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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매년 치료 성적 투명하게 공개, 의료의 질 향상 이끌 것”

중앙일보 2019.01.28 00:01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심장 질환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2위다. 분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이 많은 심장 질환은 병원의 치료 시스템이나 의료진의 중증 환자 치료 경험에 따라 생사가 갈릴 수 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심장센터가 심장 질환 진료 분야의 ‘질(質) 지표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내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처음이다. 정석 진료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권현철 심장센터장에게 발간 취지와 주요 성과를 들었다.
 

인터뷰 -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심장센터장

권현철 심장센터장은 ’질환별 주요 수술 건수, 합병증 발생률, 사망률 등의 질 지표를 관리해 수준 높은 의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동하

권현철 심장센터장은 ’질환별 주요 수술 건수, 합병증 발생률, 사망률 등의 질 지표를 관리해 수준 높은 의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동하

질 지표 보고서를 낸 계기는 뭔가.
“최근 20년간 국내 의료기관은 눈에 띄는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병원은 대형화됐지만 의료 전달 체계는 왜곡되는 기현상을 초래했다. 특히 병원의 양적인 성장은 질적인 성장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병원을 대상으로 심근경색증 평가에 나섰으나 병원별 등급화, 지표의 적절성 논란을 낳았다. 삼성서울병원 심장센터는 ‘질 중심 의료’ ‘첨단 치료’ ‘건전한 의료 전달 체계’를 주요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의료 문화를 만들고자 2017년 6월 첫 번째 질 지표 보고서를 발간했다. 정부보다는 민간 주도로 질 지표를 개발해 평가하는 게 건설적인 대안이 될 것이란 판단이 섰다. 지난해 10월 두 번째 보고서가 나왔다.”
 
지표 선정은 어떻게 이뤄졌나.
“질 지표는 대표성·객관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심장센터는 관상동맥팀·부정맥팀·심부전판막팀·선천성심질환팀을 운영한다. 팀별 혹은 센터 전체 회의를 거쳐 사망률·합병증률·재시술률 등의 지표를 결정했다. 선정된 지표는 의학계에서 이미 검증했거나 세계 최고 심장센터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 클리닉 사례 등을 참고한 것이다. 특히 모든 집계 자료는 연구용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이는 연구·전문 간호사 등이 엄격하게 관리하는 병원의 얼굴이자 가장 중요한 지적 재산이다. 논문 작성이나 학회 발표에 쓰는 연구용 데이터를 사용해 신뢰성을 확보하려고 했다. 지표 결과에는 이런 결과가 나온 배경과 원인을 분석해 코멘트를 달았다.”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왔나.
“국내에는 이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질 지표 결과를 발표하는 것 자체가 성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표 성과면에서도 의미 있는 통계가 많이 나왔다. 심평원에서 시행한 심근경색 평가 결과(2012)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입원 30일 내 사망률’의 경우 전체 병원 평균이 7%, 삼성서울병원이 5%였다. 이번에 발표한 센터의 질 지표 분석 결과, 2017년에는 1.9%로 훨씬 더 낮아졌다. 심평원 평가는 심정지, 심장성 쇼크 같은 중증 환자를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이런 환자를 모두 포함해도 삼성서울병원은 3.7%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사실 병원 내부에서조차 치료 성적을 공개하는 데 부정적인 여론과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보고서 결과가 공개된 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심장센터가 표방하는 정석 진료에 대한 지지와 신뢰가 더 커졌다.”
 
새로운 의료 서비스도 다뤘는데.
“신기술도 의료의 질적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정보로 봤다. 그중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은 수술하기 어려운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시행하는 치료법이다. 2013~2017년 71건이 이뤄졌는데 이 중 비심장인성(흡인 폐렴) 사망, 응급 대동맥 수술, 영구형 심박동기 삽입이 각각 한 건씩 발생했고 말초혈관·뇌혈관 합병증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렇게 낮은 합병증 발생률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드문 성적이다. ‘심실보조장치(LVAD) 치료술’은 말기 심부전 환자 중 심장이식을 받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좌심실 기능을 대신하는 혈액펌프를 삽입하는 치료법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수술 건수(22건, 2018년 8월 기준)와 성적(6개월 생존율 100%) 면에서 국내 1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 활용 방안과 향후 계획이 있다면.
“센터 내부적으로는 질 지표 관리와 신기술 발전을 이뤄내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보고서를 다른 병원 의료진에게도 공개하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의료의 질적 성장에 대한 고민과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그러려면 지속성이 중요하다. 적정 지표를 추가로 개발해 매년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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