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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요양원은 '만원'… "고령자는 지방으로 이사 가세요"

중앙일보 2019.01.27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19)
일본 사이타마 현의 한 요양원에서 노인들이 직원의 도움을 받고 있는 모습. 앞으로 도쿄 거주자는 들어갈 요양원을 고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앙포토]

일본 사이타마 현의 한 요양원에서 노인들이 직원의 도움을 받고 있는 모습. 앞으로 도쿄 거주자는 들어갈 요양원을 고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앙포토]

 
앞으로 도쿄 거주자는 늙어 혹시 치매에 걸리면 들어갈 요양원을 고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5년에는 도쿄 주변에 병간호시설이 대폭 부족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일본 정부는 주거, 의료, 병간호, 예방, 생활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지역포괄 케어 시스템을 서둘러 추진해왔지만, 이 역시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독신 고령 세대가 가족과 이웃 주민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령자가 건강할 때 지방으로 이주시키면 어떨까. 지방은 생활비용이 저렴하고, 고령자 시설도 여유가 있다. 게다가 퇴직 후 도시에서 벗어나 지방에서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려는 액티브 시니어도 늘고 있다. 급속한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지자체는 고령자의 이주를 환영하고 있다.
 
활동적인 고령자를 유치하면 인구감소를 막고, 고용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 고령자를 유치해 의료 병간호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의 기업은 고령자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지방으로 도시 고령자 이동시키기 위한 ‘CCRC’
이에 일본 정부는 인구감소 문제와 초고령 사회의 위기상황을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지방 창생 전략을 수립했다. 지방의 인구감소를 막으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겠다는 야심 찬 목표다. 이러한 지방 창생 방침에는 지방으로 사람을 이동시키는 전략으로서 ‘일본판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생애활약마을)’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판 CCRC의 기능 구성. CCRC란 건강할 때부터 병간호가 필요한 인생의 최후기까지 장소 변경 없이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다. [출처 sustainable platinum community(일본판 CCRC) 정책 제언)]

일본판 CCRC의 기능 구성. CCRC란 건강할 때부터 병간호가 필요한 인생의 최후기까지 장소 변경 없이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다. [출처 sustainable platinum community(일본판 CCRC) 정책 제언)]

 
CCRC란 건강할 때부터 병간호가 필요한 인생의 최후기까지 건강상태 변화에 따라 장소 변경 없이 계속해서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다. 주로 미국의 시니어 커뮤니티의 핵심개념이다. 일본판 CCRC는 미국의 CCRC를 참고해 일본의 정서, 지역성, 제도에 적합하도록 만든 새로운 커뮤니티 개념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지방 이주를 지원하기 위해 2014년 1700억엔을 책정해 지자체에 지급하고 있다. 2016년 총 2160억엔을 투입했다. 지자체는 정부대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CCRC를 만들어 고령자를 유치하고 있다. 2017년엔 114개 지자체가  CCRC를 추진했다.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에 CCRC는 새로운 수익원이다. 그만큼 지방자치단체 간 고령자 유치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CCRC에 비판적인 의견도 많다. 고령자의 지방 이주가 특효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령자가 이주해도 젊은 세대가 유입되지 않으면 지방은 계속 쇠퇴한다. 지역 자체에 매력이 있거나 안정된 고용과 교육기회가 충분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지방으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다. CCRC를 지방 이주로 여기는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은 도쿄의 병간호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령자를 지방의 CCRC로 이주시킨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CCRC는 어디까지는 주거의 선택방식이다. CCRC는 시니어의 건강과 병간호지원, 심리적 안정, 적절한 생활비와 병간호비용, 지역 거주자와 교류활동 등을 지원해 시니어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하는 것이 그 본질적 기능이다. 이러한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이전의 고령자 요양시설과 같은 곳으로 오해한다.
 
그럼 CCRC를 활성화하는 대책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민간 사업자가 참여하기 쉽고, 고령자가 CCRC로 이주하기 쉬운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CCRC의 활성화를 위한 내놓은 구체적인 제언은 다음과 같다.
 
