어
“거리에 더 많은 장애인 나왔으면”

뇌병변 장애가 있는 고교 3학년생 김지우(18) 양이 2년 전 유튜브에 ‘굴러라 구르님’(이하 구르님) 채널을 개설한 이유다. 그는 최근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외국과 달리 한국에선 TV나 영화에서 장애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나온다 해도 눈물 쏙 빼는 감동 스토리나 후원 방송에서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의 묘사가 ‘장애인은 아무것도 못 한다’는 선입견을 공고하게 한단 얘기다.
 
행사 후 따로 만난 구르님은 명랑 쾌활 그 자체였다. “중학생 때 UCC 콘테스트에 나가면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원래 컴퓨터 만지는 걸 좋아해서 게임도 많이 하고 만화도 많이 봤는데 영상 제작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단편영화도 만들었고, 지금은 영화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어요. 제가 만드는 영상이 고도의 편집이 필요한 건 아니어서 하룻밤에 몰아서 끝내버리는 편이예요.”  
 
그는 장애인이란 이유로 “너는 이거 못하지”란 말을 더 많이 듣는 게 속상하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듣다 보면 무의식중에 ‘아, 나는 그거 못하지’가 되어버리거든요. ‘너도 할 수 있어’ ‘못할 게 뭐 있어’라고 계속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EBS ‘배워서 남줄랩’에 출연해 화제가 된 그는 “‘장애인 치고 예쁘네’란 말이 제일 듣기 싫다”고 했다. “장애인은 꾸밈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매력적인 대상이 될 수 없단 전제가 깔린 발언이잖아요. 그래서 더 꾸밀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구르님의 영상은 “여러분은 장애인과 마주친 적이 있냐”고 묻는 첫 영상부터 “장애 극복은 무슨 말일까” “휠체어는 꾸미지 말란 법 있나” 등 비장애인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들로 가득하다. ‘장애인한테 이런 것 좀 하지 마’ 영상에는 장애인을 향한 불편한 시선도 고스란히 담았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는데 대본도 준비 안 했어요. 친구들이 먼저 제 입장에서 생각해 보더니 아이디어를 막 내던데요.” 영상에 나오는 ‘어쩌다 다친 거야’ ‘수술하면 나을 수 있대’ ‘내가 해 줄게’ 같은 말을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뜨끔하게 된다. “다들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니까요. 제 친구가 어디 여행을 다녀왔는데 경사로가 있고 길도 넓고 차도 별로 없더라며 다음에 같이 가자고 얘기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저 같은 친구가 없었더라면 절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겠죠.”
 
그는 “길거리에 더 많은 장애인이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쉽게 볼 수 있어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로 각인될 수 있기 때문. 그가 여행을 좋아하는 데다, 장애인 이동권에 큰 관심을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어 스피치 대회에서 입상해 9박10일간 일본 연수를 다녀왔는데 버스 타기가 너무 수월하더라고요. 한국에선 한 번도 혼자 버스를 타본 적이 없거든요. 간호사가 전 일정을 동행하고, 배리어프리 호텔 방으로 배정해주는 걸 보면서 장애인 인권에 대한 온도차를 분명히 느꼈어요.”
 
그는 점점 더 많은 장애인이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는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저도 처음엔 악플이 가장 걱정됐어요. 그런데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분들이 훨씬 더 많더라고요. 제가 손에 힘이 부족하다 보니 자막을 넣을 엄두가 안 났는데 도움을 청하자마자 영상 전편에 자막이 생겨난 걸 보면서 혼자선 못해도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걷는 모습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게 되고. 제 채널이 장애인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커뮤니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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