유이마-루 나스 전경. 부지 내에서 '데이 서비스' 사업소를 병설해 케어를 보장하며 병설사업소의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의료기관과 제휴해 평소 건강체크부터 재택 의료 및 간호까지 제공하고 있다. [출처 커뮤니티넷(Community Net) 홈페이지]

유이마-루 나스 전경. 부지 내에서 '데이 서비스' 사업소를 병설해 케어를 보장하며 병설사업소의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의료기관과 제휴해 평소 건강체크부터 재택 의료 및 간호까지 제공하고 있다. [출처 커뮤니티넷(Community Net) 홈페이지]

 
첫째, 민간기업의 진입을 촉진하도록 세금감면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기업체는 CCRC사업에 관심이 있어도 비용 부담이 커 진입을 주저하고 있다. 부동산 취득세와 재산세의 감면은 사업자에게 매력을 줄 수 있다. 니이가타(新潟市)시는 신축 고령자 주택에 대해 재산세를 6분의 5까지 감면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공헌도를 고려해 건설비를 보조하는 방법도 있다. 입주자의 자립도가 높고 간호상태가 개선될 경우 사업자의 법인세와 재산세를 감면하거나 장려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CCRC 건축 후보지의 토지이용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액티브 시니어를 유치하기 위해 입주자 연령도 대폭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둘째, 병간호보험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 수익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의료 병간호비가 대폭 증가하면 국가의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지금도 기존의 병간호보험에 의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미국에서는 공적 병간호보험이 없기 때문에 CCRC에 병간호환자가 있다면 사업자의 부담이 증가한다. 병간호환자만 있는 CCRC는 이미지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입주자를 모으기 힘들다.
 
또한 미국의 CCRC는 늘어나는 건강수명에 맞춰 입주자에게 예방의료, 운동, 식사, 생애학습 등 치밀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입주자는 이러한 CCRC에 매력과 가치를 느낀다. 미국에서 CCRC는 부동산 사업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사업이다. 즉 건강지원, IT, 자산운용 등을 영위하는 조합형 비즈니스다. 입주자의 건강상태를 빅데이터로 해석하고 조언하는 사업자도 있다.
 
입주자 라이프 스타일 따라 다양한 모델 구축해야
셋째, 입주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는 다양한 CCRC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나 나이 들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꿈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희망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CCRC 모델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오비린 가든힐스의 전경. 이 주택의 각 홀에는 '너스(간호사) 콜'과 같은 긴급통보장치가 도입되어 있고, 입주자들의 취미 활동을 지원하는 야구장과 평생학습 강좌 시설 등 다양한 복합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출처 NEW OFFICE CO. LTD(주식회사 플러스 뉴 오피스)]

오비린 가든힐스의 전경. 이 주택의 각 홀에는 '너스(간호사) 콜'과 같은 긴급통보장치가 도입되어 있고, 입주자들의 취미 활동을 지원하는 야구장과 평생학습 강좌 시설 등 다양한 복합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출처 NEW OFFICE CO. LTD(주식회사 플러스 뉴 오피스)]

 
현재 일본에서는 인기 테마파크에 인접한 CCRC(테마파크 연계형 모델), 스포츠팀의 구장 부근에 거주하는 CCRC(스포츠 연계형 모델), 노후점포와 유명호텔 브랜드와 시설을 활용한 CCRC(호텔 연계형 모델), 독신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CCRC(독신자 연계형 모델) 등이 논의되고 있다.
 
넷째, CCRC의 입주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아무 고객이나 유치하는 전략은 눈이 높은 시니어에 잘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럿셀 빌리지는 최소한 연간 450시간 이상 대학강좌 이수를 입주조건으로 해 지적 호기심이 높은 시니어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다섯째, 입주자의 활동을 장려하는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입주자가 자립생활을 하고, 병간호상태가 개선되면 의료비와 건강보험료를 일부 삭감하는 것이다. 또한 CCRC로 이동할 때 보유 주택의 매각에 따른 세금이나, 분양 CCRC를 구매할 때 취득세를 줄여주는 방안도 좋은 인센티브다.
 
마지막으로 CCRC의 품질을 보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CCRC는 한 사람의 노후를 책임지는 커뮤니티이다. 저품질의 가짜 CCRC의 난립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CCRC의 객관적인 품질보증, 인증규격제도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CARF-CCAC라는 비영리기관이 인증규격제도를 통해 인증기능을 수행한다.
 
현재 약 2000곳의 CCRC 중 약 290개 가 인증을 받고 있다. 인증평가 항목은 건물과 설비, 건강지원과 병간호프로그램, 재무건전성이다. CARF-CCAC의 취득은 입주자가 CCRC를 선택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또한 기관 투자자의 CCRC에 대한 투자평가의 기준도 된다.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시니어의 거주지로서 CCRC의 기능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정부, 업계, 학계가 함께 고령자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한다는 관점에서 CCRC의 운영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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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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